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뺑뺑이 안돌려도 돼" 학부모 반색, 학교는 속앓이 왜
학생을 오후 8시까지 봐주는 ‘늘봄학교’ 확대를 둘러싸고 학교와 학부모 간에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학부모들은 보육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지만, 현장에선 준비가 부족한데도 확대를 서두른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늘봄학교 전면 시행, 학부모들 “학원 뺑뺑이 안 시켜도 돼”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예비 초1 학부모 5만 26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3.6%가 늘봄학교 참여를 희망했다”며 “전체 신입생 34만 명 중 28만 명 정도가 올해 늘봄학교를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방과 후 보육이 조부모나 학원 도움 대신 학교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모(44)씨는 “앞으로 아이 양육에서 학부모들의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늘봄 시범학교로 선정된 경기도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 2학년 자녀가 재학 중인 김모(38)씨는 “맞벌이 부부는 돌봄교실에 떨어지면 아이를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피하고 싶어 먼 곳에 사시는 어머니라도 댁에 모셔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도 “늘봄학교 운영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 맞벌이 가정의 증가, 여성의 경력단절 해결 및 사교육비 경감, 조부모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초등학생 학부모 박모(40)씨는“지금도 오후 6시까지 돌봄교실에 남는 아이는 극소수”라며“8시까지 늘봄학교에 맡길 수 있다고 해서 아무도 없는데 우리 아이만 남겨두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기간제 교원 투입하지만… “업무 떠넘기기 불가피”
정미연 경기교사노조 정책기획국장은 “모든 학교에서 늘봄 업무를 맡을 기간제 교사를 구해야 한다면 인력 대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기간제로 채용할 수 있는 초등 정교사 2급 자격증을 가진 인원이 1600명이었지만, 이 중 1200명만 실제로 기간제 교사로 활동하고 400명은 연락이 닿지 않거나 기간제 채용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늘봄 교실을 일반 교실과 같이 쓴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교사들의 반발이 크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 1학년 교실을 온돌로 만들어 늘봄학교와 겸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임제인 초등학교는 별도의 교무실이 없어 교실은 사실상 집무실 역할을 한다. 정 국장은 “중·고등학교는 선생님들에게 노트북을 다 지급해주지만, 초등학교는 본인 교실에 설치된 데스크톱으로 모든 업무가 이뤄진다”며 “초등 교사는 자신의 교실 밖을 벗어나면 업무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경기도 부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권모씨도 “교육이 이뤄지는 일반 교실과 돌봄 목적의 돌봄 교실은 엄밀히 구분돼야 한다”며 “초등학교에 입학해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법을 배워야 할 아이들이 바닥에 눕고 싶고 뒹굴고 싶은 공간으로 바꾸는 게 과연 적절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사와 교육공무직 간 갈등 커질 우려도
향후 늘봄지원실을 맡게 될 교육공무직과 교사들의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전국 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은 “학교 행정실은 현재에도 부족한 인력으로 업무증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늘봄학교를 시행하기 전에 행정실 지방공무원의 업무부담 경감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돌봄 업무를 맡게 될 늘봄전담사(현 돌봄전담사)들의 처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에는 아동의 소란을 제지하던 경기도의 한 돌봄센터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로 해직당하기도 했다. 권우상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 조직국장은 “돌봄전담사는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에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교권보호조치가 교사에게는 있지만, 교육공무직은 사실상 공식적으로 학교에서 대응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가람·서지원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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