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와 3대3 무승부…자존심 구긴 16강
한국 축구 ‘치욕의 날’ 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최약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졸전 끝에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며 우승 후보의 자존심을 구겼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 3차전에서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손흥민(토트넘)이 연속골을 터뜨렸지만 말레이시아에 3골을 내주며 3-3으로 비겼다. 말레이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로 E조 최약체다. 게다가 이미 2패를 당해 대회 탈락이 확정된 상태다. 한국은 23위로 대회 우승 후보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1승2무)은 승점 5점을 기록, 바레인(승점 6·2승1패)에 이어 조 2위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2차전까지 3위였던 바레인은 같은 시간 벌어진 3차전에서 요르단을 1-0으로 물리쳤다. 요르단(승점 4)은 3위, 말레이시아(승점 1)는 최하위다.
조 2위에 머문 한국의 16강 상대는 F조 1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하다. 31일 오전 1시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조별리그 1위로 16강에 오를 경우 결승전에서 맞붙는 대진이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조별리그에서 예상을 깨고 조 2위에 그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한 수 아래로 평가 받은 요르단과 말레이시아에 잇달아 고전 끝에 비긴 클린스만호의 부진한 경기력으로는 어느 팀을 만나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필승을 다짐하면서 정예 멤버를 내세웠다.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1, 2차전에서 뛴 주축 선수들을 선발로 기용했다. 정우영(슈트트가르트)과 김영권(울산)만 이번 대회 첫 선발이었다. 이에 맞서 김판곤(55) 감독이 지휘하는 말레이시아는 경기 초반 거친 수비로 한국의 공격을 저지했다. 특히 이강인이 공을 잡을 때마다 강한 태클로 괴롭혔다. 손흥민이 드리블을 시작하면 수비수 2~3명이 달라붙어 육탄 방어를 펼쳤다. 답답한 흐름은 첫 선발 기회를 잡은 정우영이 깼다. 전반 21분 이강인이 올린 코너킥을 정우영이 훌쩍 뛰어 올라 헤딩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 사이한 하즈미가 몸을 날리며 손끝으로 공을 걷어냈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공이 골라인을 넘었다고 판명났다.
말레이시아는 후반 들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후반 6분 황인범(즈베즈다)이 한국 진영에서 파이살 할림에게 볼을 빼앗겼다. 할림은 순식간에 한국 페널티박스까지 드리블해 골키퍼 조현우까지 제치고 동점골을 넣었다. VAR을 거쳤지만 골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갑작스런 실점에 한국 수비는 흔들렸다.
11분 뒤 말레이시아에 역전골까지 허용했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말레이시아의 크로스를 걷어내려던 수비수 설영우(울산)가 상대 공격수의 발을 걷어찼다. 이 장면은 VAR 끝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말레이시아는 키커로 나선 아리프 아이먼이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부턴 말레이시아는 자신의 안방처럼 한국 진영을 휘저었다.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수식어 무색할 만큼 클린스만호는 공·수에서 무기력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수비진 난조에도 전술 변화 등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맡기는 ‘무작전 방임 축구’로 일관했다. 한국은 후반 막판 에이스 이강인의 동점골(공식 기록은 상대 자책골)과 손흥민의 극적 역전골로 승부를 뒤집었지만 경기 종료 직전 로멜 모랄레스에게 통한의 동점 골을 내주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플레이메이커 이강인의 활약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앞서 정우영의 골을 도운 데 이어 후반 38분 자신이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의 자책골로 기록됐지만, 특유의 정확도 높은 킥의 위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오현규(셀틱)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켜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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