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역사와 함께한 '프랜차이즈 스타' 고영표, '107억 대박 계약' 자격 충분했다

유준상 기자 2024. 1. 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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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T 위즈가 '에이스' 고영표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구단 역사상 첫 번째 비FA 다년계약 주인공이 탄생했다.

KT는 25일 "투수 고영표와 5년 총액 107억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세부 계약 조건은 보장액 95억원, 옵션 12억원이다. KBO리그 역대 12번째 비FA 다년 계약자이자 투수만 놓고 보면 문승원, 박종훈, 김광현(이상 SSG 랜더스),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구창모(NC 다이노스)에 이어 이번이 6번째.

가장 최근에 다년 계약을 맺은 투수들과 비교하면 규모가 큰 편이다. 박세웅은 2022년 10월 26일 롯데와 5년 총액 90억원에 도장을 찍었고, 연봉 총액과 옵션은 각각 70억원, 20억원이었다. 그해 12월 NC와 다년 계약에 합의한 구창모는 6+1년 총액 132억원의 조건에 사인했는데, 옵션이 44억원이었다. 보장액만 놓고 보면 두 투수보다 고영표의 금액이 더 많다. 구단이 선수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2014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0순위로 KT에 입단한 고영표는 구단의 역사와 함께했던 선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팀이 1군에 진입한 2015년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그해 46경기 57이닝 3승 4패 평균자책점 5.68 피안타율 0.301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53을 기록한 데 이어 이듬해 53경기 56⅓이닝 2승 4패 5홀드 평균자책점 5.59 피안타율 0.285 WHIP 1.49의 성적을 남겼다. 첫 두 시즌까지만 해도 선발보다는 불펜에서 힘을 보탰다.

고영표가 선발투수로 자리잡은 건 2017년이었다. 2017시즌 25경기 141⅓이닝 8승 12패 1홀드 평균자책점 5.08 피안타율 0.299 WHIP 1.31을 마크했고, 2018년에는 25경기 142이닝 6승 9패 평균자책점 5.13 피안타율 0.308 WHIP 1.41로 시즌을 마감했다.

볼넷은 적은 편이었지만, 홈런을 비롯해 안타 허용이 잦았다. 고영표는 2017년 13개, 2018년 17개의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10승 투수'의 꿈을 미뤄야 했던 고영표는 2018시즌을 끝으로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됐다.

1년 10개월 동안 사회복무요원으로 지낸 고영표는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고, 팀의 첫 번째 가을야구를 중계로 지켜봤다. 2020년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KT는 1군 진입 6시즌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KT의 여정은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마침표를 찍었지만,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런 면에서 고영표는 KT의 마지막 퍼즐조각과 같았다.

두 시즌 동안 1군 및 퓨처스리그 경기를 소화할 수 없었던 고영표는 정교한 제구와 함께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21년 26경기 166⅔이닝 11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2 피안타율 0.238 WHIP 1.04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10승 고지를 밟았다. 아리엘 미란다(전 두산), 백정현(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평균자책점 부문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고영표에게 2021년이 갖는 의미가 남다른 건 바로 단기전 경험 때문이다. 고영표는 또한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으로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으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3경기 4⅔이닝 2홀드 6피안타 2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3.86으로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팀의 확실한 '상수'가 된 고영표는 이듬해에도 활약을 이어갔다. 고영표는 2022년 28경기 182⅓이닝 13승 8패 평균자책점 3.26 피안타율 0.269 WHIP 1.17로 이닝이터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선발로 나와 2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5실점(4자책)으로 부진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발탁으로 예년보다 일찍 몸을 만든 지난해에도 자신의 장점인 '꾸준함'을 살렸다. 정규시즌 28경기 174⅔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 피안타율 0.269 WHIP 1.15로 이강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고영표는 지난해 4월 한 달간 6경기 34⅓이닝 2승 1패 평균자책점 2.88 피안타율 0.269로 순조롭게 시작했다가 5월 4경기 21⅔이닝 1승 2패 평균자책점 4.57 피안타율 0.287로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6월 들어 4경기 27이닝 3승 1패 평균자책점 2.33 피안타율 0.214로 반등에 성공했고 7월 4경기 27⅔이닝 2승 1패 평균자책점 1.30 피안타율 0.210, 8월 4경기 29이닝 2승 평균자책점 1.55 피안타율 0.277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9월 이후 6경기 35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4.11 피안타율 0.336으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이닝 3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에이스의 자격을 입증했다. 2연패로 위기에 몰렸던 KT는 고영표의 투구를 계기로 분위기를 바꿨고, 4차전과 5차전까지 모두 가져오면서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마지막이 아쉬웠다. 고영표는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 10이닝 1패 평균자책점 5.40 피안타율 0.326의 성적을 올렸다. 1차전에서 6이닝 7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으나 5차전에서 4이닝 7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결국 KT는 시리즈 전적 1승4패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한 차례뿐이었지만, 고영표의 기여도가 높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이닝이다. 고영표는 국내 투수만 놓고 보면 2021~2023년 통산 이닝 1위였다. 외국인 투수까지 범위를 넓혀도 같은 기간 동안 고영표보다 많은 이닝을 책임진 투수는 데이비드 뷰캐넌(전 삼성 라이온즈, 525이닝) 단 한 명뿐이었다. 전체 3위는 케이시 켈리(LG, 522이닝)였고 4위와 5위는 각각 박세웅(474⅓이닝),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474이닝)이었다.

또 고영표는 선발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인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퀄리티스타트를 21회 달성하면서 기복 없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그가 '고퀄스'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다.

원동력은 바로 자신의 장점인 제구였다. 고영표는 2021년 27개, 2022년 23개, 지난해 19개로 시즌을 거듭할수록 볼넷 개수를 줄였다. KBO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고영표의 2021~2023년 9이닝당 볼넷 개수는 1.19개로 리그 전체 투수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특히 고영표의 통산 삼진/볼넷 비율은 5.26으로, '경이로운' 수준이다. 5 이상의 수치를 기록한 선수는 고영표 단 한 명뿐이다. 이 부문 2위인 선동열(은퇴, 4.97)이나 3위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 4.83), 4위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4.56) 등보다 훨씬 수치가 높다.

지난해 고영표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4.6km에 불과했다. 그만큼 구속이 빠르지 않더라도 고영표는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극대화시키면서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원래대로라면 고영표는 2024시즌 이후 FA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었다. 일찌감치 '최대어'로 주목을 받으면서 다년 계약 가능성이 제기됐다. 올겨울 이렇다 할 외부 영입이 없었던 KT로선 이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고, 선수와 여러 차례 논의를 거친 끝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특히 강력한 선발진을 앞세워 4년 연속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KT는 전력 손실을 막았다. 지난해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칠 수밖에 없었던 소형준이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KT로선 고영표의 잔류와 소형준의 복귀로 선발왕국 구축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나도현 KT 단장은 “고영표는 구단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며, 투수진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선수"라며 "실력은 물론이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투수이기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앞으로도 에이스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8년까지 KT와 동행하게 된 고영표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주신 구단에 감사하다. KT 창단 맴버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팀이 우승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던 KT도, 단기전에서 아쉬움을 남긴 고영표도 지난해와 다른 결말을 꿈꾸는 중이다. 다년 계약으로 부담을 덜어낸 고영표가 2024년에도 에이스의 위용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KBO리그 역대 비FA 다년계약 사례(2022년 비FA 다년계약 체결했던 LG 오지환은 2023시즌 이후 FA 계약)

-공동 1호: 2021년 12월 14일, 문승원(SSG 랜더스) / 5년 총액 55억원
*연봉 총액 47억원, 옵션 8억원

-공동 1호: 2021년 12월 14일, 박종훈(SSG 랜더스) 5년 총액 65억원
*연봉 총액 56억원, 옵션 9억원

-3호: 2021년 12월 25일, 한유섬(SSG 랜더스) / 5년 총액 60억원
*연봉 총액 56억원, 연봉 4억원

-4호: 2022년 2월 3일,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 5년 총액 120억원
*연봉 총액 90억원, 옵션 30억원

-5호: 2022년 3월 8일, 김광현(SSG 랜더스) / 4년 총액 151억원
*연봉 총액 131억원, 옵션 20억원

-6호: 2022년 10월 26일,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 5년 총액 90억원
*연봉 총액 70억원, 옵션 20억원

-7호: 2022년 12월 17일, 구창모(NC 다이노스) / 6+1년 총액 132억원
*연봉 총액 88억원, 옵션 44억원

-8호: 2023년 6월 28일, 이원석(키움 히어로즈) / 2+1년 총액 10억원
*연봉 총액 7억원, 옵션 3억원

-9호: 2023년 10월 16일, 김태군(KIA 타이거즈) / 3년 총액 25억원
*연봉 총액 20억원, 옵션 5억원

-10호: 2024년 1월 5일, 최형우(KIA 타이거즈) / 1+1년 총액 22억원
*연봉 총액 20억원, 옵션 2억원

-11호: 2024년 1월 20일, 김성현(SSG 랜더스) / 3년 총액 6억원
*전액 보장

-12호: 2024년 1월 25일, 고영표(KT 위즈) / 5년 총액 107억원
*보장액 95억원, 옵션 12억원

사진=KT 위즈,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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