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충청까지 연장되는 GTX...수도권 쏠림 가속화 우려도
[뉴스분석]
민생토론회 발표 내용을 보면 A노선(운정~동탄)은 동탄에서 평택 지제까지 20.9㎞ 구간이, B노선(송도~마석)은 마석~춘천 사이 55.7㎞가 연장 대상이다. 또 C노선(덕정~수원)은 덕정~동두천 사이 9.6㎞와 수원~아산 간 59.9㎞의 연장이 추진된다. 여기에 2기 GTX인 D노선이 원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GTX 연장사업은 기본적으로 연장을 원하는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지자체가 직접 돈을 대거나 민자사업자를 유치해서 연장선을 새로 깔거나 기존선을 개량하는 방안이 있다. 백원국 국토교통부 2차관은 “현재 A와 C 노선은 해당 지자체 건의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타당성 검증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자체 부담이 합의되면 대통령 임기 내 착공한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충남(아산)과 강원(춘천,원주)이 GTX 수혜권에 들어오게 돼 수도권은 30분, 충청·강원권은 1시간 내로 도달할 수 있는 ‘초연결 광역경제생활권’이 실현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윤 대통령도 토론회에서 초연결 광역경제생활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토부는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GTX 수혜인구는 하루 평균 183만명에 달하고, 경제적 효과도 1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50만명의 고용 창출효과도 기대한다. 박동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친환경적이면서 고속이동 수단인 GTX 확대를 통해 수도권과 수도권 인근 국민의 이동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정부의 기조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GTX의 대규모 연장이 수도권 쏠림현상을 가속화할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추상호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 내의 고속 광역철도망은 필요하지만, 초광역권 형태로의 확장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서울로의 인구·도시기능 집중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도권의 의료·문화·교육을 포함한 공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 몰려 자칫 기존 서비스의 품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주간활동은 서울 도심에서, 거주는 외곽에서 이뤄지는 ‘직장·주거 분리’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GTX 연장으로 주거지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은 있겠지만 통행거리가 길어짐에 따른 도시의 확산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강원·충청권을 합한, 상당히 넓은 단일 광역생활권의 교통수요를 GTX로 효율적으로 처리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이 정도라면 GTX로도 사실상 1시간 이내 접근이 불가능한 규모이기 때문에 도시관점이나 교통관점에서 비합리적”이라고 우려했다.
연장 대상 구간에 이미 ITX-청춘(춘천)이나 KTX-이음(원주), KTX와 SRT(아산) 같은 고속·일반열차가 운행 중이어서 기능이 중복될 거란 지적도 나온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산, 춘천, 원주는 GTX가 아닌 이미 운행 중인 다른 철도의 서비스를 강화해서 연결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기존 철도 요금 인하와 배차 간격 단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노선과의 선로 공유를 통해 GTX를 추가 운행할 경우 이미 운행 중인 다른 열차의 운행횟수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GTX가 서지 않는 지역의 주민들로서는 오히려 더 불편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규모 연장계획의 사업성과 운영 비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동주 교수는 “기존 B·C노선이 예비타당성조사와 민간투자심의 등을 어렵게 통과한 전례를 볼 때 새로운 연장 노선들은 수요 부족과 선로 공용에 따른 운영 효율성 저하 등으로 인해 타당성 확보가 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재무성도 낮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할 매력도 약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준호 교수도 “여러 여건 상 건설비 조달문제도 쉽지 않겠지만, GTX 연장 구간을 현행 도시철도 수준의 배차 간격과 요금 수준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자체도 우려된다”며 “만일 그렇게 하려면 운영비 부담이 상당히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보면 GTX의 강원·충청권 연장은 그 취지는 좋더라도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시한에 얽매여 무조건 서두르기보다는 좀 더 세밀하게 사업성과 운영 효율성 등을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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