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수 '소금 한 꼬집'에 난리난 영국… '보스턴 차 사건'까지 소환

방제일 2024. 1. 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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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국민 음료이자 자존심인 '홍차'에 미국의 화학과 교수가 '소금 한 꼬집 넣으면 쓴맛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알려져 영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1770년대 영국과 미국이 식민지 관할권과 관세 문제 등으로 대립하던 시기 일어났던 보스턴 차 사건은 영국이 당시 식민지였던 미국에 시행했던 홍차에 대한 과세 문제로 인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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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언론인, 보스턴 차 사건 들먹이며 비꼬기도
논란 커지자 대사관까지 나서 중재하기도

영국의 국민 음료이자 자존심인 '홍차'에 미국의 화학과 교수가 '소금 한 꼬집 넣으면 쓴맛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알려져 영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N은 미국의 한 화학자의 차에 대한 조언이 영국인들과 대사관까지 격분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펜실베이니아 브린모어대학의 미셸 프랑클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 음료의 쓴맛을 줄이기 위해 소금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홍차에 소금을 조금 넣으면 쓴맛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TV 뉴스에도 출연한 그는 "맛조차 느껴지지 않는 수준의 소량의 소금으로 쓴맛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SNS를 타고 확산했고, 차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영국인들은 해당 발언에 대해 분개하며 소셜미디어에서 뜨거운 반응을 쏟아냈다. 코미디언인 매트 그린은 "저 나라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냐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드러냈고, 영국 저널리스트 몰리큐는 자신의 X에 "우리 다시 전쟁하는 건가요"라고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영국의 국민 음료이자, 자존심인 '홍차'에 미국의 화학과 교수가 '소금 한 꼬집 넣으면 쓴맛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알려지자 영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특히, 몰리큐의 게시물에는 많은 영국인이 호응했고 과거 보스턴 차 사건까지 들먹이며 풍자에 나서기도 했다. 1770년대 영국과 미국이 식민지 관할권과 관세 문제 등으로 대립하던 시기 일어났던 보스턴 차 사건은 영국이 당시 식민지였던 미국에 시행했던 홍차에 대한 과세 문제로 인해 일어났다. 두 국가가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던 가운데, 1773년 12월 16일 밤 매사추세츠 만 식민지 주민들이 영국 본토로부터의 차 수입을 저지하기 위하여 영국적 선박을 습격했고, 당시 사치품이었던 차 상자들을 바다에 폐기했다. 보스턴 차 사건은 대중적으로는 미국 독립 전쟁의 본격적인 불씨가 된 사건으로 유명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이 사건에 대사관까지 끼어들었다. 영국 주재 미국대사관은 공식 X를 통해 "그런 터무니 없는 제안이 우리의 특별한 관계를 위협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우리는 영국의 국민 음료에 소금을 첨가한다는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미국의 공식 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미지근한 물로 차를 만드는 나라의 과학자가 완벽한 차 맛과 조리법에 관해 설명한다"며 해당 주장을 비꼬기도 했다.

한편, 영국이 이처럼 분개하는 이유는 홍차가 영국의 국민 음료이기 때문이다. 18세기 영국에 찻잎을 발효·건조한 홍차가 수입된 이후,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홍차를 많이 음용하는 국가로 유명해졌다. 특히, 산업혁명으로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차의 수입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영국 부자들은 이 홍차에 설탕과 우유를 첨가한 밀크티(milk tea)를 만들어 음용했고, 이는 홍차와 더불어 영국을 상징하는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 잡았다. 19세기 후반이 되면서 영국인 대부분은 커피 대신 홍차를 즐기게 됐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찻잔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홍차는 명실공히 영국의 국민 음료로 자리를 잡았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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