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죄 이성윤의 일갈 "김학의가 피해자입니까?"

김종훈 2024. 1. 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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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선고공판] "정치검찰이 프레임 전환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비판

[김종훈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전 중앙지검장이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이날 이 전 지검장은 다시 한번 무죄를 선고받았다.
ⓒ 연합뉴스
     
"그러면, 김학의씨가 피해자입니까?"

25일 오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소위 '불법 출국 금지' 수사에 부당 압력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던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단을 받은 뒤 법원을 빠져나오며 밝힌 일성이다.

이 전 지검장은 "윤석열식 정의가 아니라 보편 상식적인 정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판단해 주신 재판부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정치검찰이 김학의 출금 사건에 대해 시선을 돌리고 프레임을 전환하면서 이성윤과 김학의를 뒤섞어놨어도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부디 이 사건 판결이 검찰권을 남용한 정치검사들의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지검장은 김건희 여사를 콕 집어 언급하며 "디올 가방을 수수한 김건희씨를 피해자로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명품 가방을 받은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이 사건의 본질을 전도시키고 둔갑시킨다고 해서 진실이 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2심 재판부 "검찰 제기 공소사실 증명되었다 보기 어려워"

이날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안승훈 최문수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지검장에게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항목별로 반박하며 이 전 지검장에게 왜 무죄를 선고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재판부는 '안양지청 수사팀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조치에 관여한) 이규원 검사에 대한 비위 혐의 발생 사실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과 수원고검장에게 보고하지 못하게 해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 내용과 관련해 "피고인(이 전 지검장)이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 수사가 중단된 사실도 없다"라고 말했다.

또 '안양지청장을 비롯한 형사3부 검사들의 의사에 반하는 수사 중단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안양지청장이 2019년 7월 2일 수사팀 검사들과 회의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했고 그에 따라 수사가 사실상 최종 중단된 것"이라며 "피고인이 수사를 중단시키고 문제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 주문을 읽어 내려가며 "원심이 적절히 판시했듯"이라는 말과 "검찰이 제기한 이 사건의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문장을 반복했다.

관련 기소 모두 무죄... 검찰의 수사 방향 전환 정당했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전 중앙지검장이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이날 이 전 지검장은 다시 한번 무죄를 선고받았다.
ⓒ 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5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연구위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1심 구형량과 동일한 구형이었다.

당시 검찰은 "이 연구위원이 있던 자리에 어느 누가 있었다고 해도 저희는 똑같이 수사해 같은 결론을 냈을 것"이라며 "(검찰) 동료, 선후배를 상대로 수사해야 하는 특성이 있어 그 어떤 사건보다 공정하고 엄격하게 했다"라고 말했다. 여론을 고려한 듯 이날 검찰은 해당 사건의 본질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가 아닌 '이 전 지검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검찰의 이 주장은 무색하게 됐다. 오히려 당시 출국금지 정보 유출 수사가 불법 출국금지 수사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 정당했느냐는 질문을 맞닥뜨리게 됐다. 2심 선고 후 이 전 지검장이 작심한 듯 검찰을 향해 "김학의씨가 피해자냐"며 검찰이 사건의 본질을 전도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이 터지고 검찰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다며 무혐의 처분하면서 공분을 일으켰던 주인공이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시작됐지만 김 전 차관은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버텼고, 조사단의 활동 종료를 9일 앞둔 2019년 3월 22일 기습적으로 해외출국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역까지 대동해 인천국제공항에 갔던 김 전 차관은 이미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여객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출국금지 사실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문재인 정부 법무부는 2019년 4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이를 배당받은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은 오히려 출국금지 조치 자체가 위법했다며 수사 방향을 전환했다.

이후 검찰은 2021년 4월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이규원 검사,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법 절차를 어기고 출국 금지한 혐의로 기소했고, 한 달 후인 5월 이 전 고검장을 이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1심에서 대부분 무죄 또는 선고유예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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