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더 맛있는 딸기 위해 새 품종 도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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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 메리퀸 딸기가 익어가고 있다. 이천시 모가면 원두리 한울농원에서. |
ⓒ 김희정 |
메리퀸 딸기는 2017년 전라남도 담양군에서 개발한 국산 품종이다. 설향과 매향을 접붙여 탄생한 신품종이다. '겨울의 여왕', '모든 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딸기의 여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단다. 설향에 비해 꽃의 크기와 열매가 작다. 재배 방법 또한 다른 품종에 비해 까다롭다. 그만큼 사람 손이 더 많이 간다는 것이다. 수확 시기는 11월 말에서 5월 초순. 그해 기후 조건이나 재배환경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
한울농원 메리퀸 딸기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무농약 친환경 딸기로 인증 받았다(친환경인증 제10304602호). 정석채(64)·진순희(58) 대표는 이에 걸맞게 정부에서 허용한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다. 때문에 이 농원에서는 딸기를 바로 따서 먹어도 안전하다. 딸기를 씻지 않고 먹으면 좀 더 단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 찬바람 쌩쌩부는 추운 겨울에도 딸기꽃은 핀다. 이천시 모가면 원두리 한울농원에서. |
ⓒ 김희정 |
정석채·진순희 대표는 경기도 광주에서 남의 땅을 임대해 채소와 토마토를 재배했다. 그렇게 10여 년이 흐른 어느 날이었다. 진 대표는 유동 인구가 많은 길목에서 토마토를 파는 어르신을 봤다. 어르신의 토마토는 주변 사람한테 인기가 좋았다. 못생긴 토마토도 가락동시장의 토마토보다 더 좋은 가격으로 팔렸다.
당시 정 대표 부부는 채소와 토마토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선별해 가락동시장에 판매했다. 이런 과정에서 진 대표는 농산물 판로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꼈다. 길가에 있는 땅을 구입해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그 농산물을 직판하고 싶다는 꿈도 가졌다. 그 꿈을 품은 후 더 부지런히 일했다. 변함없이 가장 좋은 농산물을 판매하려고 했다. 저축도 열심히 했다.
그러는 동안 광주의 땅값은 계속 올랐단다. 그에 비해 이천 농지는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정 대표 부부는 2006년 모가면 원두리, 현재 위치에 땅을 구입했다. 이천으로 터전을 옮긴 후 우연히 이천시농업기술센터와 설성면 송계리의 한 딸기 농가와 인연이 닿았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토마토를 재배하려던 계획을 접고, 딸기를 재배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딸기재배에 관한 다양한 책을 섭렵했다. 인터넷과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타 지역 딸기농가를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터득한 것을 농원 실정에 맞게 적용했다. 이천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도 받았다. 그렇게 15년 동안 설향 등 딸기를 재배했다.
"3년 전이었어요. 남편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다른 농가와 차별화된 딸기를 재배해 보자고, 새로운 딸기 품종에 도전해 보자고 하더라고요. 이천에는 설성면, 신둔면, 부발읍 등에서 맛있고 영양가가 풍부한 딸기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거든요. 여러 고민과 실험 끝에 메리퀸을 재배하게 됐어요. 경기도에서 메리퀸을 재배하는 농원은 흔치 않거든요."
▲ 메리퀸 딸기는 '모든 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딸기의 여왕'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천시 모가면 원두리 한울농원에서 |
ⓒ 김희정 |
이때 농원 주변 상황과 이천시 4계절 기후와 일조량 등을 고려하여 딸기가 햇볕을 골고루, 그리고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하우스 높이는 타 시설하우스의 높이보다 낮게 지었다. 하우스 높이가 낮아야 내부가 따듯하고 연료비는 덜 든다는 이유에서다. 시설하우스를 짓는 동안 오가는 사람마다 이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다른 인부도 없이 둘이서 하우스를 짓느냐고. 그래도 두 사람은 우직하게 하우스를 지었단다.
최상의 딸기를 얻기 위한 노력은 채소와 토마토를 재배할 때와 변함이 없다. 딸기 하나하나를 일일이 살피며 정성을 기울인다. 수경재배법이라 영양 공급에서도 공을 많이 들인다. 시설하우스 환풍과 온도에도 집중한다. 동절기 낮에는 18~24도를, 밤에는 6도 정도를 유지한다.
"우리 가족과 손주가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딸기, 딸기를 한 번 구입하신 손님이 다음에 또 오시고 그다음에도 오는, 맛있는 딸기를 생산하고 싶어요. 조금 더 수고하더라도 가장 좋은 것을 드리고 싶고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잖아요."
메리퀸 딸기가 반짝반짝 빛난다.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싱싱한 딸기를 입 안에 넣는다. 과육이 단단하다. 담백한 단맛과 산뜻한 신맛이 어우러져 아주 맛있다. 그만 먹어야지 하면서도 손이 자꾸 딸기를 향한다. 비타민c와 식이섬유, 항산화 성분 등이 풍부해서 그럴까. 온몸에 싱그러운 기운이 퍼진다.
한울농원 딸기는 여러 지역 사람들이 구입해 간다. 최근 현대백화점 친환경 코너에 납품을 한다. 정·진 대표의 아들인 정찬규(32)님은 2년 전부터 이천시 대월면에서 한울농원 대월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딸도 딸기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고.
어려운 현실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소신을 실천하며 꿈을 꾸고 도전하는 진순희·정석채 대표. 그들이 키운 딸기가 맛있는 이유도 여기에 숨어 있을 터, 그들을 응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 이천 딸기가 익어가고 있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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