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비상 언제까지…폼팩터에 ‘희망’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1.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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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영업손실 장기화 예상하는데…

SK그룹 2차전지 계열사 SK온의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자꾸만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선 적자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SK온은 2차전지 폼팩터 다변화에 속도를 내 업황 회복 때 점유율 확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로 SK온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SK온의 미국 조지아1공장 전경. (SK온 제공)
지난해도 영업손실

전방 산업 침체 직격탄

2차전지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SK온은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전망했다. SK온은 지난해 1분기 3447억원이던 영업손실 규모를 2분기 1315억원, 3분기 861억원으로 줄여왔다.

증권가는 많게는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4분기 SK온 영업손실을 395억원으로 추산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 기간 SK온이 영업손실 1875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규모 확대로 적자 규모를 다소 줄였지만,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은 거의 없다.

SK온 적자가 지속되는 이유는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전기차 수요 감소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둔화 조짐은 지난해 초 미국 테슬라가 가격을 대폭 인하한 게 기폭제가 됐다. 세계 최대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가 가격을 낮추자 미국을 비롯 주요 자동차 제조사도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중국 경기 침체 등 거시경제 요인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올 1월에는 미국 최대 렌터카 업체 허츠가 보유 중인 전기차 가운데 약 3분의 1을 매각하고 판매대금 가운데 일부를 내연기관차 구입에 쓰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전기차 수요 위축이 단기간 풀릴 조짐이 보이지 않자 증권가에서는 SK온의 영업손실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온이 2024년 매출 15조원, 영업손실 5180억원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2023년 영업손실 추정치(7500억원)보다는 줄었으나 SK온이 미국 AMPC 혜택을 받는다는 점에 비춰 실제 영업 실적은 2023년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해까지 경쟁사 대비 공격적인 증설을 단행한 SK온 입장에선 전기차 수요 둔화로 가동률을 높이지 못하면 수익성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2차전지 셀 제조사의 경우 반도체 산업 대비 고정비 비중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제조사의 원가 대비 고정비 비중은 50%, SK온 같은 2차전지 셀 제조사의 고정비 비중은 20% 안팎으로 추정된다. 고정비 비중이 낮으므로 2차전지 산업에서 손익 관리는 변동비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문제는 수요 둔화로 매출 성장이 위축될 때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공장 가동률이 위축되면 배터리 생산량이 줄고 이에 따라 단위 원가 부담이 커지는 악영향에 노출된다. 공장 가동률이 줄더라도 고정비는 그대로인 만큼 단위 원가 부담이 커진다. 즉, 배터리를 팔아 번 돈(매출)에 각종 변동비를 뺀 금액(공헌이익)이 고정비보다는 커야 영업이익 흑자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작금의 2차전지 업황은 가격(P)와 수요(Q) 모두 위축되고 있는 데다 SK온의 경우 경쟁사 대비 공격적인 설비 투자로 고정비 부담도 커졌다. 이 때문에 단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다수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예상보다 일부 고객사 수요 둔화 영향으로 판매 성장률이 소폭 하향됐고, 이로 인해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폼팩터 다변화 추세

3대 폼팩터 모두 제조

2차전지 산업 속성이 최근 반도체처럼 고객 맞춤형(Customized) 산업으로 질적 변화를 겪고 있는 점은 SK온에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차 시장이 초기 성장 구간을 거치면서 자동차 제조사가 원하는 2차전지 폼팩터(형태) 다변화 추세가 뚜렷하다.

SK온은 단일 폼팩터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줄곧 약점으로 지목됐다. SK온은 니켈 함량이 높은 고성능 하이니켈 기반 파우치형 배터리만 양산했다. 각형 배터리는 지난해 하반기 시제품 생산에 성공해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공급계약 단계로 이어지진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파우치와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면서 원통형 배터리도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에 비해 제품 포트폴리오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SK온이 승부를 건 분야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다. 수년 전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에서 비주류였다. 제조 원가는 낮지만 둥근 모양 탓에 불용 공간이 많아 대용량·고출력이 필요한 전기차에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짙었다. 판도를 바꾼 건 테슬라다. 테슬라는 기존 2170 배터리보다 크기와 용량을 대폭 키운 4680 배터리 제원을 2020년 9월 공개하고 지난해 생산에 성공했다.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밀도는 다섯 배, 출력은 여섯 배 개선돼 전기차 주행 거리를 최대 20%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정 횟수가 적어 가격 경쟁력과 생산성도 좋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현장에서 “원통형 배터리 개발이 꽤 많이 (진전)됐다”고 밝혔다. 파우치, 각형에 이어 원통형 배터리까지 생산에 성공하면 한국 배터리 업체로는 처음 3대 폼팩터를 모두 만들게 된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3대 폼팩터를 모두 생산하려면 생산공장 증설 속도를 더욱 가파르게 끌어올려야 한다. 가파른 증설 속도를 전방 산업 수요가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가동률 저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영업손실 기간이 예상외로 길어질 수 있다.

수율(收率·정상품 비율) 관리도 갈급한 과제다. 2차전지처럼 기술력이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수 산업에서는 수율이 곧 제조원가다. 증자와 차입금 등으로 조 단위 레버리지를 일으킨 상황에서 수율마저 적정 범위에서 관리되지 않을 경우 손익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계에서는 제조 전문가 이석희 사장이 SK온 수율 관리를 책임질 것으로 본다. 이석희 사장은 D램 미세 공정 기술 발전과 수율 안정화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대용량 원통형 배터리는 기술적 난제가 만만찮아 수율 속도전에서 앞선 제조사가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본다. 경쟁사는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4680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미국에서 새로 짓고 있는 애리조나 공장도 46시리즈 생산 거점으로 바꿔 내년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양산한다.

한편, SK온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에도 속도를 낸다. SK온은 이르면 2026년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4호 (2024.01.24~2024.0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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