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91% 미계약… 서울 뉴타운 대장 아파트의 굴욕
서울 뉴타운 초역세권 ‘대장 아파트’ 한 단지가 일반분양에서 90% 넘게 팔리지 않았다. 무순위 청약까지 진행했지만 여기서도 모든 타입이 미계약 물량을 남겼다. 이 단지는 공식 민간분양 시스템(청약홈)을 통해 당첨자를 가리는 경합 방식을 접고 선착순 계약으로 선회했다. 누구라도 먼저 와서 도장을 찍으면 원하는 집을 주는 방식이다.
신축 아파트를 이렇게 쉽게 내주는 이유는 일반분양에 이어 무순위 청약에서마저 완판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에 들어서는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전체 3개 단지 4321가구 중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1467가구를 지난해 10월 말 일반공급으로 풀었다. 이때 1, 2단지 1333가구는 한 가구도 남김없이 팔렸는데 3단지만 134가구 중 91%인 122가구가 남았다. 분양 당시 3단지 전용면적 59·84·99㎡ 8개 타입 모두 1순위에서 마감했지만 계약까지 간 건 12가구에 불과했다. 당첨자는 물론 예비당첨자까지 거의 모두가 외면했다는 얘기다.
3단지는 전용 59㎡가 9억5085만~10억389만원, 84㎡는 12억4249만~14억4027만원으로 이 지역 최고가를 기록했다. 두 달 전인 지난해 8월 바로 맞은편에 분양한 3069가구 규모 ‘래미안 라그란데’ 84㎡ 최고가가 10억9900만원이었는데 이보다 최대 3억4127만원 더 비싸게 나왔다. 래미안 라그란데 59㎡ 최고가는 8억8800만원으로 9억원이 안 됐다.
3단지는 같은 이문 아이파크 자이 1, 2단지보다도 수억원 높게 책정됐다. 2단지 84㎡는11억37만~12억805만원으로 최고가만 비교해도 3단지가 2억3222만원 더 비싸다. 59㎡만 나온 1단지 분양가는 8억2738만~9억3556만원으로 역시 3단지가 8317만원 높게 매겨졌다. 2단지 59㎡ 최고가(9억4888만원)와도 5500만원 차이다.
이 아파트는 최고 41층 높이지만 3단지는 최고 3~4층짜리로만 구성된 저층 단지다. 3단지 면적별 최고가를 1, 2단지 같은 층과 비교하면 59㎡가 1억4108만원, 84㎡는 2억9413만원 더 높게 책정됐다. 이처럼 가격 차가 너무 나는 데다 3단지 규모가 작아 일부 언론은 이 아파트 분양가를 언급할 때 3단지 가격을 제외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3단지는 1, 2단지와 같은 이름을 쓸 뿐 실제로는 대단지나 역세권 이점을 기대하기 어려운 별도의 소형 아파트에 가깝다. 3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서울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까지는 약 930m로 10분 넘게 걸어야 한다. 1단지는 외대앞역과 거의 붙어 있고, 2단지는 다음 역인 신이문역과 약 200m 거리로 인접해 있다.
일반분양 전 조합원이 먼저 선택한 가구 비율로 볼 때 단지 선호도는 1단지, 2단지, 3단지 순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1단지는 전체 1996가구 중 1598가구를 조합이 가져가면서 19.9%인 398가구만 외부에 풀렸다. 2173가구인 2단지는 43.0%인 935가구가 일반공급으로 나왔다. 3단지는 152가구 중 18가구만 조합에 돌아가면서 88.2%가 일반에 분양됐다.
조합이나 시공사는 시장조사를 거쳐 합리적으로 책정한 가격이라는 입장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타운하우스처럼 저층으로 조성하고 산이 가까워 ‘숲세권’ 입지를 누릴 수 있다”며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선호하시는 수요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적한 아파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물론 있겠지만 그 가격이면 더 좋은 선택지가 많다”며 “완판에 실패한 걸 보면 현시점에서 합리적인 가격이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분양가 책정 시점에는 청약 열기가 뜨겁다 보니 이 정도 가격이면 완판하리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각 단지가 장단점을 다 갖고 있지만 3단지는 아무래도 가격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문·휘경뉴타운 평균 청약경쟁률은 올해 4월 ‘휘경자이 디센시아’의 51.1대 1에 이어 8월 래미안 라그란데 분양 때 79.1대 1로 더 높아졌다. 10월 말 분양한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17.8대 1이었다. 이들 세 아파트 분양가는 전용 84㎡ 최고가 기준 각각 9억7600만원, 10억9900만원, 14억4026만원으로 급등을 거듭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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