골볼과 배구의 반전 매력, 김희진이 김연경을 만나고 싶은 이유 [IS 인터뷰]
윤승재 2024. 1. 26. 07:04
“김연경 선수, 정말 만나고 싶습니다.”
2024 파리 패럴림픽을 위해 고된 하루를 마친 여자 골볼 국가대표 선수 김희진(30·장애등급 B2/약시)은 매일 저녁 TV 앞에 앉는다. 배구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아마추어 배구선수 출신의 코치를 통해 우연히 배구를 접한 그는 김연경(흥국생명)의 사인이 적힌 옷을 입고 응원 삼매경에 빠진다. 프로배구의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인 25일 만난 김희진은 배구 경기가 없어 저녁이 너무 심심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골볼과는 다른 배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골볼은 안대를 쓴 채 소리 나는 공을 굴리고 막는 시각장애인들의 스포츠다. 공 안의 방울 소리를 듣고 위치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장 내 관중들은 선수들의 공수 순간엔 소리를 내선 안된다. 반면 호쾌한 스파이크 소리와 함께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관중들의 환호성, 흥이 절로 나는 음악으로 이뤄지는 프로배구는 다르다. 조용한 경기장에서만 뛰었던 김희진은 골볼과 정반대로 관중들의 환호성이 가득한 프로배구의 매력에 확 끌렸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선 골볼이 비인기 스포츠다보니, 경기 중에 관중들이 소리를 내지 않아도 전반적으로 조용하긴 해요. 그래서 배구처럼 시끌벅적하고 관중 열기가 대단한 곳에서 뛰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도 들었죠. 한국에서 한 국제대회 직관도 갔는데 맘껏 소리 지르면서 응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골볼에서도 언젠간 이런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희진은 여자 골볼 국가대표팀 주장이다. 6세 때 녹내장 진단을 받은 김희진은 맹학교 시절 골볼을 접한 뒤, 남다른 운동 신경과 청각 능력을 뽐내며 고교 재학 중에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이후 국가대표팀 주장 완장까지 단 김희진은 2022년 국제시각스포츠연맹(IBSA) 골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며 파리 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4년에도 김희진은 주장 완장을 차고 국제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파리 패럴림픽이 있는 2024년은 김희진과 여자 골볼 대표팀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다. 1996년 애틀란타 대회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얻은 패럴림픽 티켓이기 때문이다. 3월 일본, 4월 튀르키예, 5월 스웨덴에서 연달아 국제대회를 치러 패럴림픽을 대비한다. 김희진의 어깨가 무겁다.
이에 김희진은 ‘국가대표 주장’으로서 김연경을 꼭 만나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김희진은 “주장이라는 책임감과 부담감 때문에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을 많이 보내기도 했다. 김연경 선수는 더 큰 대회들을 다녔을 텐데 그런 부담감들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하다. 경기 전 마인드 컨트롤도 궁금하고 단체 종목이다보니 공감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꼭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희진은 겨우내 패럴림픽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도 겸업했던 그는 최근엔 노래보다 골볼에 더 집중하고 있다. 패럴림픽을 위해서다. 12월 짤막한 휴식을 가진 그는 1월 훈련 개시식을 시작으로 다시 훈련에 매진 중이다. 김희진은 “몸을 다시 끌어 올리는 게 쉽지가 않다. 하지만 패럴림픽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으니 힘들어도 쉬지 않게 된다”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9월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결단식 당시 김희진은 “몸이 부서져라 막겠다”라며 메달 의지를 불태운 바 있다. 이듬해에도 그의 다짐은 변함이 없다. “속된 말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면 겁이 없어진다는 말이 있지 않나. (눈을 가리고 하는) 골볼이 그런 스포츠다. 몸 사리지 않고 막아서 패럴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천=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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