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희 잔류' 두산, 이승엽 감독이 원한 카드 다 갖춰졌다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가 오는 31일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스토브리그 선수단 구성을 완료했다. 사령탑이 원했던 전력보존이 모두 이뤄지면서 지난해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기분 좋게 담금질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두산 구단은 25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투수 홍건희와 계약기간 2+2년, 최대 24억 5000만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총액 21억 원, 인센티브 5000만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산 구단에 따르면 홍건희는 계약 첫 2년 동안 총액 9억 5000만 원을 받는다. 2025 시즌 종료 후에는 2027 시즌까지 총액 15억 원에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선수 옵션을 가지게 된다.
두산 구단은 "홍건희는 4년간 꾸준히 불펜의 중심을 잡아줬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전제로 협상을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마운드 위와 아래 모두에서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산은 홍건희의 FA 계약이 완료되면서 이승엽 감독의 2024 시즌 운영 구상도 숨통이 트였다. 이승엽 감독이 밑그림을 그려 놓은 올해 필승조 밑그림에 홍건희가 핵심 중 하나였던 만큼 홍건희의 계약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두산은 2023 시즌 이승엽 신임 감독의 지휘 아래 정규리그 74승 68패 2무, 승률0.521로 5위에 올랐다. 2022 시즌 구단 역대 최저인 정규리그 9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씻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산의 2023년 가을 여정은 너무 짧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정규리그 4위 NC 다이노스에게 9-14로 패하면서 1경기로 포스트시즌을 마감했다. 짧은 휴식 이후 곧바로 경기도 이천에 있는 2군 훈련장에서 한 달 여간 마무리 캠프를 실시, 2024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이승엽 감독은 마무리 캠프 기간 내부 FA 선수들의 잔류와 외국인 선수 구성 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내놨다. 외국인 투수는 재계약, 외국인 타자는 신규 영입에 초점을 맞췄고, 내부 FA 양석환, 홍건희는 변함없이 베어스 유니폼을 입어주길 바랐다.
두산 프런트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사령탑이 원하는 대로 외국인 선수 구성을 신속하게 마쳤다. 2023 시즌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과 재계약을 순조롭게 끝냈다.
알칸타라와는 계약금 5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등 총액 150만 달러(약 19억 5000만 원)에 붙잡았다. 알칸타라는 2023 시즌 31경기에 선발등판해 192이닝을 던지며 13승 9패,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알칸타라는 2023 시즌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최고의 이닝이터로 우뚝 섰다. 퀄리티 스타트도 22회로 이 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브랜든도 3년 연속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계약금 25만 달러, 연봉 75만 달러, 인센티브 13만 달러 등 총액 113만 달러(약 14억 8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브랜든은 2022 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두산과 인연을 맺었다. 11경기 65이닝 5승 3패 평균자책점 3.60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2023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은 불발됐지만 지난해 대만 프로야구에서 호성적을 바탕으로 두산으로 돌아왔다.
브랜든은 KBO리그 2년차를 맞아 더 무서운 투수가 됐다. 18경기 104⅔이닝 11승 3패 평균자책점 2.49로 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브랜든은 정규리그 중반 합류한 탓에 규정 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18번의 선발등판에서 퀄리티 스타트 13회를 기록했다. 코칭스태프가 확실하게 믿고 기용할 수 있는 투수였다.
이승엽 감독은 마무리 캠프 기간 "알칸타라는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최다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해줬다. 재계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강한 신뢰를 보냈다.
브랜든에 대해서도 "시즌 중간에 합류했음에도 11승을 기록한 건 정말 대단하다. 알칸타라와 마찬가지로 몸에 큰 문제가 없다면 재계약을 하고 싶다. 감독으로서는 내년에 두 사람 다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외국인 타자도 이승엽 감독이 희망했던 '수비 되는 외야수'가 왔다. 2022 시즌 KT 위즈에서 뛰기도 했던 헨리 라모스가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 등 총액 70만 달러(약 9억 1000만 원)의 조건에 영입됐다.
두산은 2023 시즌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가 122경기 타율 0.253(403타수 102안타) 19홈런 65타점 OPS 0.819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전반기 부진을 딛고 후반기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 주요 타격 지표가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로하스는 드넓은 잠실 외야에서 뛰기에는 수비 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두산도 로하스보다 더 나은 외국인 타자가 없을 경우 로하스와 재계약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지만 라모스가 KBO리그 복귀에 의지를 보이면서 로하스는 두산을 떠나게 됐다.
라모스는 스위치 히터로 2022 시즌 KBO 시범경기에서 12경기 타율 0.387, 12안타, 4홈런, 9타점의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상이 라모스의 발목을 잡았다. 2022년 4월 23일 발가락 골절 부상으로 퇴단했다.
2023년에는 투수 친화적인 인터내셔널리그 (트리플 A) 76경기에 출장하여 타율 0.318, 출루율 0.411, 13홈런, 55타점, OPS 0.954 를 기록했다. 트리플 A 6시즌 통산 440경기, 타율 0.301, 홈런 55개, OPS 0.847 로 세부 지표가 계속 상승 중이다.
두산은 집토끼 단속에도 성공했다. 주전 1루수 양석환, 불펜의 핵 홍건희도 화끈한 투자를 통해 잔류시키면서 전력 출혈 없이 2024 시즌 도약을 꿈꾸게 됐다.
양석환은 지난해 11월 중순 일찌감치 두산과 FA 재계약을 마쳤다. 2024년부터 2027년까지 계약금 20억 원, 연봉 총액 39억 원, 인센티브 6억 원 등 총액 65억 원을 받는다. 이후 구단과 선수의 합의로 발동되는 2년 총액 13억 원의 뮤추얼 옵션이 포함됐다.
양석환은 두산의 '대체 불가' 1루수 자원이다. 2023 시즌 140경기에서 타율 0.281(524타수 147안타) 21홈런 89타점 OPS 0.787로 제 몫을 해줬다. 두산 팀 내 최다 홈런, 타점을 기록한 타선의 핵심이었다.
양석환은 두산 이적 첫해였던 2021 시즌 타율 0.273(488타수 133안타) 28홈런 96타점 OPS 0.827의 커리어 하이 성적과 비교하면 2023 시즌 성적이 화려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2023 시즌은 정규리그 내내 '투고타저' 기류가 뚜렷했다.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이 139경기 타율 0.313(520타수 163안타) 23홈런 95타점 OPS 0.893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양석환보다 타격 능력이 뛰어났던 1루수가 없었다. 두산이 내년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양석환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였다.
홍건희는 2023 시즌 64경기 61⅔이닝 1승 5패 22세이브 5홀드로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전반기 36경기 35이닝 3패 1홀드 20세이브 평균자책점 2.31, 후반기 28경기 26⅔이닝 1승 2패 4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05로 성적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분명 두산 마운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시즌 동안 리그 전체에서 홍건희보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SSG 랜더스 서진용(268⅔이닝)과 KT 위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FA 이적한 김재윤(259⅔이닝) 두 사람뿐이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 캠프 기간 "양석환, 홍건희가 2023 시즌 우리 팀을 위해 굉장히 헌신해 줬고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며 "FA 계약은 구단에서 모든 평가를 하고 계약을 준비하겠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두 사람 모두 팀에 필요한 자원이다. 전력을 생각하면 당연히 필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던 가운데 두 선수의 공백 없이 2024 시즌을 지휘한다.
김태룡 두산 단장 역시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 종료 후 "내부 FA 선수들은 다 잡아야 한다. 우리도 (협상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며 "금액 차이만 크지 않다면 양석환, 홍건희와 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약속을 지켰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두산 베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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