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해
디지털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하나님과 이웃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디톡스’(화면 금식)와 ‘의도적 무시’(정보 금식)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미국의 세스 트라우트 아이언우드교회 교육 목사는 최근 미드웨스턴침례신학교가 운영하는 포더처치(For the Church)에 칼럼을 올리고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의 발전과 함께 따라온 ‘연결’의 형태는 인류 역사에 근본적으로 새로운 것이었다”며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반드시 좋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인의 영적 훈련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트라우트 목사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인터넷에 만성적으로 접속돼 있다. 이는 마치 ‘하나님 같은’ 존재가 되도록 유혹하는 측면이 있다. 전 세계는 5G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마치 하나님의 속성인 무소부재(omnipresence)나 전지전능(omniscience)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링’(구글 검색)이나 ‘지피팅’(챗GPT 검색)으로 세상의 모든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다.
무소부재는 하나님의 속성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 체계는 이 모든 일들을 감당할 수 없다. 기술 발전 덕에 우리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고, 비대면 진료를 받는 등 장소에 국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정작 우리가 인터넷 속 세상에 빠져 하나님과 더불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냉정해지고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게 된다면 ‘무소부재’는 독이 될지도 모른다.
전지전능함 역시 하나님의 속성이다. 트라우트 목사는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일을 아시면서도 이를 넉넉히 감당하실 수 있지만 인간인 우리는 그럴 수 없다. 기술 발전으로 우리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손 안의 스마트폰 하나로 알 수 있다”며 “간단한 상식부터 최신 시사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우리와 무관한 정보들로 가득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러한 사건들을 모르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트라우트 목사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방해를 받고 있다.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은 지구 반대편에 떨어진 누군가의 뉴스에 장악될 만큼 취약하다”며 “가족이나 친구, 이웃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알림 설정’ 때문에 싹둑 잘려나가곤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바로 이 때문에 우리 사회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며 불안하고 우울해진다”며 “기독교 전통이 오랫동안 영적 훈련으로 실천한 기도와 금식을 디지털 디톡스(해독)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디톡스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태블릿 PC 등을 잠시 끊는 것을 말한다. 트라우트 목사는 자신이 실행하는 방법을 예로 설명했다. 우선 기기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그는 매일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적어도 30분은 스마트폰을 문 옆 선반에 둔다. 아내와 대화하고 자녀와 놀아주기 위해서다. 취침 40분 전에는 침실 반대편 탁자에 휴대폰을 놓아두고 아침 기상 후 20분 정도는 스마트폰을 멀리한다.
주간이나 월간, 연간 단위 디톡스도 필요하다. 일주일 중 12시간은 공원 가기나 산책하기, 휴대폰 없이 헬스장 가기 등으로 금식을 실천한다. 한 달에 48시간은 SNS나 이메일,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월 2회 아내와 외부에서 데이트 시간을 갖되 휴대폰은 집에 두고 나간다. 1년에 사흘은 전통적인 금식과 기도 시간을 포함해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한다. 또 여름 휴가 등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없이 완전한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해볼 것을 권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SNS를 보지 않거나 뉴스 계정, 특히 속보 계정은 팔로우하지 않는다. 그는 “적어도 하루 한 번은 한 가지 (뉴스) 이슈에 대해 모르는 채로 놔두라. 대신 기도하라”고 조언했다.
최하은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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