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기 추락’ 진실공방… 우크라 격추냐, 러시아 자작극이냐

장은현 2024. 1. 2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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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벨고로드에서 발생한 러시아군 수송기 추락 사건이 진실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러시아는 수송기가 우크라이나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을 러시아의 '자작극'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접경지인 벨고로드에서 일류신(IL)-76 군 수송기가 추락했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은 추락한 수송기가 우크라이나군의 패트리엇 또는 IRIS-T 대공미사일에 격추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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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포로 등 74명 전원 사망
젤렌스키 “러, 장난하는 것 분명”
의문점 많아… 안보리서 논의키로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관계자가 24일(현지시간) 벨고로드에서 발생한 일류신(IL)-76 군 수송기 추락 사건 현장에서 기체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TASS연합뉴스


러시아 벨고로드에서 발생한 러시아군 수송기 추락 사건이 진실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러시아는 수송기가 우크라이나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을 러시아의 ‘자작극’으로 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이번 비행기 추락 사고는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러시아 영토에서 발생했다”며 “모든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포로들, 그 가족과 우리 사회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우크라이나군 정보국(GUR)이 진상을 파악하고 있고, 외무장관에게도 관련 데이터를 동맹국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접경지인 벨고로드에서 일류신(IL)-76 군 수송기가 추락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포로 교환을 위해 이송 중이던 우크라이나 병사 65명과 러시아인 승무원 6명, 호송요원 3명 등 74명이 모두 숨졌다”며 “해당 수송기가 우크라이나군의 대공미사일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관행대로 오늘 우크라이나 병력이 포로 교환을 위해 군 수송기로 벨고로드로 옮겨진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수송기에 자국 포로가 타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공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사령부는 “벨고로드로 접근하는 러시아 군용기는 정당한 표적으로 간주한다”면서도 “해당 수송기는 격추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의 사거리가 수송기 추락 지점까지 거리인 80㎞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은 추락한 수송기가 우크라이나군의 패트리엇 또는 IRIS-T 대공미사일에 격추당했다고 주장했다. IRIS-T의 사거리는 20㎞에 불과하고 패트리엇의 사거리는 161㎞ 정도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패트리엇을 사용했다면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때 약속한 ‘러시아 본토 타격 시 사용금지’ 방침을 어긴 것이 된다.

러시아의 자작극 가능성도 제기된다. CNN에 따르면 일부 관측통은 수송기 추락 당일 해당 지역에서 러시아 미사일 방어망이 고도의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수송기가 추락하기 직전 우크라이나 무인기가 격추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미사일을 막지 못했을 리 없다는 얘기다.

수송기 탑승 인원 가운데 포로 65명을 감시하기 위한 호송요원이 3명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도 의문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포로였던 막심 콜레스니코우는 엑스(옛 트위터)에서 “이전에 러시아 브랸스크에서 벨고로드로 이송됐을 때 수송기에는 우크라이나 포로 50명에 러시아 군사경찰 20명이 탑승했다”고 설명했다.

CNN은 “이번 사건은 전쟁 국면에서 끊이지 않는 정보전쟁의 다른 사례”라고 짚었다. 러시아는 2022년 7월 우크라이나 포로가 수감돼 있던 도네츠크주 올레니우크 교도소 피격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이후 광범위한 법의학 조사 결과 러시아 측 주장이 매우 모호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5일 회의를 열고 이번 사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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