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의 충돌, 이 자료를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

소준섭 2024. 1. 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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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국이] 세계 정치사에 찾아볼 수 없는 '검찰공화국'

영화나 책, 인물, 역사 등 국내외 다양한 사건과 지금의 한국 사회를 비교합니다. <편집자말>

[소준섭 기자]

 2020년 1월 2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구성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감찰청에서 열린 신년다짐회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 유성호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윤석열 정부 출범 반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의 100대 요직 중 80명이 관료 출신이며 그중 검찰 출신은 11명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검찰 출신의 고위직 독점 현상은 시작에 불과했다. 당선 직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을 시작으로 장·차관급 기관장과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국정원, 금감원 등 주요 권력기관 요직에 검사와 검찰 수사관 출신 인사를 대거 임명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검찰에 의한 지배체제'를 구축해 나갔다.

대통령실과 법무부, 국정원 등을 넘어 검사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통일부, 국가보훈부와 합의제 행정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등 정책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 사회경제 분야까지도 검찰 출신으로 채워졌다.

더구나 이 '검찰공화국'은 너무나 분명하게도 검찰 수사를 통치 수단으로 노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참여연대에 의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0일 중 8일꼴로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전 정부나 야당 인사, 노동시민사회단체, 언론인 등 주요 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벌였다.

동양의 고전 <관자>(管子)는 "법이란 천하의 정식(程式 : 규격, 격식)이며 만사의 의표(儀表)이다"라고 하였다. 법률이란 사회의 각종 행위를 측정하는 기본 규범이라는 것이다. 법률의 생명은 동일한 것은 동일하게, 상이한 것은 상이하게 취급하며 각자에게 그의 몫을 찾아주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법률은 무엇이 동일하고 어떠한 것이 상이한지를 끊임없이 분별한다.

법률이란 모든 사람이 신분을 포함하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똑같이 지켜야 하는 것이다. 만약 법률을 마음대로 적용되게 되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이미 신뢰를 잃게 된다. 또한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법률을 집행하는 표준이다. 이들이 마음대로 법률을 집행하게 되면 사람들은 수족을 놓을 곳을 찾지 못하고 그리하여 세상이 어지러워진다.

우리나라 검찰은 형사 절차에서 재판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권한을 배타적으로 독점하고 있다. 검찰은 영장청구권을 포함한 직접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불기소권을 포함한 기소권과 공소 유지권을 가지고 있으며, 재판 이후에는 형 집행권까지 행사한다.
 
 [표1] 각국 검찰의 수사권 비교
ⓒ 소준섭
 
 [표2] 각국 검찰의 기소권 비교
ⓒ 소준섭
 
세계 각국의 검찰 권한을 비교한 위의 [표]들은 우리나라 검찰이 얼마나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검찰은 세계 검찰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권한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초특권 권력'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특권적 권력기관으로 전화

'검찰 권력'의 막강한 힘은 바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로부터 비롯된다. 우리나라 검찰이 보유한 이 기소독점주의는 일제강점기인 1912년 '조선형사령'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말 그대로 일제 잔재에 속한다.

일제는 1912년 조선형사령을 제정하였다. 그 핵심은 바로 영장제도의 배제로서 검사와 사법경찰에게 예심판사에 준하는 강제처분권을 부여한 것이었다. 이 '조선형사령'은 검사가 현행범이 아닌 사건이라도 "급속한 처분이 요하는 때"는 공소 제기 전에 영장을 발부해 검증, 수색, 물건 압수를 하거나 피고인과 증인을 신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또 검사에게는 20일 이내의 피고인 구류권도 허용했다. 판사의 영장 없이도 피의자를 일정 기간 붙잡아놓고 강제수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급속한 처분이 필요한 때"라는 불명확한 규정에서 그 판단의 주체는 전적으로 검사에 쥐어져 있었다.

세계 법률사상 일찍이 유례가 없는 악법 중의 악법이었다. 일제는 조선의 식민지 지배를 위해 인신구속과 구금을 가장 필수적인 요소로 파악하였다. 그리해 조선 총독을 정점으로 총독이 식민지 검사를 임명하고 그 하부 보조기관으로 사법경찰관을 배치하여 인신구속과 체포를 무소불위로 자행함으로써 식민지통치 권력의 극대화를 꾀했다. 이 '조선형사령'이라는 악법에 의해 무수한 독립운동가들이 희생되었다. 일제 강점기의 이러한 독소 조항은 해방 후에도 이어졌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악명 높았던 '일제 순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경찰에는 수사권을 줄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고,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경찰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회는 검찰에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주게 되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독재정권 재생산과 사법부 약화를 꾀하면서 유신 헌법에 세계 어느 나라 헌법에도 없는 "검사의 영장청구" 조항을 규정하고 정권 유지를 위한 하부 조직으로서의 검찰 권력을 강화시켰다.

결국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박정희 유신을 거쳐 지금까지 백 년의 역사는 이 땅 검찰이 특권적 권력기관으로 전화하는 과정이었다.

'검찰 정권' 재생산은 과연 가능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천 년이 넘는 오랜 분열 상태를 종식시키고 천하 통일을 성취해낸 진시황의 업적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과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러한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하고도 '분서갱유' 등 여전히 형벌과 힘에만 의존하였고 그러면서 스스로 몰락해갔다.

진시황 사후 권신(權臣) 조고(趙高)는 더욱 가혹한 '법치'를 휘둘렀다. 당시 거리를 지나는 사람 중 형벌을 받은 자가 반이나 되고 처형받아 죽은 시체가 매일 길바닥에 쌓였을 정도였다. 이렇게 가혹하게 법을 운용하는 관리는 도리어 '충신'으로 치켜세워졌다. 하지만 역사는 그들을 정확하게 '혹리(酷吏)'라 칭했다. 조고야말로 전형적인 혹리였다.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은 이 시기의 '법치'에 대해 준열하게 비판하고 있다.

"법률은 국가를 다스리는 하나의 도구이기는 하지만, 나라의 정치가 깨끗한가 아니면 혼탁한가를 결정하는 근본은 아니다. 옛날 진나라는 법망이 그렇게 치밀했건만 온갖 간사함과 거짓이 끊임없이 벌어졌으며 극한에 이르렀다. 그래서 상하 모두가 서로 속이게 되어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망국의 길로 치달았던 것이다.

반면에 한나라는 모난 진나라의 형법을 고쳐서 둥글게 만들었으며, 수식을 버리고 소박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배를 통째로 삼키는 큰 고기라도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 법망이 너그러워졌다. 그런데도 관리들은 순수하여 간악한 데로 흐르지 않고, 백성들은 편안하기만 했다. 치국(治國)의 도란 결코 엄혹한 법률의 실행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정치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검찰공화국'. 자타공인 정권 2인자로 평가받던 검찰 출신 차기 주자가 현 대통령과 '충돌'하는 조짐이 드러나고 있는 지금 '검찰 정권'의 재생산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사람들의 관심이 비상하게 집중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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