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이 극찬했다는 ‘올영 성공 방식’···매장은 물류센터·명동은 역직구 쇼룸으로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1.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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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계와 유통업계 관계자 이목이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에 집중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몸소 서울 용산 올리브영 본사를 방문해 격려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이 회장이 계열사를 직접 찾는 등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그는 “사업을 준비하고 일하는 방식이 그룹 다른 회사도 배워야 할 모범”이라고 올리브영을 치켜세웠다.

칭찬의 이유를 달리 찾을 필요 없다. ‘실적’만으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이 2조79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4%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44.3% 오른 274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이미 2022년을 넘어섰다. 사상 최초 연 3조원 매출이 확정적이다. 하지만 결국 그 호실적을 이끈 건 이 회장이 극찬한 ‘올리브영의 사업 방식’에 있다. ‘올영 성공 방식’에 대해 분석해봤다.

CJ올리브영 호실적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 왼쪽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서울 용산 올리브영 본사를 직접 방문해 직원 격려에 나서는 모습. 오른쪽은 서울 명동에 최근 리뉴얼 오픈한 글로벌 특화 매장 ‘올리브영 명동 타운점’. (CJ그룹, CJ올리브영 제공)
오프라인 → 온라인…남다른 O2O

전국 매장 물류 거점으로…45분 배송

올리브영 성공 핵심은 단연 ‘O2O’ 역량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다소 뻔한 얘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올리브영 O2O는 사실 출발점이 다르다.

O2O 어원은 ‘온라인 투 오프라인(On-line to Off-line)’이다. O2O 성공 사례로 꼽히는 대부분 기업 역시 기존 온라인 사업자가 오프라인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케이스다. 올리브영은 반대다. 오프라인 매장 위주 사업에서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온라인 성공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올리브영 공식 온라인몰 서비스를 시작한 첫해인 2017년, 당시 연간 주문액은 600억원대였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이를 25%까지 끌어올렸다.

‘매장’이라는 공간을 다방면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이 비결로 꼽힌다. 단순 쇼룸을 넘어 ‘거점 물류센터’ 역할을 맡기면서 배송 속도를 확 끌어올렸다. 빠른 배송은 올리브영 온라인 성공의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올리브영 ‘오늘드림 서비스’는 오전 10시~오후 8시 주문 건에 ‘3시간 이내 도착’을 목표로 한다. 주문을 받는 즉시 인근 매장 내 재고를 확인한 후 바로 발송하는 방식이다. 오늘드림 배송 옵션 중 ‘빠른 배송’의 평균 소요 시간은 45분 안팎에 불과하다. 지방 소재 물류센터 한곳에 모였다 재배송되는 타 커머스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전국 1300여개 매장이 각각 작은 물류센터 기능을 하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즉시 배송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오늘드림 매출(단일 서비스 기준)은 연평균 5배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였다.

고객이 매장에 방문해 온라인 주문 제품을 직접 수령하는 ‘오늘드림 픽업’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방문한 김에 매장 내 다른 상품을 같이 구매하는 ‘연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올리브영 픽업 연계 매출은 전년 대비 20%포인트 넘게 늘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고객이 온-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며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온라인 물류 거점 역할, 나아가 온라인을 거친 고객에게 추가 구매 기회를 제공하는 입체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에서 느낄 수 있는 체험 요소를 온라인 환경에 구현하는 노력도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2월 올리브영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내에 만든 ‘매거진 전문관’도 그중 하나다.

단순 쇼핑뿐 아니라 뷰티 트렌드 파악을 위해 자연스레 앱을 켜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신 트렌드를 둘러보기 위해 매장에 들르듯 온라인몰도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 환경을 조성했다. 지난 10월에는 사진과 리뷰 등을 통해 상품 정보를 공유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능을 추가한 ‘셔터(Shutter)’ 서비스를 앱에 구현하며 커뮤니티 기능도 구축했다.

글로벌도 온·오프 시너지

한국서 산 화장품, 귀국 후 역직구

글로벌 소비자를 겨냥한 O2O 역량도 빛을 발하는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명동 매장을 최근 ‘글로벌 특화 매장’으로 재단장했는데, 온라인몰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 덕에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 반대로 올리브영 매장서 K뷰티를 체험한 외국인 관광객이 귀국 후에도 소비 경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기획도 많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서울 명동에 최초 글로벌 특화 매장 ‘올리브영 명동 타운점’을 리뉴얼 오픈했다. 국내 올리브영 매장 중 가장 큰 350평 규모로, 일평균 3000명 방문객 중 90%가 외국인이다. 매장 내 외국인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안내 서비스는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3개 국어로 확대했고 ‘올리브영 명동 타운점’ 전용 모바일 페이지도 만들었다. 층별 안내를 포함한 매장 지도와 외국인 인기 브랜드 위치 등을 3개 국어로 제공하는 페이지다. 외국인 편의를 위한 별도 휴게 공간도 마련했다. 무료 와이파이와 사후 면세(택스리펀) 등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명동 상권 매장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7배 가까이 급증했다. 중국인 구매 비중은 줄었지만 동남아와 영미권, 일본인 고객까지 매장을 찾으면서 고객층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온라인 글로벌몰과 시너지도 뚜렷하다. K뷰티 역직구 플랫폼 ‘올리브영 글로벌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77%가량 늘었다.

명동에 글로벌 특화 매장 오픈

3개 국어 안내 등 외국인 편의성 ↑

올리브영은 2019년부터 K뷰티를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역직구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이용한다. 취급 상품의 수(SKU)는 1만5000여개, 회원 수는 100만명 정도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K콘텐츠나 글로벌몰을 통해 한국 화장품의 우수성을 경험한 외국인이 매장을 방문해 K뷰티를 직접 체험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몰에서도 최신 K뷰티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획을 마련했다. 지난해 새로 시작한 K-뷰티 큐레이션 서비스 ‘뷰티박스’가 그중 하나다. 80여개 중소기업 브랜드 상품을 한데 담아 글로벌 고객에게 선보이기로 했다. 자력으로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 상품을 시즌 콘셉트에 맞춰 선별, 뷰티박스만 구매해도 최신 K뷰티를 한눈에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글로벌 K뷰티 O2O 쇼핑 플랫폼이 목표”라며 “전 세계 소비자와 브랜드 접점을 다각도로 확대하면서, 인디 브랜드가 주도하는 K뷰티 세계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4호 (2024.01.24~2024.0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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