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후의 역습…'도로의 지뢰' 포트홀 12월에 2배 급증

문희철 2024. 1. 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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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서 장마로 인해 발생한 포트홀. [사진 서울시]

경기도 부천시에서 영등포구 여의도동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운전하다가 승용차가 유독 덜컹거린다고 느꼈다. 도로에 움푹 팬 구멍(포트홀·pot hole) 때문이다. A씨는 “포트홀을 밟았다가 타이어가 터지거나 휠이 망가지는 사고를 피하려고, 스티어링휠을 틀어 중앙선을 살짝 침범했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자동차와 충돌할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포트홀이 전년 동월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었다. 42년 만에 가장 많이 내린 눈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서울 시내에서 포트홀이 총 7만1572개 발생했다. 서울시는 “법적으로 파손 부위 지름이 15㎝ 이상이면 포트홀로 분류하지만, 15㎝ 미만 도로 파손도 모두 포트홀로 구분해 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기후가 유발한 포트홀

최근 3년간 매년 12월 서울시 포트홀 발생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통상 포트홀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장마철 집중호우와 여름 급격한 온도변화가 포트홀을 유발한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서울지역 7~8월 월평균 포트홀 발생 건수는 3189개로 전체월 평균(1988개)의 2배가 넘는다. 최악의 물난리가 난 2022년 8월에만 5383개가 발생, 2021년과 2023년보다 2배 정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유독 평년 대비 포트홀 발생 건수가 많았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시내에서 발견한 포트홀은 1649개로 직전 달(2023년 11월·875개) 대비 188% 수준을 기록했다. 2021년(870개)·2022년(896개)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유독 많았다.

최근 3년간 서울시 포트홀 정비 예산. 그래픽=차준홍 기자

서울시는 지난달 기온이 널뛰기하고 폭설이 내리는 등 이상기후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도로에 스며든 물기가 얼고 녹기를 반복해 아스팔트 지반이 약해지면서 포트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폭설이 내리면 도로에 살포하는 염화칼슘이 도로를 부식해 포트홀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엔 봄 같은 날씨를 보이다 급격히 영하권으로 기온이 곤두박질치기도 했고, 연말엔 서울 지역 적설량(12.2㎝)이 42년 만에 최대 기록을 경신하는 등 이상 기후가 반복하면서 포트홀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자치구별로 지난해 발생 건수를 보면 보면 영등포구(3348건)가 가장 많다. 이어 양천구(2003건)·구로구(1738건)·서초구(1508건) 순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포트홀 발생 통계는 대체로 간선도로 면적과 비례하는데, 영등포구·양천구는 자동차 통행이 잦은 경인로·국회대로가 통과하는 구간이라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경사도가 있어 물이 쉽게 빠지는 산지 지형이 많은 중구(104건)·도봉구(140건)·강북구(147건) 등 연간 포트홀 발생 건수가 200건에도 못 미쳤다.

AI가 포트홀 감지…24시간 이내 복구

서울시 관계자들이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발생한 포트홀을 긴급보수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포트홀은 행정력 낭비 요인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노면 상태를 5단계(A~E등급)로 구분해 포트홀을 관리 중이다. 등급이 낮은 노후 도로를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포트홀을 정비하고, 미처 정비하지 못한 곳에 발생하면 신고를 받는 즉시 대응한다.

지난해엔 버스·택시를 이용해서 인공지능(AI)기술로 포트홀을 탐지하는 ‘포트홀 자동 탐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0여대의 버스·택시 전면에 부착한 카메라가 수집한 노면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포트홀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김경수 서울시 재난안전관리실 포장관리팀장은 “자동 탐지 시스템이 포트홀로 판단하면 긴급보수재(아스콘·그리드)를 이용해 24시간 이내에 즉각 보수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포트홀을 카메라가 자동으로 탐지하고 있는 장면. [사진 한국도로공사]

문제는 이와 같은 포트홀이 각종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차량이 움푹 팬 웅덩이를 지나가면 타이어가 파손하거나 자동차 바퀴 정렬 상태가 어긋나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포트홀을 지나는 차가 웅덩이에 채워져 있던 물을 튀기면 보행자가 물벼락을 맞기도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포트홀은 주로 일교차가 큰 여름이나 겨울철 아스팔트 아래 스며든 물로 인해 흙이 유실되거나 하부가 팽창해 지반이 느슨해지면서 발생한다”며 “운전하면서 포트홀에 즉시 대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도로 관리 주체가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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