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한명도 변고 없게…” 핫팩 건네며 밤새 노숙인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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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한파'가 나흘째 이어진 25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 서울역 우체국 앞 지하보도.
노란색 패딩 점퍼를 입은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소속 사회복지사 오강현(27)씨가 계단에 침낭을 깔고 누워 있는 노숙인 A씨에게 말을 걸었다.
사회복지사 우대경(50)씨는 "노숙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탈노숙이지만 이런 한파 때는 생존이 제1 목적"이라며 "노숙인이 최소한 거리에서만큼은 돌아가시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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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파에는 생존이 최우선”
보온 물주머니·마스크 나눠주며
일일이 센터로 옮기도록 설득해
‘북극 한파’가 나흘째 이어진 25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 서울역 우체국 앞 지하보도. 노란색 패딩 점퍼를 입은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소속 사회복지사 오강현(27)씨가 계단에 침낭을 깔고 누워 있는 노숙인 A씨에게 말을 걸었다. “어젯밤에 춥지 않으셨나요. 웬만하면 센터에서 주무시면 좋겠는데….” A씨는 계단 한 칸에 상자를 깔고, 그 위에 체크무늬 이불을 한 겹 더 얹어 냉기를 막고 있었다.
A씨는 “눈물 나게 추웠다”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씨는 가방에서 핫팩과 일회용 마스크, 초콜릿 과자를 꺼내 A씨에게 건넸다. 오씨는 “저희 센터, 24시간 열려 있는 거 아시죠? 언제든지 오세요” 하며 말하고 자리를 떴다.
서울역 주변은 서울에서 노숙인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현재 노숙인 약 170명이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갑자기 찾아오면서 노숙인들은 위험에 내몰렸다. 서울시는 지난해 애초 50명이던 거리상담반 인원을 지난해 11월부터 124명으로 대폭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오씨는 서둘러 서울역 안으로 이동했다. 곧 역내 3층 구석에 앉아 있던 노숙인 B씨를 마주쳤다. 오씨는 B씨에게도 기온이 떨어지면 꼭 센터를 방문해 휴식을 취하라고 권했다. B씨는 “남한테 의지하는 게 미안하다”고 했다. 현재 서울역 노숙인 지원센터에서 밤을 지내는 이들은 약 40명에 달한다고 한다. 오씨는 “센터 방문을 거절하는 사람까지 강제로 데려올 수는 없다”며 “어느 정도 신뢰 관계가 쌓이면 마음을 열 수도 있다. 그래서 최대한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직원들은 겨울철이면 매일 밤 뜨거운 물을 담은 1.5ℓ 물통 십여개를 준비한다. 서울역 인근 텐트촌을 비롯해 노상에서 잠을 청하는 이들의 몸을 덥히기 위한 용도다.
활동가들은 매일 밤 12시에 노숙인에게 핫팩을 나눠준다. 이후 새벽 2시쯤 다시 한번 찾아가 뜨거운 물통을 노숙인 가슴에 끼워주고 있다. 이후 오전 7시쯤 노숙인을 다시 찾아 식은 물통을 수거해 온다. 노숙인 대부분은 이들에게 “잠을 깨운다”며 싫은 소리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노숙인을 계속 보살피는 것은 한파에 체온 저하로 위험한 상황이 닥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사회복지사 우대경(50)씨는 “노숙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탈노숙이지만 이런 한파 때는 생존이 제1 목적”이라며 “노숙인이 최소한 거리에서만큼은 돌아가시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하 10도를 넘나들던 한파는 찬 공기가 점차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26일 오전부터 풀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복지사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2월에도 갑자기 꽃샘추위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씨는 “매일매일 주어진 일을 하지만 한파가 찾아오는 겨울에는 더 긴장감을 갖고 일한다”며 “아무 사고 없이 겨울이 지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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