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균 위약금 30~50억…예상액 100억의 절반 수준
유명인은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위약금 부담을 안게 된다. 일반적으로 위약금은 출연료의 2~3배 수준. 작품이 많은 유명인일수록 위약금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뛰는 이유다.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사망한 배우 고(故) 이선균도 예외는 아니다.
이선균은 영화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영화 ‘기생충’(2019)으로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4관왕을 휩쓸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적당한 연령대에 깔끔한 외모, 가정적인 남편·아빠 이미지까지 더해져 맡길 수 있는 배역 스펙트럼이 넓어서다. 출연한 광고(CF)도 여러 편이다. 한 통신사 서비스 광고와 건강 기능성 식품 브랜드 광고에 출연했지만, 이니셜로 마약 의혹이 불거지자 각 회사는 바로 광고를 내리고 바이럴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모델 이미지가 매출로 직결되는 만큼 더 엄격하다. 따라서 유명인이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빠르게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청구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다.
민법상 위약금이란 손해배상금을 말한다. 위약금의 경우 비공개 계약이 전제되기에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광고나 작품 계약 시 법령을 위반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 약 2~3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게 된다. 계약서에 ‘법령 위반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는 안 되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를 하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명시된다.
고 이선균이 출연 예정이었던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8부작으로, 그가 지난해 출연한 SBS 드라마 ‘법쩐’에서 회당 2억원대 출연료를 받은 것을 참작하면 드라마에서만 16억 정도로 예상됐다. 그가 남긴 미개봉 영화 두 편은 비중과 규모가 다르지만, 편당 10억원 수준의 특급 대우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영화 출연 계약과 광고 등 위약금이 100억원대로 추산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제로 발생하는 위약금 규모가 추정치 100억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 30~50%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영화계에서는 물의를 일으킨 배우에게 위약금을 요구한 사례가 없다. 영화가 크랭크업한 만큼 이후 적절한 시기에 개봉이 가능하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까닭이다. 이선균 주연의 미개봉 영화 ‘탈출’은 이미 칸영화제에서 상영됐고, ‘행복의 나라’도 올봄 후반작업이 마무리되는 만큼 이후 적절한 시기 개봉이 가능해 위약금을 부과하기는 어렵다.
‘이선균 방지법’ 슬픔에 팔 걷은 문화계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이선균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한 공원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배우 인생 정점에서 48세 나이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세 차례 경찰에 소환됐으며, 사망 직전 경찰 조사에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했다. 또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한 증거가 강남 룸살롱 실장 A씨(29·여)의 진술밖에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선균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동료들은 그가 떠나자 검은 옷을 입고 마이크를 들었다. 출세작 ‘기생충’을 함께한 봉준호 감독 등 문화예술인들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냈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에는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부산국제영화제, 여성영화인모임 등 영화·문화 단체들이 참여했다. 경찰과 언론에 각성을 요청하고, 이른바 ‘이선균 방지법’ 제정을 예고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이선균 사건 관련 수사당국의 철저한 진상규명, 보도 윤리에 어긋난 기사 삭제, 문화예술인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개정 등을 요구했다. 봉 감독은 수사당국에 해명을 요구했고, 배우 김의성과 가수 윤종신은 언론과 미디어의 선정적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박찬욱 감독, 배우 윤여정 등 문화예술인들은 관련 성명서를 국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오후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경찰청과 국회를 방문해 전달했다. 전달에는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대표,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정상진 대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소속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함께했다. 성명서에는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 ‘(KBS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문화예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제정 및 개정’ 등의 요구가 담겼다.
반면 원론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 단체의 움직임이 절대다수의 대중에게 공감을 얻기 힘들고, 생전 불거진 도덕적인 문제와 불법 혐의에 관해 동료들이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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