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1일 1용기
언제든 거절당할 수 있고
실패할 수 있다 받아들여야
나는 용기가 없다. 용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거나 말해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한동안 용기 없이 살았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바람들이 생겼고 그 일을 하려고 보니 용기가 필요해졌다. 내 용기 어디 있지? 어딘가에 있을 용기를 끌어내야 한다. 미루는 일들, 하기 싫은 일들을 생각해 봤더니 용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올해의 키워드는 ‘용기’가 됐다. 초보 단계니까 대단한 용기보다는 소소하게 ‘1일 1용기’가 목표다.
봄에 열릴 아트페어 준비를 하고 있다. 작년부터 초대작가 코너를 만들었다. 딱히 우리 초대를 기다리는 작가가 있는 건 아니다. 인지도 있는 작가가 신진 비중이 높은 우리 아트페어에 참여하면 프로그램이 풍성해질 것 같았다. 평소 팬심으로 지켜보던 작가 즉, 나와 브리즈 아트페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예술가에게 ‘우리 아트페어에 작품을 전시하고 후배들을 만나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하는 일은 내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왜 전화 한 통 하는 일도 어려운 걸까. ‘누구시죠?’ 하면 뭐라고 소개할까, ‘제가 그 전시에 왜 나가야 하죠?’ 하면 뭐라고 답할까, ‘싫은데요’ 하면 뭐라고 해야 할까 생각하는 동안 용기는 두려움 뒤에 숨어버렸다. 에이, 그냥 하지 말까. 하지만 시도도 안 하고 포기하면 무엇 하나 새로워질 일이 없겠지. 거절당할 두려움을 이기고 용기를 내기 위해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했다. 심호흡을 하고 눈을 질끈 감은 후 ‘에라 모르겠다’의 마음으로 돌진하는 거다.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그리고 거절당했다. 훗.
해외 진출을 위해 해외 파트너도 찾고 있다. 눈여겨본 곳이 있었지만 어떻게 연락해야 할까, 이메일을 보내면 읽기나 할까, SNS로 메시지를 보낼까, 영어가 자신이 없는데 괜찮을까 고민하며 온라인 염탐만 이어갔다. 자꾸 미루면서 영어 공부부터 시작할 뻔했지만 ‘1일 1용기!’를 외치며 어느 날 드디어 메시지 전송버튼을 눌렀다.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에 비하면 너무 간단한 일이었다.
요즘 아트페어에 지원한 작가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꽤 많은 분이 “저 용기 내서 지원했습니다”라고 고백해서 흠칫했다. 지원서를 낼까 말까, 언제 낼까, 포트폴리오를 몇 번이나 검토했을 것이다. 접수가 잘 됐는지, 경쟁률은 어떨지, 인터뷰에 오라고 할지 걱정했을 것이다. 나 역시 용기의 날들을 보내느라 너덜거리고 있는 입장이라 그 마음들이 유난히 헤아려졌다.
“용기 내주셔서 감사해요. 혹시 이번에 안 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80명 선정하는 데 900명이 넘게 지원했어요. 공간의 한계 때문에 저희가 좋은 분들을 놓치는 경우도 많아요. 아쉬움이 남으면 내년에 다시 지원해 주세요. 두 번 세 번 이상 지원하시는 분들도 많고 저는 그분들이 너무 고마워요.” 사실 나 자신에게 하는 얘기이기도 했다. ‘예스’라는 답변이 오지 않는다고 그 사람이 나를 무시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제안을 고마워하고, 나를 기억해 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내 얘길 듣더니 친구가 ‘리사 손’ 교수의 책 ‘메타인지 학습법’을 추천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완벽하지 않은 내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메타인지다.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들킬까봐, 거절이 두려워서,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모범생일수록 더 그렇다고 한다. 나도 상대도 완벽하지 않다.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든 실패하고, 거절당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용기가 있어야 계속 도전하고 새로운 것들을 알아갈 수 있다.
맞아, 내가 뭐 그리 대단한가, 실패한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열 번이라도 도전해서 성장할 수 있다면 좋은 거잖아. 대단한 것만 용기가 아니다. 추운 날 운동하러 나가는 것도, 다른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는 일에도 용기는 필요하다. 오늘도 ‘1일 1용기’를 마음에 품는다. 용기 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정지연(에이컴퍼니 대표·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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