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역대급 실적에 주가도 날았다

송화정 2024. 1. 2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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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순위 한 계단씩 상승
주가 강세 지속은 미지수

현대차와 기아가 나란히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가도 모처럼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만 그동안 주가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던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에서 벗어나 주가가 상승세를 지속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일 3700원(2.00%) 오른 18만8700원에 마감했다. 기아는 5.8% 오른 9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두 종목 모두 이날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 순위가 한 계단씩 상승했다. 현대차는 셀트리온을 제치고 5위에 올랐으며 기아도 네이버(NAVER)를 제치고 7위를 꿰찼다.

이 같은 주가 강세는 역대급 실적 때문이었다. 전일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 54%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 연간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 역시 역대 최고의 성적표를 내놨다. 기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3% 증가한 99조8084억원, 영업이익은 60.5% 늘어난 11조6079억원을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을 반영한 배당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차는 실적 호조를 반영해 2023년 기말 배당금을 주당 8400원으로 결정했다. 2023년 연간 배당은 2·3분기 배당 합계 3000원(분기별 각 1500원)을 포함해 전년 대비 63% 증가한 주당 1만1400원으로 책정됐다. 연간 배당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기아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매입하고 3분기까지 경영목표를 달성할 경우 100%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말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2100원 오른 5600원으로 정했다.

다만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가 강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은 이미 예견됐고 역대급 실적 이후 피크아웃 우려가 줄곧 주가의 발목을 잡아 왔다. 기아는 지난달 28일 장중 기록한 52주 신고가(10만900원) 대비 주가가 7.83% 하락한 상태다. 현대차도 지난해 말 대비 7.27% 하락했다. 실적 피크아웃을 감안해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현대기아차의 투자의견 또는 목표주가를 낮춰잡았다. 한화투자증권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기존 30만원에서 28만원으로, 상상인증권은 기존 31만원에서 26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은 기아의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낮췄다. 교보증권은 기아의 목표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1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 수요 성장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만해지면서 판매량 증가세는 지난해 하반기에 다소 주춤해졌고 올해 산업 수요 전망에 있어서도 주력시장이라 할 수 있는 내수 및 북미·유럽 지역의 성장세가 전년 대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판매 증가를 통한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현대차는 올해 목표를 보수적으로 책정했다. 올해 연간 도매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0.6% 증가한 424만대로, 전년 대비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4~5%, 영업이익률 목표는 8~9%로 제시했다. 남주신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판매 가이던스 424만대는 둔화하는 산업 전반 수요 분위기와 내수, 신흥국 시장의 수요 둔화를 반영한 보수적인 수치로 판단한다"면서 "미국 시장의 인센티브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재고 수준이 1.8개월 미만인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상반기까지는 안정적인 실적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연 15조원 수준의 이익 규모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는 올해 판매는 3.6% 증가한 320만대, 매출은 1.3% 증가한 101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3.4% 늘어난 12조원을 제시했다. 남 연구원은 기아에 대해 "매크로 환경을 보수적으로 가정하더라도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 강세가 뚜렷할 것"이라며 "전기차는 하반기부터 EV 3, 4, 5 라인업이 추가되면서 전기차 성과가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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