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 “안전도 다 비용”…노동계 “유예는 무책임”

김성훈,김용현,김재환 2024. 1. 25. 18: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육류가공 업체 대표 A씨는 공장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근로자들의 건강을 살핀다.

직원 18명을 둔 A씨는 직원들이 아픈 곳이 있는지, 근무에 지장은 없는지 파악한다.

유예를 요구해온 중소기업계는 준비 미흡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확대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금속 가공업체에서 일하는 최모(61)씨는 "안전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사업주를 처벌한다고 공장에서 사람 다치고 죽는 사고가 안 일어나겠냐"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논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앞두고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촉구 규탄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육류가공 업체 대표 A씨는 공장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근로자들의 건강을 살핀다. 직원 18명을 둔 A씨는 직원들이 아픈 곳이 있는지, 근무에 지장은 없는지 파악한다. 칼을 다루는 위험한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근무에 앞서 1시간가량 안전교육을 진행하지만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늘 마음이 불안하다.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을 앞두고 A씨는 걱정이 더 깊어졌다.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이 적용되면서 중소기업계와 자영업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5인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빵집, 찜질방, 식당 등 83만여곳이 새로 법 적용을 받게 되면서다. 유예를 요구해온 중소기업계는 준비 미흡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확대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를 두고 기업들이 무책임하게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중소기업계는 사고 발생과 처벌의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설비 교체, 안전보건관리자 임명, 안전사고 예방 교육·컨설팅 등에 따른 비용도 큰 부담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25일 “대기업처럼 안전 관련 인력, 예산 등을 확보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며 “수년간 코로나19로 인해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불황까지 덮치면서 자영업자들과 중소업체들이 준비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경영자가 영업부터 실무까지 여러 업무를 하는 중소기업에서는 대표가 구속되면 기업 운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공포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고 작업 숙련도가 떨어지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둔 사업장에서는 사고 위험이 더 크다고 염려한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금속 가공업체에서 일하는 최모(61)씨는 “안전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사업주를 처벌한다고 공장에서 사람 다치고 죽는 사고가 안 일어나겠냐”고 했다.

고용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직원 수를 5명 이하로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기 때문이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은 “카페 중에는 5명의 직원을 둔 사업장들이 많은데 이들 사이에서 고용을 줄여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며 “사람을 더 채용한다고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아닌데 처벌 위험까지 감수할 자영업자가 누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이미 2년간 시행 유예가 있었던 만큼 안전한 노동 환경을 위해 법 확대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중처법 제정 이후 유예기간 동안 정부가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시행을 코앞에 두고 국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처법은 이 나라 노동자와 국민을 살리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훈 김용현 김재환 기자 hunhu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