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성주 "정년폐지,세금 인상…알면서 못 꺼냈던 주제 새로운선택이 꺼낸다"

나주석 2024. 1. 25. 11: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약 관통하는 키워드는 성숙"
"제3지대가 사회적 대타협 가능하게 해"

제3지대 정당 '새로운선택'이 부가가치세 인상이나 국민연금 보험료 단계적 인상, 정년 폐지 등 파격적인 공약을 연일 선보이고 있다. 신생정당이라면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추구할 수도 있지만, '표' 떨어져 나가는 주제를 던져 해법을 모색하는 점이 새로운선택의 공약의 특징이다. 새로운선택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공약 발표를 주도한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23일 새로운선택 당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논란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조 공동대표는 공약을 사전에 검토, 의뢰했던 전문가 그룹들로부터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다 욕을 먹게 될 것이지만 이 시기에 필요한 얘기를 제시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저성장과 초고령화, 산업 전환 등 시대적 상황에서 우리는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30년을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갈 것인가, 다른 30년이 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있다. 어떤 구조를 바꿔야 하는지에서부터 공약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이제 선진국"이라며 "공약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성숙'이라며, 한국이 이제 성장국가에서 성숙사회로 접어든 만큼 우리 사회의 질적인 성숙을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성주 새로운 선택 공동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최근 새로운선택은 파격적인 조세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 기준으로 평균 가격대 아파트 정도는 자식 등에게 상속·증여해도 세금을 면제받고, 기업들의 지분 상속·증여세도 경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소득세는 현행 공제를 대폭 축소해 사실상 세 부담을 늘리고, 부가가치세 인상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저소득층의 경우 근로장려세제(EITC) 같은 마이너스 소득세를 통해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진보 진영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상속증여세 문제를 건드렸을 뿐 아니라 공개적으로 세금 인상을 주장했다.

그는 "사실 이런 해법은 관료나 정책 만드는 사람, 양당의 정책 브레인 모두 모범 답안이라고 생각하는 안이다. 우리가 처한 조건을 생각하면 (어느 진영이나) 답은 크게 다를 수 없다"면서 "다만 차이는 이를 용기 있게 얘기를 했냐 안 했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치 구조에서는 어느 한쪽이 답을 말하면 다른 쪽은 틀렸다고 하는 구조"라며 "이런 구조에서 서로 거짓말을 할 뿐이다. 이 때문에 맞는 얘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논쟁적인 주제인 상속·증여세와 관련해 "실제 조세에서 상속·증여세가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은데 이 주제가 자극적인 탓에 전체 조세개혁을 막고 있다"며 "기업 지분 상속·증여세 세율 인하를 주장한 것도 지금은 세 부담을 우회하려 편법을 찾다 문제가 더 생기니 이 부분을 정리하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타협안이 계급타협적 의미도 지닌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새로운선택은 최근 호봉제와 정년을 함께 없애는 노동개혁방안을 제시했다. 관련 공약 발표 당시 온라인상에서는 '청년실업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조 공동대표는 "이미 우리는 100세 시대에 돌입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논쟁을 제기한 것이긴 한데 정년을 폐지하자고 한 것은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정년 연장을 하지 않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구조로 가면 결국 현재보다 정년은 연장되는데 이렇게 되면 청년들의 일자리 사정은 나빠진다"며 "차라리 정년을 폐지하고 임금 체계를 바꿔 직무급제로 간다면 청년들의 일자리는 늘어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조 공동대표는 "현행 연공 서열로 간다면 신입사원과 장기근속 직원의 급여차가 3배가 되는데, 유럽의 경우에는 1.7~1.8배, 일본도 2.1배 정도"라면서 "최소한 격차가 일본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년 폐지가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 등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봤다. 조 공동대표는 "70세까지 일하는 사회로 접어드는데 이분들이 연금도 내고 세금도 내게 된다면 결국 뒷세대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진영 논리를 따지는 다른 정당과 다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제3지대의 특수성 덕분이다. 조 공동대표는 기존 양대 정당의 틀을 깨려고 시작한 제3지대이기에 기존 정치 문법에서 나오기 힘든 공약을 얘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양대 정당이나 진보정당에서는 기존 지지층의 이해관계가 강력하게 결부돼 개혁적 공약을 내기 어렵다"며 "제3지대는 지지층을 새롭게 재정렬해야 하는 정치그룹이기에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 결국은 공약의 실천이 필요하고, 새로운선택의 공약은 사회적 대타협을 거쳐야 한다. 이와 관련해 조 공동대표는 "제3지대가 출현해 새로운 타협안을 낸다면 우리 정치권 역시 제대로 된 답을 향하는 타협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적대적 정치구조에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실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것은 냉정하게 말해 장기적 이익과 단기적 이익을 교환하는 것"이라며 "노사정이라는 것도 결국 정부와 정치가 장기적 이익을 보장할 테니 노사도 단기적 이익을 양보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기적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노사는 결국 단기적 이익에 집중하게 된다"면서 "정치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제3당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성주 새로운 선택 공동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새로운선택은 하루 단위로 공약을 발표하는 등 기존 양대 정당보다 바쁘게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공동대표는 "공약 발표를 서두르고 있다"며 "제3지대가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를 두고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이 주목받겠지만, 그 전에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에 대한 자기들만의 해법, 문제의식을 더 많이 내놓고 논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실제 새로운선택은 22일에는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검찰개혁 등과 관련해 같은 공약안을 발표했지만, 다음 날에는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골자로 한 개혁신당과 달리 노인의 무임승차를 유지하되, 지원 대상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식의 다른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제3지대 통합 논의에 있어 차이나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