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Food] 한국인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은 당뇨병 … 혹시 나도?

황정옥 2024. 1. 2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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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쿠킹, 잘 먹는 것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해결책 제안하는 ‘블루체크 캠페인’ 시작

20·30대 젊은 당뇨병 환자도 급증
나쁜 식습관과 과체중 등으로 발병
하루 30분 운동, 규칙적인 식사 중요

지난해 , 건강검진을 받은 회사원 이 모(31·남) 씨는 결과를 받고 깜짝 놀랐다. 공복혈당 수치가 109mg/dL로 전년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뇨는 비만 혹은 50대 이상이 걸리는 병이라 생각했던 터라, 평균 체중인 데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최근 이씨와 같은 환자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식, 운동 부족, 스트레스 증가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쿠킹은 2024년 올바른 혈당 관리를 위해 ‘잘 먹는 것’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올바른 정보와 해결책을 제안하는 ‘블루체크 캠페인’을 시작한다. 캠페인에는 각계 전문가 5인이 참여한다.

한국에서 당뇨병은,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가 공개한 ‘팩트 시트 2022 확장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0세 이상 당뇨 유병자는 약 605만명으로, 6명 중 1명(유병률 16.7%)은 당뇨병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 초 당뇨병 유병자가 총인구의 약 1.5% 정도로 추정됐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증가다. 이는 10년 전 예상 수치보다 30년이나 빨라진 것이다. 앞서 대한당뇨병학회는 2012년 당시, 2050년 당뇨 환자가 6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자신이 당뇨병 환자인지 모르는 경우 많아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당뇨병 발병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뇨협회 회장 김광원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여러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진료실에서도 20·30대의 젊은 당뇨병 환자가 급증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30대 당뇨 환자는 2018년 13만9682명에서 2022년 17만4485명으로 24.9%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당뇨병 환자 증가율(21%)보다 높다. 어린 시절부터 자극적이고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인한 과체중이 당뇨병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은 정작 자신이 당뇨병 환자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가 20·3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당뇨병 인식 조사(2023년)’ 결과에서 60%가 ‘자신의 공복과 식후 혈당 수치를 모른다’고 답했다.

당뇨병은 섭취한 음식물이 에너지로 바뀌는 대사과정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보통 건강한 사람은 음식을 먹으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돼 혈당이 급속하게 높아지는 것을 조절한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분비가 부족하거나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아, 문제가 된다. 당뇨병이 위험한 것은 합병증 때문이다. 당뇨병이 지속하면 고혈당으로 혈액이 끈적해져, 핏덩어리인 혈전을 만든다. 이 혈전은 염증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 당뇨병 합병증을 유발한다. 혈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당뇨병은 1형과 2형으로 구분한다. 선천적으로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 1형 당뇨병이다. 후천적인 요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발병하는 것이 2형 당뇨병으로,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하나 더,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에게 당뇨는 더욱 위험하다. 인종적으로 서양인보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베타세포 양이 적기 때문이다.

숨어있는 당뇨병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공복혈당, 식후혈당(음식 섭취 후 2시간), 당화혈색소 검사가 필요하다. 당뇨병 진단 기준은 공복혈당, 식후혈당, 당화혈색소 검사 결과 공복혈당 126mg/dL, 식후혈당 200mg/dL, 당화혈색소 6.5% 이상이면 당뇨병, 공복혈당 100~125mg/dL, 식후혈당 140~199mg/dL, 당화혈색소 5.7~6.4% 이면 당뇨병 전단계인 전당뇨다.

최근의 화두는 당뇨병 전단계다.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를 의미하는데, 한국에만 1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약물치료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지만, 이름 그대로 당뇨병 전단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당뇨 단계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평생 당뇨병을 관리하며 살아야 하는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뇨가 의심된다고 혹은 이미 걸렸다고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당뇨식사 원칙에 따라 식습관 관리를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물론 주의 사항이 있다. ‘꾸준히, 규칙적으로 그리고 즐겁게’ 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평생 가져가야 할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뇨식사 원칙은 간단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알맞은 양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당 지수가 높아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음식과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동물성 지방 및 콜레스테롤,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는 염분은 피해야 한다.


채소 먼저 먹으면 식후혈당 낮출 수 있어


순서를 바꿔 식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똑같은 칼로리의 동일한 식품을 먹더라도 단백질과 채소류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 식품을 마지막으로 먹으면 탄수화물을 먼저 먹을 때보다 식후혈당이 더 낮기 때문이다. 웨일 코넬 의대 연구에 따르면 탄수화물을 마지막에 먹었을 때가 탄수화물을 먼저 섭취했을 때보다 1시간 식후 혈당이 37% 더 낮았고, 2시간 식후 혈당은 약 17% 더 낮았다.

차움 푸드테라피(만성염증클리닉) 이경미 교수는 “당뇨식의 기본원칙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지만, 일상 속에서 모두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 식사순서를 바꾸는 간단한 팁만으로도 혈당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혈당치가 높은 사람이라면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는 식습관이 중요하다. 황순태 종근당건강의 식품사업부 개발팀장은 “동일 열량을 기준으로 할 때 오랜 시간 포만감을 주는 단백질과 원만한 혈당 상승과 혈중지방의 농도를 조절해주는 식이섬유를 식사 전 섭취하면 오랜 시간 포만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키와 몸무게처럼 ‘내 혈당’도 알고 있어야

「 당뇨병은 악화 전까지 별 증세없어
혈당 수치 체크하는 것이 예방 도와

운동도 중요하다. 운동은 혈액 속 포도당을 근육으로 보내 즉각적으로 혈당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규칙적으로 시행할 경우 인슐린 기능을 향상해 혈당 관리에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유산소 운동이든 근력운동이든 상관없이 운동량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혜영 서울아산병원 건강 운동관리사는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150분 이상 운동하길 권장한다. 하지만 하루에 30분 이상씩 매일 시간 내어 운동하기 힘든 이들이 많다. 그럴 땐 10분씩 나누어 하루 3차례 운동하면 된다. 이는 30분 연속으로 운동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운전자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5층 미만의 높이는 계단을 이용하는 등 일상 속에서 운동량을 늘리는 것도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혈당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혈당치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위장관 기능과 간의 대사 기능에 따라 혈당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인슐린과 글루카곤과 같은 혈당 조절 호르몬에 반응하는 정도도 개인마다 편차가 있어 혈당 수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은 혈액 속 당분을 세포로 넣어줘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인슐린에 대한 세포의 반응이 느릴 경우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같은 음식을 섭취해도 남들보다 혈당이 높을 수 있다. 이경미 교수는 “체지방이 많고 근육량이 적거나 운동량이 부족할 때도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기 때문에 식품 선택뿐만 아니라 운동을 통한 혈당 관리가 중요하다”며 “스트레스 호르몬 역시 혈당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관리와 충분한 수면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혈당 관리는 자신의 혈당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김광원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알고 있듯이 모두 자신의 혈당치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정상 수치라면 1년에 1회, 경계선에 있다면 2~3개월에 한 번씩은 혈당 검사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혈당치를 알고 있어야 늦지 않게 병원을 방문할 수 있고 식습관이나 운동 등을 통해 일상 속에서도 꾸준히 혈당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은 악화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세가 없는 경우가 많아 지속해서 자신의 혈당 수치를 체크하는 것이 당뇨 예방에 도움이 된다. 쿠킹이 혈당 체크와 건강한 생활습관의 중요함을 알리는 ‘블루체크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다.

블루체크 프로젝트팀=
황정옥·송정·안혜진·김호빈 기자

황정옥 ok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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