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아바타' 프레임 깨졌다…尹·韓 갈등 명암

정계성 2024. 1.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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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선 긋기로 수평적 당정관계 구축
여당 내 야당 역할하며 제3지대 약화
'친윤 여론몰이 없었다'…장악력 확인
명품백 해법·약화된 신뢰관계는 부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이 수습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평적 당정관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며 야권의 역할까지 가져가며 존재감을 키웠다는 점에서다.

실제 한동훈 장관은 이번 갈등 국면에서 정치적으로 얻은 것이 적지 않다. 첫째는 윤석열 대통령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소위 '윤석열 아바타'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는 데 성공한 대목이다. 특수통 검사 출신이자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틀린 셈이 됐다.

국민의힘의 서울지역 한 예비후보는 "정치적 득실을 떠나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확실한 선을 그은 계기가 됐다"며 "주도권을 쥐고 당을 장악해 공천까지 무리 없이 끌고 간다면 야권의 '윤석열 아바타'라는 공격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면서 제3지대를 포함한 야권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의 발언력은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갈등의 초기부터 이 대표가 줄기차게 '약속대련' 프레임에 가두려 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갈등을 전후로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통령의 지지철회' 보도가 나온 뒤 친윤으로 통하는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단체 대화방에서 해당 기사를 게재하며 여론몰이를 시도했지만 의원들의 반응이 없었던 게 그 방증이다. 과거 친윤 의원 50여명이 연판장을 돌리며 대통령실에 맞춰 집단 움직임을 보였던 것과 차이는 확연하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한 위원장의 당에 대한 장악력을 확인했고, 나아가 자율성도 더 커졌다고 본다"며 "서천 현장에서 한 위원장의 '90도 폴더인사'는 국민의힘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표시였고, 윤 대통령의 '어깨 툭툭'은 심기는 불편하지만 알겠다며 인정해 주는 모습으로 보였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59.4%가 '부적절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여론조사에서도 한 위원장에 대한 긍정적인 흐름이 감지된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실의 한 위원장 사퇴 요구는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59.4%로 나타났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층에서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69.9%로 지배적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역시 '부절적하다'가 72.9%로 '적절하다'는 응답(10.9%)을 압도했다. 수평적 당정관계 필요성과 함께 미래권력인 한 위원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지층의 뜻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여론조사의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관건은 갈등의 시발점인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이다. 갈등은 봉합이 됐지만,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적절한 해법을 내놔야 하는 과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신년 대담 형태로 자연스럽게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말을 아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의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는 수준의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윤 대통령과의 신뢰에 다소 금이 간 것도 한 위원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굳건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원활한 당정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한 위원장 선임 명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석열의 남자라는 색채를 뺐다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당정이 멀어졌다는 의미"라며 "총선을 앞두고 당정 간 협의할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 긴장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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