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자존심' 韓축구, 졸전 끝에 말레이와 3대3 무승부(종합)

선제골 넣고도 역전 허용하며 끌려가
요르단·말레이와 비기며 1승2무 2위
31일 16강 상대 사우디아라비아 유력

한국 축구 대표팀 자존심이 다시 한번 무너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한 수 아래로 여긴 말레이시아와 난타전 끝에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를 E조 2위로 마쳐 16강 경기에서 F조 1위가 유력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날 가능성이 커졌다.

축구 대표팀은 25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마지막 세 번째 경기에서 1, 2차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말레이시아에 세 골이나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을 허용하며 후반 82분까지 1대2로 밀려 자칫 패배를 기록할 뻔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3대2 역전을 이끄는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줬다. 정우영이 처음으로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고 수비에서는 정승현과 이기제 대신 김영권과 김태환이 선발 출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선발명단 변화는 적중하는 듯 했다. 전반 21분 정우영이 선제골을 넣었다. 이강인이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정우영이 헤더로 연결해 골을 터뜨렸다. 말레이시아 골키퍼가 공을 쳐 냈으나 이미 골라인을 넘어간 뒤였다.

한국은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하면서 전반을 1대0으로 앞선 채 마쳤다.

하지만 후반 초반 상대의 역습에 수비가 잇따라 무너지며 역전을 허용했다. 후반 6분 파이살 할림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16분에는 아리프 아이만에게 페널티킥 역전골까지 허용했다.

다급해진 클린스만 감독은 곧바로 교체 카드를 빼들었다. 후반 17분 조규성과 황인범을 빼고 홍현석과 황희찬을 투입했다. 후반 30분에는 설영우와 정우영을 빼고 김진수와 오현규를 투입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동점골은 후반 37분에야 나왔다. 이강인이 골이나 다름없는 자책골을 유도했다. 이강인은 페널티박스 바깥 중앙에서 상대 반칙을 얻어냈고 직접 프리킥을 차 골로 연결했다.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이 절묘하게 오른쪽 상단 구석에 꽂히면서 상대 골문을 갈랐다. 골키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기막힌 프리킥이었다. 상대 골키퍼는 온몸을 던져 손을 뻗었으나 공은 골키퍼 손을 스친 뒤 골포스트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식 기록은 상대 골키퍼의 자책골이었다.

후반 45분에는 오현규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경합하며 상대 반칙을 얻어냈다. 주심이 비디오 판독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손흥민이 여지없이 골을 성공시키며 3대2 역전을 이끌어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마지막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한 뒤 망연자실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고전했지만 그래도 자존심을 지켜내는구나 싶었던 경기는 경기 종료 직전 수비가 방심한 틈에 동점골을 내주며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말레이시아의 로멜 모랄레스가 중앙에서 패스를 받아 한 차례 터치 후 빠른 타이밍으로 슛을 노리면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수비가 적극적으로 압박하지 않으면서 허무하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한국은 E조에서 가장 약체로 생각한 말레이시아와 예상 밖의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1승2무, 조 2위로 조별 리그를 마쳤다. 16강 경기는 오는 31일 오전 1시 F조 1위와 치른다. 현재 F조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승으로 1위, 태국이 1승1무로 2위를 기록 중이다. 두 팀은 26일 조 1위를 가리는 맞대결을 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