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앞 잇단 정치인 테러…이번엔 배현진 의원 피습

김효성, 이영근, 김서원, 전민구, 우수진 2024. 1. 2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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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배현진(서울 송파을·사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강남에서 15세 중학생에게 습격당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피습당한 지 23일 만에 여당 의원마저 습격받은 것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을 향한 물리적 공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 의원은 이날 오후 5시18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안에서 강남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군에게 돌로 머리 뒤쪽과 얼굴 등을 무차별 가격당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피의자 A군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던 배 의원을 뒤따라와 “국회의원 배현진이냐”고 물은 뒤 갑자기 습격했다고 한다. 의원실 관계자는 “손바닥 크기의 돌이 쪼개질 정도로 가격했고,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고 전했다. 배 의원은 개인 일정을 위해 해당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의원실이 공개한 건물 CC(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배 의원이 건물 내부로 들어선 직후 뒤따르던 A군을 보며 무언가 말을 했고, 이 순간 A군이 오른손으로 배 의원의 머리와 얼굴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A군은 배 의원이 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건물 안쪽에서 한 남성이 나와 제지할 때까지 10여 초간 10여 차례 가격을 계속했다. 주변의 CCTV에는 A군이 배 의원 도착 30여 분 전부터 해당 건물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A군을 특수폭행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해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미성년자임을 감안해 관련 규정에 따라 수사 사항과 신상 정보 등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피습 직후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 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조치를 받고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의식이 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15세 중학생, 배현진 오기 30분 전부터 주변 서성이다 범행

박석규 신경외과 교수는 브리핑에서 “출혈이 아주 심하진 않았다”며 “1㎝ 정도 열상을 봉합했다”고 설명했다. 이정재 순천향대 서울병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배 의원이 돌멩이에 찍혀 이마와 오른쪽 눈가에 상처가 났고, 넘어지며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혀 열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CT상으로 두개골에 금이나 내부 출혈은 보이지 않지만, 뇌진탕이나 모세혈관 출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내일 MRI 정밀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건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정치테러’를 규탄했다. 오후 6시50분쯤 병원을 찾아 배 의원의 상태를 살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배 의원이 잘 이겨내고 있다. ‘국민께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전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테러로 인한 피해는 진영의 문제나 당의 문제가 아니다”며 “다만 막연한 추측이나 분노로 인해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도 안 될 것 같다. 냉정하게 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배현진 의원(왼쪽)이 25일 서울 강남구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하고 있다. [사진 배현진 의원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배 의원이 피습당한 지 1시간30분 만에 페이스북에 “어떠한 정치테러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믿을 수 없는 사건에 상처가 저릿해 온다. 배 의원의 조속한 쾌유를 기도한다”고 썼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방문 도중 6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려 수술을 받았다.

제3지대도 배 의원 피습 사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수사기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위원장은 “가해자가 배 의원임을 확인하고 테러를 가했다는 점에 우려가 크다”며 “대상이 정치인이든, 누구든,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김영호 개혁신당 대변인도 “정치가 더는 사회적 증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정치권 전체가 힘을 모을 때”라고 밝혔다.

외신도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 분열이 극에 달했다”며 “한국에서 정치인에 대한 공격은 드문 일인데, 이달에만 연속으로 정치테러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야당 대표가 괴한에게 목을 찔린 지 몇 주 만에 발생한 이번 피습은 한국의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에 대한 우려를 더욱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효성·이영근·김서원·전민구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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