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교당한 동급생 목 졸라 살해한 여고생…징역 최대 15년

자신이 폭언·폭행하던 동급생에게 절교를 당하자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여고생에게 소년법상 최고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11형사부(재판장 최석진)는 25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양(18)에게 검찰 구형량과 동일한 징역 장기 15년·단기 7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요청한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와 보호관찰 청구는 재범의 우려가 낮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A양과 피해자 B양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이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범행이 이뤄지기 직전 두 사람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과거에 친밀했을 수는 있다. 분명한 것은 범행 전 피해자는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 않았고 피고인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집착해 결국 이 사건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범행 이후 행동에 A양의 비춰봤을 때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도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이후 수사기관에 직접 전화해 자수했지만,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해자 언니와 연락하고 그 휴대전화를 버렸다”며 “자신의 휴대전화 역시 초기화하고 태블릿PC에 있는 대화도 없애려 시도했다. 범행 방법 역시 매우 좋지 않아 피해자가 느꼈을 정신적 고통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받을 때에는 ‘피해자가 먼저 공격했다’고 진술했는데 피고인의 몸에서 특별한 폭행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며 “법정에 제출한 다수의 반성문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기보단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모습이 보인다. 비록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자수를 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감안해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A양 측에서 내놓은 ‘B양이 직접 문을 열어줬다’는 주장은 범죄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집 비밀번호를 직접 누른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문을 열어줬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두고도 다퉜다”며 “피고인이 비밀번호를 직접 눌러서 피해자 집에 들어갔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피고인의 범죄성립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 가족들이 유족들에게 상당한 금액을 공탁하며 노력한점은 인정하지만 유족들은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피고인의 나이나 처벌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과 피해자의 특별한 관계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다시 살인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 인정하긴 어려운 만큼 부착명령 선고는 기각한다”고 말했다.

A양은 지난해 7월 12일 낮 대전 서구에 있는 B양의 아파트에서 B양을 때리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양은 B양의 물건을 돌려주겠다며 B양 집으로 찾아간 뒤 말다툼을 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실패한 A양은 결국 119에 신고했다. 신고 당시 그는 “고등학생이니까 살인 혐의로 체포돼도 징역 5년 받는 게 맞냐”고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과거 친한 사이였지만 A양이 B양에게 점차 폭언·폭력을 일삼으면서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A양은 이후 학교폭력 대책위에 회부됐고 2022년 7월 반이 분리됐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다시 연락을 재개했지만 A양이 학폭위 개최 경위를 물으면서 B양을 다시 괴롭혔다. B양이 결국 절교를 선언하자 A양은 ‘죽일 거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B양을 협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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