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다 줄게”…‘MZ감성’ 따라잡기 나선 예비후보들

박종혁 2024. 1. 2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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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예비후보들 ‘MZ 밈’ SNS서 인기
전문가 “정책 수반돼야 지속 가능”
김기남 국민의힘 영등포갑 예비후보가 지난 1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릴스 영상은 25일 낮 12시까지 조회수 501만회를 기록했다. 김기남 예비후보 인스타그램 캡처

“바래다줄게” → “바래(바라)? 다 줄게”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자주 보이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중 하나다. 띄어쓰기를 달리해 문장의 뜻 자체를 바꾸는 일종의 언어유희다.

오는 4월 총선을 준비하는 김기남 국민의힘 영등포갑 예비후보는 해당 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가 지난 1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릴스 영상은 25일 낮 12시까지 조회수 501만회를 기록했다. 좋아요는 9만6000개에 달하고 공유수는 13만8000개에 이른다.

김 예비후보는 영상에서 “바래다줄게”를 말한 뒤 화면이 전환되자 “바래(바라)? 다줄게”라고 외친다. 인기를 끌고 있는 밈을 이용해 김 예비후보가 출마하려는 영등포 지역 유권자들이 바라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러한 밈을 차용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는 총선 예비후보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MZ세대라 불리는 2030세대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로 떠오르면서 이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맞춤 홍보’다.

위의 영상을 제작하고 기획한 건 김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김혜준(23)씨다.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최근부터 김 예비후보를 돕기 시작했다는 김씨는 김 예비후보 SNS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보님이 젊은이와 소통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며 “근데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셨다. 요새 밈이 유행을 하기 때문에 밈을 이용하면 젊은 분들도 정치에 거부감을 갖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후보님이 정치 신인이라 초기에 김 예비후보를 알리는 데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우선 젊은 분들이 저희 후보님을 보며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경선이 성공적으로 된다면 그때부터는 전략을 조금 바꿔서 공약 부분을 추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성진 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을 예비후보가 등장해 ‘나루토춤’을 추는 영상은 25일 오전까지 48만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좋아요는 2만개, 공유수는 5만4000회에 달한다. 김성진 예비후보 인스타그램 캡처

김성진 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을 예비후보도 지난 9일 후보 서포터즈단이 제작한 인스타그램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 스타가 됐다. 김 예비후보가 등장해 ‘나루토춤’을 추는 영상은 25일 낮 12시 기준 48만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좋아요는 2만개, 공유수는 5만4000회에 달한다.

나루토춤은 한 중국 훠궈 음식점 종업원들이 노래에 맞춰 나루토춤을 춘 것을 시작으로 일종의 밈으로 자리잡았다. 김 예비후보는 나루토춤을 ‘나부터춤’으로 변형해 ‘나부터 더 바른 정치’ ‘나부터 일하겠습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춤을 춘다.

김 예비후보에게 밈을 이용한 온라인 홍보를 권유한 것 역시 2030세대라고 한다. 김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지 몰랐다”며 “캠프에 놀러온 20·30대 젊은 친구들에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지 물어봤더니 나루토춤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제안했다. 후보님이 즉석에서 두 번 연습하고 바로 추신 게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현실 정치는 우선 정치인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돼야 유권자들이 정책을 알 수 있다”며 “국회의원 예비후보라고 하면 거리감이 들 수 있는데 친근해 보이는 효과를 낸 것 같다”고 밝혔다.

영상을 본 20·30대를 중심으로 호의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영상 댓글에는 “정치색과는 별개로 진짜 웃기다” “정치 관심 없는데 귀여우시다” “MZ를 이해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 등 신선하고 유쾌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씨(22)는 “정치인들이 다들 따라하는 추세라 이해는 간다”면서도 “솔직히 ‘왜 저러지’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정치인은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가벼운 이미지만 보여주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시적인 관심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홍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세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콘텐츠까지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젊은 사람들이 후보들의 이 같은 노력을 좋게 볼 수 있고, 후보가 보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노출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상응하는 정책적 콘텐츠가 수반돼 결과로써 젊은이들에게 와닿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내용과 콘텐츠가 없으면서 형식만 흉내내는 것은 반감만 일으킬 것”이라며 “형식만으로 어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단기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정책적인 니즈까지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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