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설교 중 선거운동한 목사 처벌 선거법 조항 합헌"
목사가 예배 도중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목사 이모씨와 박모씨가 종교인 등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과 처벌조항인 제255조 1항 9호 등이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참여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은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같은 법 제255조 1항 9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이씨는 21대 총선을 보름가량 앞둔 2020년 3월 29일 교회에서 설교 중 "여러분, 2번, 황교안 장로 당입니다. 2번 찍으시고" 등의 언급을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2021년 9월 대법원에서 벌금 50만원이 확정됐다.
박 목사는 대선을 두달가량 앞둔 2022년 1월 6일 신도들에게 당시 대선후보로 나섰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며 표를 주지 말라고 했다가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재판 도중 목사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씨는 1심에서 공직선거법상 직무이용 금지 조항 위반 혐의와 더불어 선거운동기간 위반 혐의도 유죄가 인정돼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후 법이 개정돼 선거일이 아니더라도 확성장치를 사용하거나 옥외집회에서 다중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아닌 이상 말로 하는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행위로 바뀌었고, 2심 법원은 해당 혐의에 대해 면소 사유가 있다고 판단, 벌금 50만원으로 형을 낮췄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벌금 50만원 형이 확정됐다.
이씨는 선거운동기간 위반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어차피 법이 개정돼 면소가 확정됐고, 면소 판결에 대해서는 재심 청구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헌재법 제68조 2항의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위한 요건인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반면 종교인 등이 단체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구성원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과 위반시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심리에 참여한 재판관 전원이 합헌으로 봤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종교단체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다는 것은 종교단체의 운영 관계나 내부 지위에 따른 임무 등에 비춰 볼 때 그 구성원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의 목적 달성 등을 위해 그 지위에 수반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단체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는 구체적 행위 태양을 예상해 열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종교단체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것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자가 종교단체 안에서 차지한 지위에 기해 취급하는 직무 내용, 직무상 행위를 하는 시기, 장소, 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관찰해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청구인들은 "심판대상 조항들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해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해당 조항들이 ▲입법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 등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기 위한 요건들을 모두 갖췄다고 봤다.
먼저 헌재는 "직무이용 제한 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위와 같은 금지를 위반한 사람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것으로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따.
또 헌재는 "성직자는 종교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사회지도자로 대우를 받으며 신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신도 조직의 대표자나 간부는 나머지 신도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다"라며 "이처럼 종교단체 내에서 일정한 직무상 행위를 하는 사람이 종교적 신념을 공유하는 신도에게 자신의 지도력, 영향력 등을 기초로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끌어내려 하는 경우, 대상이 되는 구성원은 그 영향력에 이끌려 왜곡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의기관의 구성에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에 있는 바,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그 형성 단계에서부터 왜곡된다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직무상 지위를 이용하지 않고 단순히 친분에 기초해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는 심판대상 조항에 따른 규제의 대상이 아니고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나 명절 등에 하는 의례적인 인사말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행위 등은 애당초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직무이용 제한조항으로 인해 통상적인 종교활동이나 종교단체 내에서의 친교 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헌재는 "공통된 신앙에 기초해 구성원 상호 간에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종교단체의 특성과 성직자 등 종교단체 내에서 일정한 직무를 갖는 사람이 가지는 상당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러한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종교단체가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정치와 종교가 부당한 이해관계로 결합하는 부작용을 방지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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