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가 주도하여 해상풍력 확대에 성공한 독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은 에너지전환포럼 및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해양생태계와 공존하는 해상풍력 확대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해상풍력을 설치한 영국과 독일을 방문하여 민간과 정부의 노력 및 성과를 살펴보았습니다. 3회에 걸쳐 해상풍력 관광, 생태계 보호 기술, 중앙정부의 입지선정 제도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합니다. <기자말>
[안승혁 기자]
독일은 2022년까지 총 8.1GW의 해상풍력을 설치하여, 중국 및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해상풍력을 보유한 국가이며, 2030년까지 해상풍력 30GW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주도하여 해상풍력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독일도 원래는 현재의 한국과 마찬가지로 민간 사업자가 입지를 선정하여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었으며, 이때는 공간계획에 대한 검토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해상풍력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뎠다. 그러나 2017년 해상풍력법 제정 이후 중앙정부 주도형으로 바뀌면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급격한 확대를 이루어냈다.
해상풍력법에 따라 연방수송디지털기반시설부 산하 연방해양수로청(Bundesamt für Seeschifffahrt und Hydrographie, BSH)이 해상풍력 입지선정부터 인허가까지 모든 과정을 원스톱숍으로 총괄하고 있다. 연방해양수로청은 해양공간계획(전체 입지), 입지개발계획(전체 입지), 적합성검사(개별 입지)의 총 3가지 단계를 거쳐 해상풍력 입지를 선정하며, 이 과정에서 전략환경평가를 수행함으로써 환경영향을 검토하고 저감방안을 마련한다. 연방해양수로청이 모든 입지 선정 과정과 전략환경평가를 총괄하는 일원화된 체계는 한국의 해상풍력 제도 개선 방향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진과 독일연방해양수로청 담당자 |
ⓒ 안승혁 |
중앙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입지선정 절차를 실행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독일도 기존에 민간 사업자가 투자를 하여 입지를 정하고 사업을 추진하다가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었다. 또한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았지만 직접 사업을 하지 않고 투기성으로 획득한 허가권을 8천만 유로(한화 1162억 원)에 거래하는 사례도 있었다. 국방, 해운, 자연, 어업 등 공간계획의 다양한 부분을 고려하는 데 있어 민간 기업은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중앙정부 주도 계획입지제도로 변경되면서 기존에 사업을 추진 중이던 많은 업체들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 독일 연방해양수로청의 입지선정 제도 소개 |
ⓒ 안승혁 |
해상풍력 입지 선정 과정의 다른 쟁점은 해양보호구역에서 해상풍력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연방자연보호청이 소리에 민감한 고래 등 해양동물 관련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연방해양수로청은 이를 해양공간계획에 반영한다. 독일의 해양공간계획은 연방해양수로청이 관리하는 배타적경제수역의 전체 해상풍력 입지를 포함하는데, 배타적경제수역은 영해와 비교하여 엄격한 자연보호 기준이 적용되는 공간이 아니다. 배타적경제수역에 위치한 해양보호구역에 해상풍력 입지를 지정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독일은 해양보호구역을 피해서 해상풍력 입지 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이러한 기조를 변화시킬 의지가 없음을 담당자에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조류 보호구역이나 저서생물 보호구역과 바로 인접한 해상풍력 입지에 대해서는 갈등이 좀 있는 편이라고 했다.
▲ 독일의 해상풍력 계획과 나투라 2000 지역 |
ⓒ 독일연방해양수로청 |
한편 국내에서 해상풍력 관련 가장 큰 사회적 갈등은 어업 피해 문제인데, 독일에서도 해상풍력 구역에서 어업을 금지하고 있어 어민들의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해양공간계획 2021 초안에 대한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어업협회 의견을 보면, 어업의 권한에 대해 일반적인 언급만이 존재하는데, 어업은 강한 공간적 가변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공간적 제한은 적절하지 않으며, 어업의 이익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재의 해양공간계획이 선박 운항, 재생에너지, 과학적 연구, 국방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유럽연합 수산정책 규정에 따라 수산업을 지속적으로 고려하고 어업과 다른 계획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보장하기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연방해양수로청은 작은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 구역의 지정, 발전소와 약간 거리가 떨어져 수동적 어업이 가능한 구역의 지정, 해상풍력 발전단지 내에서 어업이 가능할지 연구 등을 통해 어업 공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독일이 최근 해상풍력을 급격하게 확대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은 해상풍력법을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 주도가 아닌 정부 주도형으로 해상풍력 입지 선정 방식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주도형 입지선정 제도가 기존 해상풍력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입지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민간에서 추진되던 사업에 투자된 비용, 해양생태계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 가능성, 어업 구역 제한에 따른 어민 피해 등은 사회적 갈등 요소이다. 독일 정부는 기존 민간사업 조사 데이터 보상, 전략환경평가와 적절성평가 실시, 어업공존방안 모색을 통해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해상풍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낮은 한국, 상황과 여건이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독일 모델을 벤치마킹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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