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농가 "사료값 치솟아 유동성 위기…정부지원·소비촉진 절실"
소비 감소·재고 증가…생산비 급등·돈가 급락
정부에 사료 구매자금·농가 전기요금 지원 요청
한돈 농가가 특별 사료 구매자금 신설 등 경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 침체로 돼지고기 소비가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돼지 농가들이 사료비를 비롯한 생산비 상승과 돈가 급락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돈농가, 생산비 급등에 돈가 급락…줄도산 위기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4 한돈산업 위기 대응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돈 가격안정 및 경영 부담 완화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손세희 대한한돈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식량안보의 기둥인 한돈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딛고 건실히 일어설 수 있도록 해달라"며 "가격 하락과 생산비 급증, 소비침체 등으로 한돈농가에 큰 위기가 닥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돼지가격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한돈협회에 따르면 돼지고기 경락(경매)가격은 지난달 중순 ㎏당 4000원대 중반으로 떨어진 이후 지난 24일 기준 4348원까지 추가 하락했다. 이에 반해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으로 사룟값 인상, 이자 부담 가중 등 생산비는 꾸준히 늘어나 중위농가 기준 평균 5199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특히 생산성 하위 30% 농가의 경우 현금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도미노 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생산성 하위 30% 구간 한돈 농가의 생산비는 ㎏당 평균 5709원으로 농가당 1억44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이달 돼지가격이 ㎏당 4100∼4300원으로 전망되면서 1월 한 달에만 농가당 2700만~3100만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손 회장은 “경기침체로 돼지고기 소비가 크게 위축돼 돼지고기 전 부위의 재고가 늘고 있는 가운데 돼지가격 하락기 진입까지 겹치면서 돈가가 급락하고 있다”며 “현재 돈가로는 높은 생산비를 감당하기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할인판매와 기업단체급식 지원, 시식회, 소비 홍보 캠페인 등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사료 구매자금 신설 요구…할인행사로 자구책도 마련
한돈협회는 농가의 생산성 향상과 경영 여건 개선을 위해선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손 회장은 사료비 부담 완화 대책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구체적으로 양돈용 특별사료구매자금 신설과 기존 사료 구매자금의 상환기간이 도래 시 연장을 요구했다. 그는 “생산비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사료비 문제가 해결돼야 농사를 이어갈 수 있지 않겠냐”며 “작년 10월부터 돼지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졌지만 누적되는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례행사처럼 이어지고 있는 백신 피해 완화를 위한 대책도 요구했다. 돼지열병(CSF) 백신을 현재의 ‘롬주’에서 접종 스트레스가 적고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생마커’로 변경하고, 구제역(FMD) 백신은 현행 근육 접종 방식 대신 피내 접종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손 회장은 “백신 변경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이상육 발생 확률을 낮추면 농가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한돈농가 대상 전기요금 일부 한시 지원 ▲가축분뇨 처리비 부담 완화(t당 1만원 지원) ▲민관공동 돼지 수매 사업 추진(1~3월 비수기 수매·비축, 4월 이후 돈가 상승기 출하) ▲돼지고기 원산지 단속 강화 등도 요구했다.
협회는 정부에 대한 경영안정대책 요구와 함께 자체적인 판매 촉진 방안도 발표했다. 한돈협회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정육점(한돈인증점), 농협 하나로마트, 한돈몰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 최대 50% 할인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식품기업, 플랫폼 사업자 등과 협약을 맺고 판로를 확대하는 한편 삼겹살데이(3월3일), 명절, 스포츠행사 등과 연계한 소비 촉진 캠페인을 추진할 예정이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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