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시위, 기자들까지 강제 퇴거... "취재·언론자유 침해"

복건우 2024. 1. 2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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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비마이너> 기자 줄줄이 쫓겨나... 공사 "시위대 일원 판단"

[복건우 기자]

 지난 22일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3주기를 맞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진행된 전장연 시위를 취재하는 도중 최 센터장이 하민지 <비마이너> 기자에게 강제 퇴거를 명령했다. 하 기자는 시위가 끝날 때까지 보안관들에게 가로막혀 승강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 복건우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 현장에서 자신들에게 비판적 보도를 해 온 일부 소규모 언론사들을 '기관지'로 규정하고 강제 퇴거를 집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취재를 방해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 퇴거는 최근 공사가 전장연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여미애 <레디앙> 기자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 환승 통로에서 전장연이 주최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해고 철회 및 복직 투쟁' 기자회견이 시작하기도 전에 공사 보안관들에 의해 강제 퇴거를 당했다고 알려 왔다. <레디앙>은 지난 2006년 창간된 진보 성향 인터넷 언론이다.

여 기자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이 기자 명함을 달라고 해서 줬더니 '이게 무슨 기자야'라며 명함을 바닥에 버리고 강제 퇴거를 지시했다. '전장연 기관지 따위가...'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며 "기자회견 시작도 전에 보안관 네다섯 명에게 뒷덜미와 양팔을 잡힌 채 2호선 출구 쪽으로 끌어내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장연 시위가 침묵시위 등으로 수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공사의 폭력적 진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어제처럼 기자임을 밝혀도 강제 퇴거를 진행하는 방식은 취재를 방해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비슷한 상황은 나흘 전인 22일에도 있었다.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3주기를 맞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진행된 전장연 시위를 취재하는 도중 최 센터장이 하민지 <비마이너> 기자에게 강제 퇴거를 명령했다. <비마이너>는 2010년 창간돼 장애·빈곤 이슈를 전문적으로 발굴해 보도해 온 장애인 언론이다.

퇴거 명령을 받은 하 기자는 "기자를 왜 끌어내느냐"라며 즉각 항의했으나, 최 센터장은 "퇴거시켜 상관없어", "전장연 계간지잖아 무슨 기자야"라며 퇴거를 지시했다. 하 기자는 보안관과 경찰들에게 양팔이 붙잡힌 채 대합실로 쫓겨났다. 퇴거 명령 이후에도 최 센터장은 <비마이너>가 "전장연 일원"이라거나 "자매지" 혹은 "기관지"라고 표현했고, 하 기자는 시위가 끝날 때까지 보안관들에게 가로막혀 승강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여미애 <레디앙> 기자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 환승 통로에서 전장연이 주최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해고 철회 및 복직 투쟁' 기자회견이 시작하기도 전에 공사 보안관들에 의해 강제 퇴거를 당했다.
ⓒ 본인 제공
 
공사 "불법 시위대 일원이라고 판단...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

이날 공사 쪽은 강제 퇴거 과정과 '기관지' 발언의 적절성 등을 묻는 <오마이뉴스> 질의에 "최 센터장이 역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전장연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퇴거시키는 과정에서 <레디앙>과 <비마이너> 기자가 활동가들 바로 옆에 붙어서 같이 이야기를 하고 움직이는 등 시위대 무리 속에 섞여 있었다. 그래서 시위대의 일원이라고 판단해 퇴거를 요청했다"고 답했다.

이어 "현장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최 센터장에게 달려 있다"며 "공사는 불법 시위의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고 이번 시위대 퇴거 요청도 거기에 준해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공사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사를 '기관지'라고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사는 지난 2022년 3월 홍보실 언론팀 직원 명의로 작성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라는 문건에서 <비마이너>를 "전장연 대표가 창립멤버로 포함되어 있는 완전한 당 기관지"라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비마이너>는 "공사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비마이너>를 당 기관지라고 칭하며 언론으로서의 존재를 깎아내렸다"고 비판했다.

하 기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공 역사에서 진행되는 기자회견과 시위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공사가 분명한 기준도 없이 퇴거시키는 것은 소수 언론을 탄압하는 일이며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마이너>는 진보적인 장애인 운동과 반빈곤 운동을 지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기사를 쓴다. 그것을 이유로 공사가 기관지라고 모욕을 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소수 언론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라며 "공사는 장애인들의 투쟁 현장이 다양한 각도로 기록돼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기자들의 취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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