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라이프톡] 러시아 민요 ‘스텐카 라친’
‘넘쳐 넘쳐 흐르는 볼가 강물 위에 / 스텐카 라친 배 위에서 노랫소리 들린다…’
1970년대 통기타 가수 이연실이 불렀던 ‘스텐카 라친’은 러시아 민요다. 스텐카 라친은 17세기 러시아 농민반란 지도자로 볼가강 유역에서 활약했다. 그는 전제군주의 폭정에 저항한 영웅이 되었고, 그를 기리는 마음은 민요가 되었다. 그 영웅서사를 드라마틱하게 장식한 건 페르시아 공주 에피소드다.
‘돈코사크 무리에서 일어나는 아우성 / 교만할손 공주로다 우리들은 주린다…’
스텐카 라친이 페르시아 지역을 공략하던 중 얻게 된 공주와 사랑에 빠져 초심을 잃었다. 그를 따르던 무리(돈코사크)들은 교만한 공주 때문에 굶주리게 됐다며 아우성이다. 결국 스텐카 라친은 공주를 강물에 던진다.
‘꿈을 깨친 스텐카 라친 장하도다 그 모습.’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볼가강처럼 도도히 흐르는 멜로디에 비장한 서사는 무거운 여운을 남긴다. 여러모로 불온한지라 군사정권 시절 내내 금지곡이었다.
오래된 금지곡이 떠오른 건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김웅 의원(국민의힘)의 파격 해법 탓이다. 김웅은 24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가) 사저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해서 잠시 외국에 나가 있겠다랄지 하면 이 국면이 뒤집어진다”고 말했다. 파격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야당의 공작에 시달리다 총선에서 패배한다는 주장이다.
‘정치를 위해 사랑을 내치라’는 주장은 매정하게 들린다. 그만큼 김건희 리스크가 심각하고, 여당의 사정이 절박하다는 아우성이다.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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