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선전포고' 하루만에 총공세…공격 포인트는 '노조·여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공화당 대선 경선 최초로 초반 2연승을 거두며 강력한 대세론을 형성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도 맞대응에 돌입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맞상대로 지목하면서 대선을 9달여 앞둔 이른 시점부터 전·현직 대통령 간의 리턴매치가 기정사실화하는 기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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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선전포고…핵심은 노조와 여성
그간 정책성과 홍보 중심의 ‘아웃복싱’을 구사하던 바이든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 경선을 계기로 ‘인파이트’로 전환했다. 그는 경선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트럼프가 후보가 되는 것이 분명하다”며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는 것이 나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날 트럼프를 겨냥한 공세에 사용할 ‘두장의 카드’를 꺼냈다. 바로 노조와 여성이다.
바이든은 미국 최대 노동조합 중 하나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바이든은 노조 활동을 공개 지지했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파업에 동참한 대통령”이라며 “바이든이 우리의 지지를 얻었다”고 선언했다. 반면 트럼프는 “사기꾼”이자 “억만장자이면서 그들을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어 연단에 오른 바이든은 “월스트리트가 아닌 중산층이 미국을 만들었고, 중산층은 바로 노조가 건설한 것”이라며 “트럼프가 무노조 경영을 통해 여러분을 공격한 반면 대통령인 나는 여러분과 함께 피켓을 들었다”고 말했다.
‘상처받은 노동자’ 쟁탈전
미국 노조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2016년 대선에서는 이들의 상당수가 백인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극대화하는 트럼프의 전략에 동조하면서 힐러리 클린턴이 패배하는 데 결정적인 '스윙 보터'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이날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UAW는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인 ‘백인 블루칼라’ 조직 중 핵심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바이든은 지난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들의 시위에 동참하는 등 UAW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해왔다. UAW의 지지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몰락한 미 제조업'을 의미하는 ‘러스트 벨트’ 일대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대표적인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로 꼽히는 곳이다.
뉴욕타임스(NYT)는 “UAW의 지지는 조합원들에게 투표의 동기를 부여하는 데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노조의 공식 지원이 없이는 주요 스윙 스테이트에서 투표하는 조합원 수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의 인기가 높은 자동차 제조업 중심지가 바이든을 지지한 것”이라며 “친노조를 자임해 온 바이든의 정치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다음 카드는 낙태권과 여성
같은 날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또다른 카드를 공개했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치명적 유전 질환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거부당한 케이트 콕스를 3월 7일 의회 국정연설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콕스는 지난해 태아의 염색체 이상 질환을 발견하고 텍사스주 법원에 예외적 낙태 시술을 허용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법원을 허용하지 않았다.
텍사스는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거의 모든 단계의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의사가 낙태 금지법을 어기면 최대 99년의 징역형과 최소 10만달러(약 1억 30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에 앞서 바이든은 전날 임신 6개월 이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 51주년을 맞아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버지니아 조지메이슨대학 유세에 참석했다. 바이든은 “미국에서 이런(낙태의) 자유가 사라지는 데 가장 큰 책임은 트럼프”라고 비판하면서 “만약 (공화당 다수의) 의회가 전국적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키면 나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낙태권을 내세운 전략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큰 영향을 미쳐, 민주당이 참패할 거란 예상을 깨고 상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게 됐다.
미국 언론, 트럼프 ‘확장력’에 의문
한편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뉴햄프셔 경선을 통해 트럼프의 지지층은 여전히 그를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열성 지지층 밖의 유권자 사이에선 트럼프가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 함께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유래없는 초반 2연승을 거뒀지만, 트럼프의 확장성엔 의문이 제기된다는 분석을 담았다.
FT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는 저소득·저학력자가 집중된 곳에서는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고소득·고학력자가 많은 지역 중 상당수에서 헤일리에게 열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소속 유권자들은 트럼프와 헤일리에게 각각 39%와 58%의 비율로 투표하며 트럼프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FT는 “대선에서 투표하는 사람 중 공화당원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반복될 경우 공화당 색채가 스윙 스테이트가 승부를 결정하는 대선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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