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불화살 첫 시험발사"…차원 다른 '북한판 토마호크' 만드나

이근평 2024. 1. 2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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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4일 쏜 순항미사일에 대해 ‘신형’이라는 수식어는 물론 새 이름까지 붙였다. 기존에 알려진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2형과 별개로 새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북한이 지난 24일 신형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첫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北 “개발 중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첫 시험발사”

북한 미사일총국은 25일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1월 24일 개발 중에 있는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첫 시험발사했다”면서 “이번 시험은 무기체계의 부단한 갱신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사일총국과 산하 국방과학연구소들의 정기적이며 의무적인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비행 시간·거리 등 구체적 제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수년간 전략순항미사일로 화살-1형 또는 2형 시험 발사를 진행해 온 북한이 ‘불화살’이라는 순항미사일 제식명을 알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2021년 9월 ‘북한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KN-27 개량형 화살-1형을 처음 시험발사한 뒤 지난해 9월까지 수차례 화살-1·2형의 시험발사에 나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행거리와 시간을 늘려가며 100m 이하 저고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산등성이 등 지형을 피해 정밀 타격이 가능한지를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북한은 2022년 10월 화살-1형 발사 땐 비행 거리 2000㎞를 기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화살 계열 미사일의 최장 거리 비행이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지방공업 발전의 획기적인 이정표 확정명시에 목적을 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1월23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었다″라고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이번 회의에서 '지방발전 20X10 정책' 이행 방안을 지시했다. 연합뉴스


'장거리' 빠지고 ‘신형’ 표현…대함 미사일 개발 가능성도

이번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새로운 개념의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비행 안정성 또는 사거리를 향상시키는 것과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그간 화살-1·2형 시험발사에선 신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기존 시험발사한 북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이 지상의 고정표적 타격용이었다면 이번에 첫 시험발사한 신형 전략순항미사일은 사거리 500~700㎞로 항공모함과 같은 대형 함정을 표적으로 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순항미사일 토마호크의 대함용 버전을 본 뜬 것 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화살 계열 미사일의 시험발사 때 붙던 장거리라는 표현이 이번에 사라진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권 교수는 “움직이는 표적을 타격하려면 위성의 추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며 “북한이 앞으로 궤도에 올리려는 위성이 이런 능력과 연관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화살 계열 보완하면서 전술핵 최대 살상 능력 찾나

반면 기존 순항미사일의 성능 개량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 순항미사일은 과거에 발사했던 것과 비교해 비행거리가 다소 짧았다”면서 “기존 순항미사일의 성능 개량을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이번 순항미사일의 경우 비행 시간이 짧았을 뿐 아니라 궤적도 단순했다고 한다.

불화살 뒤에 붙은 ‘3-31’이라는 숫자에도 관심이 쏠린다.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ㆍ2형의 세 번째 버전으로 전술핵탄두 카트리지 화산-31형을 탑재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화살-1·2형을 기반으로 회피 기동과 정밀 타격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전술핵의 실전성을 시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3월 22일 화살-1형과 2형 각각 2발씩을 발사했다고 24일 밝혔다. 노동신문


북한이 핵무기의 살상 반경을 높이기 위해 화살-1·2형으로 공중폭발 시험을 실시해왔다는 점도 실전성과 연관된다. 북한은 지난해 3월 발사 당시 “모의 핵탄두를 탑재한 화살 미사일들을 고도 600m에서 공중 폭발시켰다”고 밝혔고 같은 해 9월 발사 때도 “목표 섬 상공의 설정 고도 150m에서 공중 폭발시켰다”고 강조했다.


결과보다 과정 중시한 北…발사 실패 의미하나

이번 시험발사가 일부 실패했을 여지도 있다. 북한은 이날 시험의 성공 여부는 거론하지 않은 채 “무기체계의 부단한 갱신과정”이라고만 설명했다. 이성준 실장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을 실시간으로 탐지했고 추적했다”며 “최종 지점에서는 소실됐는데 그게 어떤 상황인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위협 능력을 과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공개된 사진을 보면 외형상 화살 순항미사일과 큰 차이는 없다”며 “복잡한 작명 방식으로 신형 순항미사일을 개발한 것처럼 위협 선전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도 “70%가 산악지대인 한반도에서 저고도로 순항하면서 각종 지형을 피해 비행하려면 고성능 구동 시스템과 정밀 광학 센서가 필요하다”며 “실제 유도 장치 성능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신형이 됐든, 성능 개량이 됐든 북한의 향상된 순항미사일 능력은 군의 방공망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종 미사일의 ‘섞어쏘기’로 타격 확률을 높일 수 있어서다. 권 교수는 “탄도미사일이 표적을 수직으로 공격한다면 순항미사일은 수평의 낮은 고도로 겨냥한다”며 “탄도와 순항미사일을 동시다발로 쏴 우리 군 방공망의 빈틈을 노리겠다는 게 북한의 의도”라고 봤다.

미국은 이번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과 관련,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이 굳건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언론 질의에 "우리는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이 위협적이며, 우리가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답변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이 위협적인 활동을 더 하는 것을 자제하고,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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