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한국 이끌던 서울 구로공단 '벌집촌', 첨단 주거단지로 변신한다

이수기 2024. 1. 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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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155번지 일대, 신속통합기획 확정

1970년대 한국 수출을 이끌던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115일대 이른바 '벌집촌'이 초고층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주거지로 거듭난다.

가리봉동 신속통합기획 확정
서울시는 25일 "가리봉동 115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신속하게 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기존 정비계획 수립 절차를 축소한 공공지원계획이다.

이에 따라 가리봉동 115일대(8만4222㎡)는 공동 주택 2200여 가구가 들어서는 도심형 첨단 복합 주거지(최고 50층 내외)로 재탄생한다. 인근 가리봉동 87-177일대도 지난해 6월 신속통합기획 대상으로 확정됐다. 두 구역 사업이 완료되면 이 일대에 공동주택 3380여 가구가 들어설 전망이다. 2014년 뉴타운에서 해제된 지 9년 만에 이 일대 재개발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셈이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115일대 벌집촌 개발 이후의 예상 조감도. 사진 서울시

1970년대 구로공단 역사와 함께한 곳
이곳은 70년대 고도 성장기를 이끈 구로공단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판잣집이 좁은 골목 양쪽에 촘촘히 붙어 늘어서 '벌집촌'으로 불렀다. 당시 구로공단에서 일하던 남녀 근로자 눈물과 한숨이 서린 주거지였다. 이 일대엔 최근까지 8.3㎡~13.2㎡(약 2.5평~4평) 정도의 작은 집이 밀집해 있었다. 이 일대는 구로공단 쇠락과 함께 슬럼화했다. 서울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다른 곳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거리 분위기 덕에 영화 배경으로도 등장한다.

신속통합기획 대상으로 확정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115 일대 속칭 '벌집촌' 지역. 사진 서울시

시는 낙후한 구로공단 취락 주거지를 도시변화 흐름에 맞춰 개발하기로 했다. 기존 용도 지역을 2종(7층)에서 준주거지역(50층)으로 올려, 상업과 업무·주거 기능이 결합한 복합주거단지로 조성한다는 목표다. 준주거지역 연면적 10%는 오피스텔로 설계한다. 이를 통해 인근 'G밸리(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젊은 근로자를 위한 주거지로 만들 계획이다. 남부순환로 인접부인 남쪽에는 50층 내외의 고층 타워 동을 배치하고, 북쪽 구로남초등학교 주변은 중저층으로 지어 학교 쪽에 열린 경관을 조성하기로 했다.

인근에 추진 중인 개발사업과 연계해 도로 체계도 바꾼다. 생활 중심가로인 ‘우마길’은 기존 1차선 일방통행을 2차선 양방통행으로 전환한다. 좁은 골목길과 급경사도 개선한다. 기존 구로남초에서 단지를 거쳐 우마길로 연결되는 공공보행통로를 안전한 통학로로 만든다. 이번에 재개발구역에서 제외된 가리봉시장 등을 포함한 지역은 지구단위계획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시는 올해 중 가리봉동 115일대 정비구역과 계획 결정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한다.

조남준 도시공간본부장은 "가리봉동 일대 재개발 후보지 2곳(가리봉 115일대·87-177일대)의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된 만큼 앞으로 G밸리 인재가 직장 가까운 곳에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오랫동안 개발이 정체된 가리봉동 일대가 서남권 대표 주거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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