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쌀 농가, 농자재 급상승·기후변화에 '한숨'

경주신문 엄태권 2024. 1. 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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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농협·농민 합심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 요구돼

[경주신문 엄태권]

ⓒ 바른지역언론연대
 
벼 재배면적 경북 2위, 전국 9위 경주의 장기적인 쌀값 안정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처하는 동시에 대형시장 판로개척에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

경주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경주지역 벼농사 규모는 농가 1만4000여 호, 재배면적 1만1000여ha, 생산량 7만8000여 톤이다. 하지만 매년 쌀 수매 가격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여러 기관·단체에서 전방위적인 장기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주시와 농협, 생산자인 농민이 합심해 선순환 고리 전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농자재 원가 급상승·기후변화 '엎친 데 덮친 격'

경주 쌀 농가의 가장 큰 걱정은 농가 소득의 감소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인 2022년 농자재 품목 중 비료비는 2021년 대비 132.7% 급상승했고, 영농광열비는 66.9%, 노무비는 13.0% 상승했다. 반면, 곡물 판매지수는 12.1% 감소하며 농가 경영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쌀 품질 또한 떨어져 판매에 악영향을 끼치며 지역 농민들은 더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

농민단체에서는 해결 방안으로 공동방제와 영양제 살포 횟수 확대, 쌀 가격 보전을 위한 대규모 시장 개척을 제시했다. 앞으로 계속될 기후변화 상황에 현 1회에 그치고 있는 공동방제 횟수를 최소 3회로 늘려야 하고 양질의 쌀을 생산할 수 있게 영양제 투여를 증가시키자는 것이다. 또한 양질의 쌀이 생산된다면 경주시와 농협이 대도시,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주의 쌀이 소비될 수 있게 행정적 지원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농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지만 쌀 가격이나 각종 지원은 따라주지 못해 농가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공동방제와 영양제 투여 횟수 증가, 기후변화에 따른 품종 및 벼 재배기술 개발 등 경주에서 우수한 품질의 쌀을 생산할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질의 쌀이 생산된다면 대구·울산·부산 등 대도시는 물론 대기업 식당과 같이 쌀 소비가 많은 곳에 납품을 해 경주 쌀이 올바른 가격을 받고 많이 판매될 수 있도록 경주시와 농협이 힘써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올해 삼광벼 대체 품종 '친들벼'도 재배

현재까지 경주지역 주요 품종은 삼광벼다. 밥맛이 좋기로 알려진 품종이지만 주로 충청도 이북 지방에서 재배하는 품종으로 경주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경주시에서는 전라도와 경남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인 '친들벼'를 일부 지역에서 시범 재배를 했었고 올해는 15개 지역에서 삼광벼와 친들벼를 동시에 재배하기로 결정했다.

친들벼를 확대 재배하기 위해 시는 국립종자원 충남지원에서 원종 3톤을 확보했으며, 양질의 쌀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또 농민단체의 공동방제 및 영양제 투여 횟수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예산 증액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쌀 품질 저하가 지속적으로 우려되는 만큼 삼광벼 대체 품종으로 친들벼를 선택하게 됐다"면서 "수확시기, 기후로 인한 쌀 깨짐 현상 등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농민들이 요구하는 방제·영양제 투여 횟수 증가는 예산이 많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농협과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예산만 확보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악순환에서 선순환으로 전환하려면?

벼 품종의 변화, 예산의 확보가 되더라도 경주시·농협·농민들에게는 숙제가 남게 된다. 농업 관련 전문가들은 경주의 쌀 가격문제는 시와 농협, 농민 3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해결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서로 신뢰를 쌓고 각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논 특성상 벼를 재배하기 위해서 지력(地力)을 일정 수준 유지해 줘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벼를 수확하고 나서 생기는 짚단이다. 짚단을 잘게 썰어 땅에 묻어야 소비된 지력이 돌아 오지만 축산 농가가 많은 경주에서는 짚단을 사료로 판매하고 대신에 비료를 뿌린다는 것이다. 이 또한 농가 소득 감소에 따른 농민들의 자구책으로 어쩔 수 없는 판단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양질의 쌀 생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평가다.

한 농업 전문가는 "경주지역의 장기적인 쌀 농업 발전과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서는 경주시와 농민, 농협 3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각자에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한다. 농업 예산 확보, 기술 개발, 시장 개척, 양질의 쌀 생산을 위한 농가 노력, 기후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수매시기 선정 등이 필요하다"며 "쌀 수매가 품질의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를 이루기 위해 3자가 합심했을 때 당장 1~2년 내에는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정부도 해결 못한 쌀 가격 문제를 경주에서 해결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주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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