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 메달을… 주정훈 “발등 부러질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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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상 속으로 그래요. '네 팔이 부러지나, 내 발등이 부러지나 해보자'고."
25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장애인태권도 간판 주정훈(30·SK에코플랜트)은 두 여성에게 공을 돌렸다.
장성한 손주가 도쿄패럴림픽 동메달을 들고 요양원을 찾았지만 할머니는 치매 탓에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주정훈은 "할머니가 소고기를 좋아하셨다"며 "파리에서 메달을 딴 뒤 선산을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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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金 이어 파리패럴림픽 겨냥
장애인체육회, 공식 훈련 돌입
“저는 항상 속으로 그래요. ‘네 팔이 부러지나, 내 발등이 부러지나 해보자’고.”
25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장애인태권도 간판 주정훈(30·SK에코플랜트)은 두 여성에게 공을 돌렸다. 어머니는 남자만 셋인 집안의 기둥이었다. 경기장에서 맞는 막내아들을 볼 때면 마음 아파하다가도 “죽더라도 코트에서 죽으라”고 채찍질했다.
할머니는 부모 대신 어린 주정훈을 돌봤다. 그가 두 살 때 오른손을 잃은 뒤론 자책에 시달렸다. 장성한 손주가 도쿄패럴림픽 동메달을 들고 요양원을 찾았지만 할머니는 치매 탓에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게 둘의 마지막 기억이 됐다.
그가 잘해야 할 이유는 더 있었다. 신인 땐 독기를 연료 삼았다. 도쿄 전까지 태권도는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었다. 타 종목과 체육관을 함께 쓰다 보니 한여름에 히터를 틀어둔 채 운동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중견이 된 지금은 책임감이 커졌다. 선수층이 얇으니 자신이 길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정훈은 “우즈베키스탄은 어린 선수들만도 50명이라더라”고 부러워했다.
장애인태권도는 얼굴 가격을 금한다. 반대로 몸통 발차기가 쉴새없이 오간다. 시합을 마치면 진이 빠져 혼자 옷도 못 벗을 때가 많다. 훈련도 만만치 않다. 맷집을 키우고자 얇은 호구 한 겹만 끼고 발차기를 받아내면 숨이 턱턱 막힌다.
땀방울의 결실은 분명했다.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세계 랭킹을 2위까지 끌어 올렸다. 주정훈은 “할머니가 소고기를 좋아하셨다”며 “파리에서 메달을 딴 뒤 선산을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체육회는 이날부터 2024년 공식 훈련에 돌입했다. 파리패럴림픽 메달 가능성이 특히 큰 5개 종목 20여명을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천=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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