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발 부러질 각오…金 따면 할머니께” 강추위 녹인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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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상 속으로 그래요. '네 팔이 부러지나, 내 발등이 부러지나 한 번 해보자'고."
25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한국 장애인태권도 간판 주정훈(30·SK에코플랜트)은 지금의 자신을 만든 공을 두 여성에게 돌렸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 상황에서 자신이 길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훈련 때면 맷집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얇은 호구 한 겹만 차고 강한 발차기를 받아내는 연습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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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상 속으로 그래요. ‘네 팔이 부러지나, 내 발등이 부러지나 한 번 해보자’고.”
25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한국 장애인태권도 간판 주정훈(30·SK에코플랜트)은 지금의 자신을 만든 공을 두 여성에게 돌렸다. 어머니는 아들 둘에 남편까지 남자만 셋인 집안의 기둥이었다. 이리저리 차이는 막내아들을 볼 때면 마음 아파하다가도 앞에선 “죽더라도 코트 위에서 죽으라”고 채찍질을 했다.
할머니는 어릴 적 맞벌이를 하던 부모를 대신해 그를 돌봤다. 주정훈이 두 살 때 사고로 오른손을 잃은 뒤론 내내 자책에 시달렸다. 손주는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 돌아오자마자 동메달을 들고 요양원으로 향했지만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때 찍은 사진이 둘의 마지막 기억으로 남았다.
그가 잘해야 할 이유는 가족 외에도 많았다. 신인 시절엔 독기를 연료 삼았다. 도쿄 전까지 태권도는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었다. 타 종목과 체육관을 함께 쓰다 보니 한여름에 히터를 틀어둔 채 운동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중견 선수가 된 지금은 ‘그릇’도 따라 자랐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 상황에서 자신이 길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주정훈은 “우즈베키스탄은 어린 선수들만도 50명이라고 하더라”며 “국내는 전 연령대 지체 선수를 합쳐도 30명이 안 된다”고 아쉬워했다.
장애인태권도에선 얼굴 가격을 금하는 종목 특성상 몸통을 노린 발차기가 시종일관 오간다. 한 경기 마칠 때마다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다. 진이 빠져 혼자 힘으로 옷도 못 벗을 때가 많다. 주정훈은 “멀쩡하게 걸어 나온다면 경기를 제대로 치르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훈련 때면 맷집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얇은 호구 한 겹만 차고 강한 발차기를 받아내는 연습도 했다.
땀방울의 결실은 분명했다. 항저우 아시안패러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10위권 밖이었던 세계 랭킹은 2위까지 올랐다. 주정훈은 “할머니가 소고기를 좋아하셨다.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드셨던 게 아닌가 싶다”며 “파리에서 메달을 딴 뒤 경남 함안의 선산을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체육회는 이날부터 2024년 공식 훈련에 돌입했다. 파리패럴림픽을 앞두고 메달 가능성이 특히 큰 5개 종목 20여명의 선수를 선정해 맞춤형 훈련과 국외 사전캠프 등을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진완 회장은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보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천=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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