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팝콘' 먹다 이 깨졌다며…37일 후 돌연 변호인단 꾸려온 손님

서비스로 제공한 팝콘 때문에 "이 깨졌다"는 손님
합의 기다렸지만 500만원 요구…변호인단도 꾸려

손님이 서비스로 받은 팝콘 때문에 어금니가 깨졌다며 임플란트 등의 치료비를 요구했다는 자영업자의 사연이 알려졌다.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팝콘 먹다 어금니가 깨져서 임플란트한다는 손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자신을 부산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라고 밝힌 A씨는 "벌써 1년째 저를 괴롭히는 일이 있어 여러분께 공유하고자 한다"며 운을 뗐다.

A씨는 "(문제를 제기하는) 손님은 지난해 1월12일 저희 매장을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주셨다"며 "당시 무료로 제공되는 팝콘의 덜 익은 옥수수 알갱이를 씹어 어금니가 파절됐고 임플란트를 한다고 연락을 받았다. 치료비를 달라고 하시더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방문으로부터 한 달이 더 지난 2월17일에 연락을 받았다"며 "며칠이 지난 시점에서 아무런 연락도 없이 37일이나 지나서 연락을 줬다. 그렇기에 CCTV 보관기간도 지나 영상도 조회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보안 업체에 영상을 복구할 수 있냐 문의했지만 복구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A씨는 "CCTV 보관기간이 지나기를 기다린 건 아닌지 의심까지 들더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CCTV로 옥수수 알갱이를 씹는 장면이라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물었으나 그런 사고를 보거나 항의를 받은 적은 없다고 한다. 심지어 상황을 기억조차 못하더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 손님은 1965년생이었고 충분히 치아가 약해진 연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저는 시험관 시술을 위해 병원에 다니는 중이라 신랑에게 일 처리를 부탁했다. 신랑과 만난 손님은 처음엔 본인의 잘못이니 그냥 치료하려다가 변호사 친구가 1000만원 정도 배상받을 수 있다고 조언해줘서 매장에 연락했다고 한다"며 "결국 치료비가 200만원 정도 들어갈 것 같다는 이야기에 100만원에 합의를 보려고 했지만 너무 억울해서 돈을 보낼 수가 없었다"고 속상한 심정을 전했다.

"소장에 이름 올린 변호사만 다섯…판례 근거로 블랙컨슈머 양산될까 두렵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A씨 부부는 소비자원을 통한 조정신청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받은 소장은 A씨 측이 약 511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소장에 이름을 올린 변호사도 다섯 명에 달했다.

A씨는 "바로 변호사를 수임했고 합의를 기다렸다. 하지만 상대방은 보란 듯이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한다"며 "로펌에서는 변호사 수임료와 소송액이 맞먹는다면서 소송을 말렸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까지 일을 끌고 온 것은 돈이 아까워서가 아닌, 이 사건이 일부라도 원고 취지가 인정되어 일부 배상 판결이 난다면 앞으로 이 판례를 근거로 얼마나 많은 블랙컨슈머들이 양산될지 끔찍해서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왜 늘 자영업자들은 을의 위치에서 불리하게, 억울하게 당하기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작년에 이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시험관 아기도 잘 안 될 것 같아 미뤘다. 너무 생각이 많고 억울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정확한 판결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저런 블랙컨슈머가 없어져야 차후 정말 피해를 본 소비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것" "너무 억울하고 힘드실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2021년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비자 책무를 다시 정의한 '소비자기본법' 개정안, 블랙컨슈머들의 불공정 소비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처벌 근거를 마련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임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7~2021년 블랙컨슈머 관련 민원은 1306건에 달했다. 이에 임 의원은 거짓된 사실을 통해 타인이 판매·제공하는 재화나 용역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했으며, 소비자 책무에 '공정한 시장 질서'를 추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리뷰나 별점 제도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 명예훼손 여지가 있는 리뷰가 신고될 경우 해당 리뷰를 30일간 블라인드 처리하고 '사장님에게만 보이게 리뷰 작성하기'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쿠팡이츠는 욕설, 폭언, 성희롱이 포함된 리뷰는 차단하고 별점 테러의 경우 가게 평점 통계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