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Food] “신비한 맛 ‘템페’에 빠져 현대무용가의 길 접고 창업했어요”

송정 2024. 1. 2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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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을 만드는 F&B 리더들 ⑥ 국산콩 72시간 발효시켜 템페 만드는 ‘파아프’ 장홍석 대표

배울 곳 없어 일본에 가서 일하며 배워
생소한 템페 활용한 간편식품도 개발
출시 5년만에 매출 100배로 성장해

올해는 어떤 음식이 사랑받을까. 미국의 유기농 전문 마켓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은 ‘2024년 미국이 주목할 10대 식품 트렌드’로 식물 기반 식품의 성분 단순화를 꼽았다. 식물성 재료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언급된 식품이 템페(tempeh)다.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템페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음식으로 100g당 20g의 단백질을 함유한 고단백 식품이다.

콩 발효식품으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템페.
국산콩만 고집하는 장홍석 대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전현무씨가 비건인 지인을 위해 템페를 활용해 요리해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템페는 국내에서 비건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 중심엔 국산콩으로 템페를 만드는 회사 ‘파아프’를 이끄는 장홍석(39) 대표가 있다. 식초로 발효시간을 줄이지 않고, 전통 방식 그대로 72시간을 발효해 템페를 만든다. 장 대표를 지난 19일, 경기도 광주의 템페 공장에서 만났다.

어떤 요리에도 활용 가능한 템페
검은콩 템페. [사진 파아프]


-현대 무용가로 무대를 누비다 2018년 파아프를 창업했다.

“2015년 공연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갔다가 현지 코디네이터가 준 템페를 맛봤다. 생소하면서도 신비한 맛이 나서 궁금했다. 한국에 와서 구글이나 유튜브에서 템페에 대해 찾아봤는데 공부할수록 답답했다.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세계 곳곳의 템페 마스터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 딱 한 사람,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일본에 거주 중인 마스터만이 가르쳐주겠다고 해서 일본에 가서 5개월 동안 일하며 배웠다.”

-업을 바꾸게 한, 템페의 매력은.

“템페를 공부할수록 발효 메커니즘에 관심이 생겼다. 살아있는 균이지만 비가시적인 존재를, 발효를 통해 가시적인 존재로 만든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실제로 한국에 돌아온 후 작은 발효실을 만들고 템페를 만들었다. 잠도 못 자고 몰입했는데 한 달 동안 실패했다. 일본 마스터에게 물어보니 “너무 많은 관심을 둔 것이 문제”라고 하더라. 실제로 온종일 외출하고 돌아왔더니 콩이 발효됐다.”

-판매를 위한 유통부터 홍보, 마케팅까지 할 일이 많을 텐데.

“늘 어렵다. 다행히 첫 판매부터 가능성을 봤다. 마르쉐에서 템페를 팔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며 관심을 보였다. 클릭 한 번이면 주문이 가능한 시대에,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주문을 받고, 배송도 2주에 한 번 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불편했을 텐데 많은 분이 기다렸다가 주문하더라. 덕분에 5년여 만에 매출은 100배 정도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주문·배송이 빨라졌다(웃음).”

-국산콩으로 템페를 만들면 원래의 맛과 다르지 않나.

“한국은 예부터 콩이 좋기로 유명했기에 처음부터 국산 콩만 생각했다. 2020년 9월 한국-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당시 만찬을 준비하던 윌리엄 웅소 수석 셰프가 요청해 우리 템페를 보냈다. 셰프가 맛본 후 “인도네시아의 것보다 더 맛있다”고 말했다.”

-템페를 맛있게 먹는 법.

“자른 템페를 팬이나 에어프라이어에 넣어서 노르스름해질 때까지 충분히 구워 먹는 것을 추천한다. 소금이나 후추, 파프리카 가루를 살짝 뿌리면 더 맛있다. 템페가 생소하다면 레스토랑에서 셰프가 만든 요리를 맛보는 것도 좋다. 셰프들은 템페의 다양한 스펙트럼, 어떤 요리에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매력 포인트로 꼽는다.”

-올해 목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계속 진행 중이다. 또한 템페는 알고 있지만, 여전히 생소하게 느껴져서 구매는 하지 않는, 잠재적 고객을 유입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템페를 활용한 간편 식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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