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늘의 암살자' 못지 않다…韓 리퍼, 18년 만에 양산 돌입

이근평 2024. 1. 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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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리퍼'로 불리는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 사업이 논의된 지 18년 만에 양산에 돌입한다. 개발 중 핵심 장치에 오류가 발견되면서 수차례 일정이 연기된 사업이 비로소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아군의 감시·정찰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의 양산사업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 시제기. 방위사업청

방위사업청은 25일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에서 합동참모본부, 공군,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MUAV 양산사업 착수회의를 전날(24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했다"며 "양산을 통해 공군에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길이 13m, 폭 26m의 크기인 해당 MUAV는 고도 6~13㎞ 상공에서 100㎞ 밖 목표 지점의 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한다. 해당 기종은 감시·정찰뿐 아니라 공격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국산 대전차 미사일인 '천검' 등 무장이 장착될 전망이다.

특히 공군의 MUAV는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미국의 'MQ-9 리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성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1200마력 터보프롭 엔진은 리퍼의 900마력 엔진을 앞서고, 작전 수행 시간도 24시간으로 리퍼의 14시간보다 길다. 리퍼보다 더 무거운 무장을 달고 더 오래 공중에서 작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미국은 자체 무장을 갖춘 리퍼를 2018년 극단주의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 수장 아부 바르크 알 바그다디, 2020년 1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등을 암살하는 작전 등에 투입한 바 있다.

MUAV 사업이 양산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기이던 2006년 논의가 이뤄지면서 2008년 개발이 시작됐지만, 2011년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도입 사업과의 중복 논란으로 사업이 취소됐다. 글로벌호크의 가격이 높아지면서 개발 재개가 결정된 뒤에도 각종 오류로 개발 일정이 꼬였다. 2017년 10월 개발 완료 계획은 데이터링크 송수신 영역에 문제가 생겨 2018년 12월까지로 미뤄졌고, 2018년 12월 개발 완료 계획 역시 날개 결빙 현상으로 해를 넘겼다. 2019년 7월 시험평가에선 대기자료장치 관련 센서에 문제가 발생해 체계개발 완료 시점이 또 한 번 연기됐다.

이후 2022년 3월 전투용적합 판정 및 국방규격화 완료를 통해 개발 사업이 끝났고, 지난달 12월 방사청과 대한항공·LIG넥스원·한화시스템 3개 업체 간에 양산 계약이 체결됐다. 해당 사업 규모는 9800억원으로 2028년까지 양산하는 데 4717억원이 투입된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 중인 MUAV [사진 ADD 홍보영상 캡처]

방사청은 MUAV를 통해 적 전략표적의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신속하고 효율적인 작전지휘 능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위험 및 고난도 정찰임무의 무인화 수행이 가능해짐에 따라 아군의 생존 가능성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방사청 관계자는 "앞으로 개조 개발을 통해 해경, 소방 등 국내 여러 분야에서 다각도로 활용이 예상된다"며 "무인항공기 분야 수출시장에 진출해 'K-방산' 수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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