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갈등과 봉합, ‘여의도 용어’가 태운 롤러코스터 48시간 [정기수 칼럼]
다짜고짜 ‘사퇴 요구’, 비서실-친윤계-언론 합작
‘父子 관계’가 낳은 충동적 해프닝으로 봐야
어차피 공멸로 갈 수 없는 처지, 해법은 하나
주군의 총애를 받는 2인자가 야전사령관으로 조기 등판한 지 한 달 만에 서로 충돌하는 미증유의 사태가 싱겁게(?) 끝나고 있다.
여당과 보수우파 지지자들은 믿었던 두 사람의 갈등을 믿고 싶지 않았다. 야당과 진보좌파 반대자들은 상황을 반기면서도 짜고 치는 고스톱, 약속 대련을 의심했다.
아니나 다를까 서천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은 90도 인사로 윤석열에게 “깊은 존중과 신뢰”를 보였다. 윤석열은 그런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씩 웃어 주었다.
“저는 대통령님에 대해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거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상황은 이걸로 끝이다. 허탈한 민주당이 쇼라고 야유했다.
“아무리 윤석열-한동훈 브로맨스 화해쇼가 급했다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을 어떻게 배경으로 삼을 생각을 하느냐. 국민의 아픔은 윤석열-한동훈 정치쇼를 위한 무대와 소품이 아니다.”
갈등과 충돌은 부정확하거나 그것을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에서 과장한 언론 매체들 보도와 친윤계의 작업이 낳은 ‘여의도 용어’였다. 여기에 비서실장 이관섭과 한동훈이 부인하지 않는 확인 어법으로 그것을 확대 재생산했다.
이것이 합리적인 사후 추론 해석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는다. 윤석열과 한동훈은 김영삼-이회창, 이명박-박근혜 관계처럼 서로 치고받을 수 있는 사이도 아니고 그런 정치를 배운 적도 없다.
나라를 걱정하는 보수우파 지지자들로서는 믿기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느닷없는 갈등과 이틀 만의 봉합 롤러코스터를 탔다가 내린 기분이다. 예상했던 안도다. 공멸은 피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고, 둘이 싸운다는 게 어불성설이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대통령 윤석열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회적 아들 한동훈에게 나가라고 했다는 게 말이 안 됐다. 한동훈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개딸 전체주의 민주당의 폭정 유지를 막아내고자 집권 여당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맡았다.
그는 용기와 헌신 약속을 지키며 분투해 오고 있었다. 70여일 후 총선 승리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정체성이 불분명한 호남 출신 김경율을 영웅시했고, 그의 입에 맞장구치며 부인 김건희 명품 백 문제를 건드리긴 했다.
윤석열은 이것을 대견하게 보지 않고 괘씸하게 여기며 “이놈 봐라”하며 “너, 내가 그렇게 하라고 당 대표 시킨 것 아냐. 그만두고 내려와!”라고 했다는 게 비서실장 이관섭의 ‘사퇴 요구’에 숨겨져 있는 尹의 직설 워딩이다. 화가 나서 말한 충동이었을 것이다.
이 ‘벌거숭이 노출 쇼’를 여과 없이 ‘연기’하고 ‘송출’한 이관섭이라는 사람과 대통령실 참모들, 친윤계 의원들이 한심하다. 대통령을 어떻게든 달래서 냉각기간을 갖도록 해야 하는 게 그들의 책무가 아닌가?
한동훈이 그 자리에서 사퇴를 거부, 유야무야가 되어 버릴 것 같으니 언론에 흘리기까지 했다. 한 매체가 밑도 끝도 없이 사퇴 요구와 거부 사실을 주말 밤에 내보내자 메이저 언론들이 이것을 허겁지겁 받았다. 그 흔한 ‘격노’ 과정도 생략되고 왜 다짜고짜 사퇴하라고 했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다.
남은 3년 보수우파 정권을 위해서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도 그 앙금이 남지 않도록 시원하고 솔직하게 털어 내야만 한다. 김건희 디올 백 문제를 상식대로 풀어내는 것이다.
디올 백 수수 사건은 정치 공작, 함정 몰카 범죄가 본질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 특히 그녀에 대해 부화뇌동으로 비호감인 다수 중도/무당층의 눈과 마음이 문제다. 이들은 속인 놈보다는 속은 사람이 더 문제라고 김건희를 보고 있다.
그들 표가 성패를 가르는 영호남 외 지역 출마 예정자들이 그래서 아우성친다. 김경율은 이들 입장을 대변하면서 광주, 운동권, 참여연대 출신으로서의 차별성을 과시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당치 않는 마리 앙투아네트 단죄도 들먹여 윤석열 부부를 격분케 했다.
한동훈이 그를 제어하지 않고 ‘국민 눈높이’를 말하며 호응하는 태도를 보이자 그를 아들처럼 여겨 온 대통령이 순간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자체로 또 문제다. 공과 사도 구별 못하는,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는 대통령이란 말을 듣게 되지 않겠는가?
용산과 한동훈은 결국 공멸로 가지 않는 길을 찾아야 하고 찾을 것이다. 찾되 솔직하게 찾아야 한다. 해법은 하나다. 디올 백 수수 과정과 잘못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국민들은 무턱대고 자기가 잘못했다는 사람 욕하지 않는다. 상대가 나쁜 짓을 해서 속아 넘어간 것이라고 해봐야 구차하다. 그녀가 여염집 아녀자가 아니고 대통령 부인이기 때문이다.
글/ 정기수 칼럼리스트(ksjung7245@naver.com)
※ 외부 필자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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