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인데 보조작가 취급”… ‘고려거란전쟁’ 연일 공방

최예슬 2024. 1. 2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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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방향성을 두고 원작자와 드라마 제작진 간 설전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작품이 원작 훼손이라고 비판한 원작소설 작가는 "나한테 자문을 맡겨놓고 보조작가 취급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정우 작가는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소설을 영상화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다"며 "원작 계약에 따라 원작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이 소설은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을 태동시키지도 않았고 근간을 이루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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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 등장하는 현종. KBS 제공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방향성을 두고 원작자와 드라마 제작진 간 설전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작품이 원작 훼손이라고 비판한 원작소설 작가는 “나한테 자문을 맡겨놓고 보조작가 취급했다”고도 주장했다.

총 32부작인 이 드라마는 당시 강대국 거란과의 26년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고려를 번영시킨 황제 현종(김동준)과 강감찬(최수종) 등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10.2%를 넘기며 순항 중이었다.

논란은 18회부터 불거졌다. 군현제를 놓고 강감찬과 대립하던 현종이 분노를 삭이지 못해 말을 몰다 낙마 사고를 당한 장면이 불씨가 됐다.

‘고려거란전기’ 원작자인 길승수 작가는 현종의 낙마가 원작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종 캐릭터를 제작진에 잘 설명해줬는데 대본 작가가 본인 마음대로 쓰다가 이 사달이 났다.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사적 사실과 관련한 자문이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전우성 PD는 “길 작가가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소설과 스토리텔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했다”며 “제작진 측이 수차례 자문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고사했다”고 해명했다.

KBS 2TV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 등장하는 현종과 강감찬. KBS 제공

그러나 길 작가는 전 PD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맞서며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24일 길 작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회의에 갔더니) 이정우 작가가 마치 나의 윗사람인 양 페이퍼 작성을 지시했다. 나는 자문계약을 했지 보조작가 계약을 한 건 아니라고 항변했다”며 “전 PD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나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려거란전쟁이 어려운 내용이니 자문을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자문을 구하겠다고 하더라”며 “내가 자문을 거절한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사태를 거짓으로 덮으려고 하지 말고 ‘대하사극인데 역사적 맥락을 살리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앞으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하는 게 최선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드라마가 원작 소설이나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인기리에 방영 중인 작품이 원작자와 갈등을 겪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앞서 제작진은 애초부터 ‘고려거란전쟁’이 원작 소설과 다른 방향으로 기획됐다고 항변했다. 이정우 작가는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소설을 영상화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다”며 “원작 계약에 따라 원작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이 소설은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을 태동시키지도 않았고 근간을 이루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작 소설을 검토했으나 나와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때부터 고려사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설계했다. 이 드라마는 분명 1회부터 원작에 기반하지 않은 별개의 작품이었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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