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닻은 올렸는데…토스 몸값 20조? 벌써부터 고평가 논란
모바일 송금 애플리케이션(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상장 예비 작업에 돌입했다. 핀테크(Fintech·금융 기술)를 기반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을 거느린 금융 기업의 상장 소식에 증권가 관심이 뜨겁다. 이월드나 한화투자증권 등 토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기업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벌써부터 몸값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IPO 성공을 위해 막대한 적자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비상장 시장에서는 8조원대 수준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증권사로부터 IPO 입찰제안서(RFP)를 받았다. 올해와 내년 최고의 IPO 대어로 꼽히는 만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8개 주요 증권사가 참여했다. 토스는 적격 후보자(쇼트리스트)를 구성한 뒤 증권사별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거쳐 주관사를 선정한다. 주관사단 구성까지는 1년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별 차이가 있으나 ‘할인 전 기업가치’ 기준으로 15조원에서 20조원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는 대체로 기업가치의 20~30% 할인을 적용해 공모가를 적용한다. 이를 감안하면 공모 후 시가총액을 12조~16조원으로 예상한 셈이다.
토스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000만명이 넘는 금융 플랫폼이다. 은행·증권·보험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통합시킨 대표적인 ‘슈퍼앱’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2월 기준 MAU 1530만명을 넘겼다. ▲서비스 수 70여개 ▲누적 송금액 423조원 ▲누적 계좌 등록 수 1억6000만좌 ▲누적 카드 등록 수 5800만개 ▲누적 대출 실행액 28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국내 대표 금융 앱으로 자리 잡았다. 나이스디앤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다음으로 은행 선호도 3위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을 포함한 ‘인뱅’ 중에서 가장 앞선다. 특히 10~20대 젊은 세대에서 토스는 단연 인기다.
토스의 광고 사업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2022년 9월 디스플레이 광고 등 본격적인 광고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11월 기준, 처음으로 월매출 123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계열사 2곳이 흑자전환한 점도 고무적이다. 토스뱅크는 출범 이후 2년 만인 지난해 3분기 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토스증권도 35억원으로 첫 흑자를 기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페이를 제외한 전자금융업자 간 간편송금액이 81조원인데 이 중 대부분이 토스 이용 금액으로 추정된다”며 “간편결제 서비스인 토스페이도 급성장세라 지급결제 부문에서 미래가 창창하다”고 밝혔다.
막대한 적자 해소가 핵심 과제
하지만 증권사가 써낸 몸값 15조~20조원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이 주류다. 2021년만 해도 플랫폼 기업이 각광받으며 비바리퍼블리카 기업가치가 3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오른 적 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뛰며 투자 심리가 꺾였다. 플랫폼 유니콘에 대한 평가도 박해졌다.
토스가 원하는 기업가치는 10조원대다. 지난해 토스는 시리즈G 라운드를 통해 5300억원의 새로운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토스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8조5000억원이었다. 투자 유치 후 기업가치는 9조1000억원이었다. 현재 비상장 거래 시장에서의 평가도 비슷하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1월 17일 기준 비바리퍼블리카 기업가치는 8조8973억원이다. 증권사들이 써낸 15조~20조원대와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토스의 순자산이 7865억원이다. 기업가치(시가총액)를 10조원만 잡아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0배가 넘는다. 최대 20조원을 반영할 경우 PBR이 두 배나 껑충 뛴다. 특히 비교 그룹으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의 상장 당시 7.3배였던 PBR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2021년 상장한 카뱅은 한때 시가총액 3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해 현재 13조8293억원(1월 17일 기준)으로 주저앉았다. PBR은 2.25배로 낮아졌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몇몇 증권사가 20조원대 기업가치를 써낸 걸로 알고 있다”며 “입찰제안서를 딱히 차별화하기 어려워 주관사 선정을 위해 가격을 높여 쓰는 분위기가 형성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누적 적자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3년 법인 설립 후 2015년 토스 송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연간 실적에서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실적 공시 첫해인 2016년 22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후 ▲2017년 771억원 ▲2018년 1832억원 ▲2019년 3000억원 ▲2020년 910억원 ▲2021년 2212억원 ▲2022년 3841억원 등 출범 후 줄곧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만, 순이익은 내지 못했다.
주력 계열사들도 아직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 2020년 출범한 토스뱅크는 2021년 806억원 손실을 냈다. 2022년에도 264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토스증권도 같은 기간 각각 784억원, 325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은행, 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회사도 적자 상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토스페이먼츠(689억원), 블리츠패스트(646억원), 브이씨엔씨(148억원), 토스플레이스(154억원), 토스인슈어런스(107억원) 등 자회사 12곳 중 8곳이 여전히 적자를 냈다. 재정적 안정성과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부채비율도 높은 편이다. 토스의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은 330%로 전년 동기(210%) 대비 1.5배 커졌다. 유동부채도 1조원을 넘겼다. 전년 동기 8700억원 규모였던 유동부채 규모가 커지고 유동자산은 10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미 2022년 초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를 자문사로 선정해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기업가치가 15조~20조원이었다. 그러나 계획한 기간 동안 목표했던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했다. 결국 상장이 연기됐다.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감소 영향이 있지만, 핵심은 계열사가 대규모 적자라는 게 자본 시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지난해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진 파두 사태 여파도 남았다. 금융당국이 주관사의 실사 책임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적자 기업에 높은 몸값을 매기는 증권사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파두는 지난 8월 기술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파두는 올해 추정 매출액을 1203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상장 후 실제 발표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80억원에 그쳤다. 실적 충격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파두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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