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청의 희한한 '단독 특허'...무산된 행정사무조사
기초단체 의원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지만, 기초지자체가 생각보다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시리즈에서는 서울시 강동구를 중심으로 구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자치구의 정책들이 중앙정부와 광역시 정책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국정철학과 기조가 어떻게 지역에서 발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구의원이 어떻게 견제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 알리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희동 기자]
▲ 행정사무조사를 요구하는 강동구 민주당 의원들 |
ⓒ 강동구의회 |
지난 22일 강동구의회는 제306회 임시회를 열었습니다. 본래 2월로 예정되어 있었던 임시회가 1월에 열린 이유는 민주당 의원들이 강동구 치수과의 '2023년 일체형 물막이판 제작구매 설치 계약'에 관한 행정사무조사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제기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지난해 11월 구정질문 당시 의원의 질문에 답하면서 일체형 물막이판의 특허권이 강동구의 단독 특허라고 거짓말을 한 의혹이 있다.
둘째, 강동구청은 일체형 물막이판 제작구매 설치 계약에 있어서 천재지변을 근거로 8억이 넘는 수의계약을 강동구와 특허를 공유하고 있는 특정 업체와 맺었다.
셋째,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당시 강동구 치수과는 의원들의 자료요청에 협조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치수과장은 위증까지 한 의혹이 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반대에 투표했고, 요구안은 찬성 대 반대 9:9로 부결되었습니다. 처음 요구안이 접수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연히 함께 조사하되 총선이 있으니 기간만 조정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갑작스레 모두 반대를 하고 나선 것입니다.
토론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미 충분한 자료들을 제출받았고, 천재지변으로 인한 수의계약은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주장했습니다. 어느 의원은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차라리 고소를 하라며 조사특위는 열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도대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분위기가 이렇게 바뀐 걸까요?
본 의원은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민주당 의원들이 문제 제기한 강동구 치수과의 '2023년 일체형 물막이판 제작구매 설치 계약'이 과연 정당했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이번 기사는 그 첫 번째로, 강동구청장의 의도된 혹은 몰라서 한 거짓말 의혹과 그로 인한 결과입니다.
▲ 강동구청의 홍보 |
ⓒ 서울신문 |
처음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23년 4월 '강동구청 치수과가 전국 최초로 인명 구조형 특수 방범창을 개발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부터입니다. 강동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치수과장이 방범창 일체형 물막이판을 개발했고, 특허 출원을 했으며, 이를 주민들에게 무료로 설치했음을 홍보했습니다. 출원은 했지만 특허권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널리 쓰이기 바란다고 했지요.
▲ 2023. 대한민국 지방자치 혁신대상 시상식 사진 |
ⓒ 강동구청 |
그러나 문제는 이 성과가 앞에서 홍보한 내용과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강동구는 앞서 언급했듯 '물막이판을 자체 개발했다'고 홍보했던 2023년 4월 특허 출원을 했다고 밝혔지만, 특허청 자료를 확인해보면 '특허 신청'을 한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같은해 7월 이와 관련된 수의계약이 맺어졌을 때도, 강동구의 특허 출원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황당하게도 물막이판에 대한 특허 출원은 2023년 4월 A업체의 권아무개씨 이름으로 돼 있었습니다.
강동구가 특허를 갖게 된 것은 첫 홍보기사가 나가고 6개월 뒤인 10월, 권 대표가 특허를 얻은 뒤 변경신청을 넣은 이후입니다. 그제야 강동구는 A업체와 특허 '공동 출원인'이 되었으며, 발명가로는 권 대표 대신 공무원 3명이 변경 등록되었습니다. 치수과장과 A업체 측은 제품과 관련되어 치수과장이 최초로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지만 이를 증명하는 자료는 없습니다.
치수과장은 구청 행정감사에서 자신이 특허등록을 하면서 그 비용을 개인이 지불했다고 밝혔으나 특허 등록 자체를 A업체 권 대표가 했기 때문에, 이 발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습니다.
A업체 측은 권 대표가 등록한 이유와 관련하여 작년까지 만 65세 이상 개인일 경우 우선심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다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특허 우선심사조건에는 '지자체의 직무상 발명'도 있기 때문입니다. 치수과장은 직무상의 발명을 통해 우선심사를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특정 업체 대표 명의로 특허 출원을 진행했을까요?
▲ 확인 결과 단독 특허가 아니었다. |
ⓒ 이희동 |
이수희 구청장은 이 기술이 강동구청의 단독 특허라며 많은 지자체들이 이 특허를 많이 사용해주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해당 특허가 '공동특허'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립서비스'에 가까운 발언입니다.
박준영 변리사는 "공동특허의 경우, 해당 특허에 대해 타인에게 실시사용을 허용하기 위해선 공동출원인 모두의 동의(즉, A업체의 동의(허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인 즉슨 지자체들이 이 기술을 이용하려면 A업체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사기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을 그냥 용인해줄까요? 상식적으로 결국 A업체와 계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이에 대해 A업체측은 "공동특허라고 해도 동의가 필요 없다"라고 주장했지만, 당장 강동구와 A업체의 계약 이후 영등포구가 A업체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요컨대, 강동구는 '단독 특허'라며 자신들의 실적을 홍보하였고, 이 홍보는 특정 업체의 경제적 이익을 실현시켜주었다는 의심을 살 만합니다. 이수희 구청장은 이 사실을 모르고 단독 특허라고 말했을까요? 아님, 알면서도 거짓말을 했을까요?
또한 이러한 심각한 오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행정사무감사 요구안을 부결시켰습니다. 그들은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을까요? 요구안만 부결되면 이 사건이 더 이상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다음 기사에서는 강동구청과 A업체가 맺은 수의계약과 관련하여 이상한 점을 지적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강동구청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사와 함께 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밝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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