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청산 최전선' 서울 동부벨트…한동훈 "고인물, 나라발전 막아"
4·10 총선에서 서울 도봉·노원·중랑·강동구를 잇는 ‘동부 벨트’는 마포·용산·성동·광진구를 관통하는 ‘한강 벨트’와 함께 서울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야권 강세 지역이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세운 ‘86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의 최선전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운동권 청산을 강조하고 있는데, 동부 벨트 출마자들도 운동권 세대 교체를 강조하고 있다"는 질문에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들의 헌신과 당시 용기에 대해서 깊이 존경한다”면서도 “문제삼는 부분은 운동권이었단 걸 어떤 특권처럼 여기면서 수십년째 정계 그리고 여러 부분에서 고인물처럼 행동하며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 갈등을 봉합하고 민생 행보를 재개한 한 위원장은 전날 대학생 현장 간담회에서도 “민주당 운동권 세력에게 죄송한 마음이 전혀 없지만 지금의 여러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실제로 매우 크다”며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고도성장기가 끝난 시대에 청년들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한 위원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동부벨트 청년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영(강동을·49) 전 의원과 이승환(중랑을·41)·김재섭(도봉갑·37) 전 당협위원장은 ‘86 세대 교체’를 내세우며 보조를 맞춰왔다. 야권 주류인 86 세대 운동권을 정면 비판하는 『이기적 정치: 86 운동권이 뺏어간 서울의 봄』을 함께 펴냈고, 지난달 14일엔 북콘서트도 열었다.
이들이 출마의 변으로 내세운 것도 ‘86 그룹 청산’이었다. 이재영 전 의원은 지난 16일 출마 회견에서 “386에서 시작해 이제는 686이 된 이들은 민주화에 기여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 정치를 망치고 대한민국을 퇴보시키고 있다”며 “86 운동권 정치가 끝나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환 전 위원장도 지난 21일 출마 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인 연금·노동·교육개혁 모두 86 운동권 출신들이 장악한 기득권 정치, 귀족노조, 전교조 등에 발목 잡혀있다”며 “이번 총선이 86 운동권 권력 영속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도 25일 통화에서 “86 세대를 존중하지만 이제는 그들이 기득권이 됐다”며 “지역 주민들께서도 이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3인방이 본선에 나가면 맞붙어야 할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은 모두 민주화 운동 경력을 갖고 있다. 이해식(강동을·초선) 의원과 박홍근(중랑을·3선) 의원은 각각 서강대와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젊은 시절부터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인재근(도봉갑·3선) 의원은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배우자로 2011년 12월 김 전 의장이 작고한 뒤 지역구를 이어받아 19대 국회 때부터 등원하고 있다.
세 명의 청년 정치인이 민주당 경쟁자를 저격하는 건 단순히 나이 때문이 아니다. 3인방은 “서울 동부 지역이 오랫동안 민주당 운동권 카르텔에 지배되면서 경제·사회적으로 낙후됐다”며 “이번 총선에서 철저하게 심판해 동부 지역에서 이념 중심이 아닌 실용주의 중심 정치를 펼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지난 17일 “직주근접을 넘어선 직주일체를 시도하겠다”며 동부 벨트의 교통 편의를 증진하는 공통 공약을 발표했다. 이들은 “직주근접의 꿈, 서울 변두리인 우리 도봉·중랑·강동도 가능하다”며 “철도 노선을 연장·확대하고, 버스를 증차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차 근무제 ▶재택근무 활성화 ▶초과 근무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는 근무 마일리지제 등을 골자로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을 제안했다.
이재영 전 의원은 25일 통화에서 “동부 벨트는 수도권의 여러 벨트 중 유일한 종축 벨트이자 가장 험난한 벨트”라며 “한동훈 위원장이 86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내세우고 있어 우리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환 전 위원장은 “한 위원장이 수도권 험지에서 86 운동권과 싸우는 이들을 격려할 필요가 있다”며 “한 위원장이 이야기하는 정치의 이유, 목적과도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전 위원장도 “한 위원장이 지역을 찾아 낙후된 환경을 확인하면 좋겠다”며 “86 세대가 재선, 3선하는 동안 얼마나 지역 발전이 더뎠는지를 직접 확인하면 기득권 청산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의힘에선 한 위원장의 동부 벨트 방문이 추진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동부 벨트 방문 일정을 실무선에서 검토 중에 있다”며“건의안을 올린 상태”라고 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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