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출렁다리, 도로 옆 절벽... 순간 막막했다

강재규 2024. 1. 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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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떠난 안나푸르나 트레킹] 도착 이튿날부터 트레킹 시작

[강재규 기자]

약 한 달 전인 2023년 12월 22일 오전 10시 25분, 부산국제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인천공항에서 네팔 카트만두행 비행기는 오후 1시 40분이었다. 인천에서 카트만두까지 비행시간은 약 7시간 50여 분이 걸렸다. 한국과 네팔의 시차는 3시간 15분이어서 도착을 해도 해가 지기 전이었다.
  
▲ 카트만두도착 12월 22일 저녁 무렵 카트만두에 도착한 우리 일행
ⓒ 강재규
   
비행기에서 내려 먼저 네팔 도착 비자(15일 체류 비자 $30)를 발급받은 후 입국 수속을 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가니 우리가 머물 호텔에서 보낸 가이드와 봉고 기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가이드는 네팔 현지 여행사 제이빌 홈 사장이 준비해 보낸 금잔화 꽃다발을 우리 일행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에 걸어주었다. 기쁜 마음으로 우리는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리 일행이 처음으로 맞은 카트만두 시내의 광경은 여느 동남아 국가들의 도시 풍경처럼 자동차와 오토바이, 그리고 사람들로 뒤엉켜 정신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다. 신호등도 건널목도 표시되지 않은 도로를 우리를 픽업하러 온 기사는 물이 흐르듯 잘도 빠져나갔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첫 숙박지인 호텔 타멜 파크(Hotel Thamel Park)에 도착했다. 네팔 카트만두 타멜 제이빌 여행사 홈(Hom Nath Bhattarai) 사장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호텔 타멜 파크를 경영하는 사장님은 제이빌 여행사 홈 사장의 형님이다. 이들 두 형제는 한국에서 돈을 벌어 고국인 네팔에서 큰 성공을 거둬 코리안 드림을 성공적으로 실현한 형제애가 유독 두터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사에서 다루고자 한다.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저녁 식사를 하다
 
▲ 카트만두 호텔 타멜 파크에서 저녁식사 호텔타멜 파크에서 한식으로 저녁식사
ⓒ 강재규
   
▲ 호텔 타멜 파크에서 저녁식사 제이빌 홈 사장이 준비한 한식 저녁식사
ⓒ 강재규
 
호텔에서는 한국에서보다 더 한국적인 돼지고기볶음과 김치찌개로 저녁 식사를 했다. 상추와 김치, 마늘까지 준비해 내어놓았다. 식사와 함께 시원한 네팔 맥주와 한국에서 가져간 소주로 반주도 즐기면서 여행자의 회포를 풀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음 날 있을 트레킹을 위해 짐을 꾸렸다. 우리가 직접 가져가야 할 필수적인 물건들은 배낭에 넣고, 트레킹에서 꼭 필요한 물건들은 포터들이 운반해줄 짐가방(Cargo Bag)에 넣고, 나머지 불필요한 것은 우리가 가져온 여행용 가방에 남겨두었다. 그리고 다음 날 트레킹을 위해 호텔 숙소에 들어 잠을 청했다.
  
▲ 트레킬 준비 짐을 분류해 트레킹 준비를 하다
ⓒ 강재규
      
▲ 포카라공항도착 포카라공항에 도착한 일행
ⓒ 강재규
   
12월 23일 아침 일찍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트레킹이 시작될 포카라로 가기 위해 카트만두 국내 공항으로 이동하여 경비행기 탑승을 위한 수속을 받았다. 허리띠와 허리에 두른 전대까지 풀어 검색대를 통과시켜야 했다. 프로펠러가 달린 경비행기를 타고 30여 분만에 포카라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리자 네팔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산 마차푸차레가 눈앞에 펼쳐졌다.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는 포카라 공항에서부터 우리 트레킹의 최종 목적지였던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던 바로 그 산, 나중에는 우리 일행조차 정이 들어버린 산이다.

트위스트 추는 지프차, 도로 옆은 천 길 낭떠러지
 
▲ 포카라에서 지누단다까지 우리를 실어준 지프차 비포장도로를 트위스트치면서 오른 지프차
ⓒ 강재규
   
공항에서 대기하던 지프차를 타고 3시간 30분을 달려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 일행의 트레킹 시작점인 지누단다(1,780m)였다. 길인 듯 아닌 듯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4륜 구동 지프차는 트위스트를 추듯 고갯길을 돌고 돌아 오르기 시작했다. 도로 옆은 천 길 낭떠러지인지라, 손잡이를 잡은 손에는 진땀으로 범벅이 되고, 팔과 다리는 오금이 저렸다. 여차하면 지프차가 계곡으로 굴러떨어질 것만 같았다. 종종 외국에서 차량전복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곤 해서 더 긴장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지누단다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지누단다 롯지에서 네팔의 전통적인 음식인 치킨 달밧으로 점심식사를 하면서 바깥을 내려다보니, 계곡을 사이에 두고 이쪽저쪽을 연결하는 출렁다리가 놓여있었다. 등짝에 짐을 가득 실은 소도, 말도, 개도, 그리고 사람도 건너는 다리였다.

고소공포증으로 인해 이번 트레킹에 참여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와 그 얘기를 했더니, "그럼 내가 개보다도 못하다는 말이지?"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번에 함께 했던 강종구 박사도 고소공포증이 있다며 걱정을 많이 했는데, 별 무리 없이 잘 건넜다.
 
▲ 지누단다 뉴브릿지 소도, 말도, 개도, 그리고 사람도 지나는 출렁다리
ⓒ 강재규
     
출렁다리를 건너자마자 끝없이 펼쳐진 계단 언덕길을 맞이한 우리 일행은, '저 언덕길에 과연 끝이란 게 있을까?' 하는 막막한 심정이었다. 저 너머에 무엇이 펼쳐질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여기서 돌아서야 하나? 내가 과연 트레킹을 완주할 수 있을까?' 함께 했던 한의사 정흥식 원장은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시작이 반이라 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그게 삶의 이치이고, 자연의 섭리이니, 일행 중 단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비스타리(천천히), 비스타리(천천히), 언덕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결국은 해냈다.
 
▲ 계속되는 돌계단길 반복되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돌계단
ⓒ 강재규
 
드디어 트레킹이 시작된 후 첫 숙소인 촘롱(해발고도 2,170m)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숙소인 롯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고 포터가 지고 온 가방을 풀어 젖은 옷은 갈아입고 휴식을 취하는 일이다. 그리고 고도가 높지 않은 곳에서는 더운물을 주문해서 간단한 샤워도 가능하다. 롯지에서 저녁 식사를 주문해 식사를 한 후 다음 날 트레킹을 위해 잠자리에 드는 일이다. 어떤 이들은 뜨거운 물을 물통 한가득 사서 침낭에 넣으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하는데, 핫팩을 활용하면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다.
우리 일행은 트레킹을 마치면 각자의 경험 등을 담아 책을 출판하자는 약속을 했다. 그래서 롯지에 도착하면 핸드폰을 충전하고 와이파이를 연결하는 일이 나에게는 중요한 일과의 하나였다.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고 간단한 메모를 하는 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긴 일정으로 여행을 하다 보면 메모해 두지 않았을 때는,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을 잊어버리거나 기억이 엉켜버려서 글로써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 시원한 맥주로 여독을 푸는 이도정 대장과 필자 시누아롯지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중인 이도정 대장과 필자
ⓒ 강재규
   
12월 24일 아침 촘롱 롯지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꾸려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촘롱에서 한참을 내리막길로 내려갔다가 시누와(고도 2,360m) 마을을 지나 또 긴긴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시누와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했다. 나와 이도정 대장은 식사 전에 탁 트인 대자연 속에서 시원한 네팔 맥주로 목마름과 몸의 피로를 풀었다. 점심식사 후 트레킹을 계속해 두 번째 숙소인 밤부에 도착했다.

나는 여기서도 여장을 푼 후, 가이드에게 부탁해 곧장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핸드폰 충전을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내 블로그에 간단히 메모하고 사진도 올렸다. 25일엔 숙소인 밤부에서 트레킹을 시작해 도반(2,600m)과 롯지(2,920m)를 지나 힌쿠동굴(3,170m)을 거쳐서 데우랄리 롯지(3,200m)에서 숙식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다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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