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울린 김판곤 감독 주목한 일본 "긴 머리 흔들면서 기뻐했다" [아시안컵]

김지수 기자 2024. 1. 2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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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일본 언론이 한국 축구를 상대로 멋진 용병술을 보여준 김판곤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김판곤 감독의 과거 이력과 특유의 헤어 스타일도 상세하게 다뤘다.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닛칸 스포츠'는 25일 "말레이시아의 한국인 감독이 조국을 상대로 존재감을 드러냈다"며 "김판곤 말레이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은 홍콩 대표팀 감독을 거쳐 2022년 말레이시아 지휘봉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졸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한국은 앞서 지난 15일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힘겨운 3-1 승리를 거뒀다. 이어진 20일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은 후반 추가시간까지 1-2로 끌려가는 굴욕을 당했다. 경기 종료 직전 행운의 자책골로 겨우 패배를 모면했다.

그래도 말레이시아전은 낙승이 예상됐다. 말레이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로 23위의 한국과는 객관적인 전력이 비교되지 않았다. 

한국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아무리 최근 경기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레이시아전을 순조롭게 승리로 장식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이 전반 21분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으면서 일방적인 흐름이 예상됐다.

하지만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요르단, 바레인에 연거푸 무릎을 꿇어 이미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상태였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한국을 상대로 전력을 쏟았다.

말레이시아의 집중력은 무서웠다. 후반 6분 한국 수비 라인의 어설픈 볼 처리를 틈타 파이살 할림이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후반 17분에는 아리프 아이만의 페널티킥 역전골까지 나오면서 2-1로 게임을 뒤집었다. 

한국은 이후 후반 38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직접 프리킹 슈팅 때 말레이시아의 자책골과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3-2로 다시 리드를 되찾아 왔지만 말레이시아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로멜 모랄레스가 후반 종료 직전 그림 같은 중거리슛으로 또 한 번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에게는 패배 같은 3-3 무승부, 말레이시아에게는 승리보다 더 값진 무승부가 최종 결과였다.

말레이시아는 본의 아니게 2023 AFC 아시안컵 16강 대진표를 바꿔놓게 됐다. 한국은 3-2 리드를 지킨 상태에서 경기를 끝냈다면 E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무승부에 그치면서 E조 2위가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아시안컵 본선 토너먼트 대진은 D조 2위와 E조 1위가 만나게 되어 있다. D조는 일본, 이라크,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경쟁을 펼쳤다. 당초 FIFA 랭킹 17위 일본이 무난하게 D조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였지만 이라크에게 1-2로 덜미를 잡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이기고도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한 이라크에게 밀렸다.

일본은 이 때문에 E조 최종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한국이 E조 1위가 된다면 16강 토너먼트에서 '한일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한국의 발목을 잡으면서 2023 아시안컵 16강 한일전은 없던 일이 됐다. 일본의 16강 상대는 한국이 아닌 E조 1위 바레인이다. 한국은 F조 1위와 16강을 치르게 됐다. 일본과는 결승전 전까지 만날 수 없는 대진표를 받았다.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은 부임 후 처음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한국을 괴롭히는 멋진 지도력을 보여줬다. 특히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이 터진 뒤에는 기쁨을 감추지 않고 스태프들과 멋진 세리머니를 펼쳤다.

'닛칸 스포츠'는 "장발의 김판곤 감독은 말레이시아가 2-3으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게임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리자 벤치에서 일어나 긴 머리를 흔들며 코칭스태프를 껴안았다"며 "김판곤 감독은 2010년 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홍콩 대표팀 감독으로 일본과 맞붙어 0-3으로 패한 경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1969년생인 김판곤 감독은 현역 시절 K리그 울산 현대에서 데뷔한 뒤 1997년 전북 현대에서 은퇴했다. 이후 2000년 홍콩 프로축구리그에서 선수로 복귀했고 2003~2004년 레인저스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뛰었다. 2005년 K리그 부산 아이파크 코치로 한국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김판곤 감독은 이후 2008년 다시 홍콩에서 자신의 축구 인생을 다시 설계했다. 홍콩 프로팀 사우스 차이나 AA 사령탑을 거쳐 2009년 홍콩 U-23(23세 이하) 대표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홍콩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했다. 잠시 홍콩을 떠나기도 했지만 2012년 다시 홍콩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17년까지 홍콩 축구 발전을 이끌었다.

2018년부터는 대한축구협회에서 행정가로 한국 축구 도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종료 후 국가대표선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인선을 주도했다.

당시 김판곤 위원장은 여러 감독들과 접촉해 미팅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김판곤 위원장은 2022년 1월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 부임 전까지 벤투 감독과 호흡을 맞춰 한국이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데 힘을 보탰다.

사진=AFP/로이터/AP/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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