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이고 사적인 취향의 공간이 믹스된 디자이너 최중호의 스튜디오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15년째 ‘최중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 최중호는 스튜디오의 시작과 과정이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던 학창시절, 가전제품이나 통신기기 분야로 취업하던 당시 흐름과는 달리 그는 가구와 공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대학교 3학년 때 디자인한 ‘미려’ 체어를 건축가 스티븐 홀이 자신이 설계한 성북동 대양갤러리에 놓기로 결정하면서 그의 디자인 세계는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렸다. 최중호 스튜디오 오피스는 강남의 한적한 골목에 있다.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인 게 마음에 들었어요. 특이한 자재보다 그 안에 놓이는 가구와 제품으로 공간이 완성되길 바랐거든요.” 스튜디오는 건물의 두 개 층을 사용하는데, 아래층은 사무실과 회의실로 나뉜다. 회의실에는 최중호 스튜디오에서 지금까지 디자인했던 수많은 아이템을 모은 아카이브 공간이 있다. 테이프 디스펜서와 비데, 전기압력밥솥, 어린이 전기자동차부터 의자와 가구, 테이블, 조명까지 이곳에 놓인 물건으로 집을 꾸릴 수 있을 만큼 영역이 방대하다. 위층은 최중호 대표가 개인 시간을 갖거나 소규모 회의를 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여닫이 문을 열면 숨어 있는 계단이 나타나고, 커다란 창과 작은 정원이 펼쳐진다. 정원에서는 업무 중에 잠시 여유를 즐기거나, 친구들과 가든파티를 하거나, 가족과 도심 캠핑을 즐기기도 한다.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가구는 대부분 최중호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아이템이다. 개인적으로 프로젝트에 참고하기 위해 가구나 소품을 구입하기도 하는데 기능성과 구조, 디자인이 만족스러운 제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최소한의 면과 선으로 제품을 구현한 마틴 반 세브렌의 MVS 라운지체어, 콘스탄틴 그르치크의 메이데이 램프, 몬스트럭처의 스틸 모듈 가구 등이 그렇게 선택돼 스튜디오에 자리 잡았다.
최중호 스튜디오는 명동의 보버 라운지를 시작으로 카페와 레스토랑, 공유주택을 연이어 디자인하고 아파트 브랜드의 통합 시설 디자인을 설계하면서 폭넓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단지 아름답기만 한 공간이 아니라 현시대의 분위기와 문화를 디자인에 담고 싶어 한다. “다양한 디자인을 하지만 결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이라는 이름 안에서는 어떤 것도 가능하니까요. 하나의 프로젝트가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면 다른 프로젝트에 분명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그는 한 영역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것만이 디자인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자신도 광범위한 문화와 취미에 관심을 가지며 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타기 시작한 전기자전거 ‘슈퍼73’, 학창시절부터 즐겨온 농구와 힙합 음악, 패션 디자이너였던 어머니와 함께한 유년시절, 이 모든 것이 지금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최중호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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